연재기간 소년 선데이 증간 1978년 10월호~1980년 11월호


나인은 처음 미팅을 사토 토시아키(佐藤敏章) 씨랑 하고 그다음부터는 거의 노터치였고 담당은 후지모토 토시카즈(藤本敏一) 씨였습니다.


일단 단편으로 1화를 그렸어요. 하지만 2년만에 소년 만화 잡지에서 연재를 한다는 이유에서 순정 만화 잡지에서 만화를 그리는 기분으로는 그릴 수 없었고 1화는 소년지에서 연재를 하던 시절로 돌아가버렸죠. 그림체도 돌아갔고 '소년지는 이래야 한다'는 예전에 받은 교육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어요.


처음에는 2화를 그릴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2화 연재 제의가 들어왔을 때 지금부터는 덤이니까 내 맘대로 그리자고 생각했습니다. 1화부터 등장하는 훗날 에이스가 되는 쿠라하시 에이지로 말할 것 같으면 완전 다른 캐릭터가 됐습니다.


1화는 상당한 부담을 안고서 그린 분위기가 그림에 드러나죠. 2화부터 그렇게나 힘을 빼고 그려낸 것은 내가 한 일이지만 참 대견합니다. 바로 그 뻔뻔함이 아다치 미츠루입니다. 등장하는 고교 야구 소년들이 빡빡머리가 아닌 이유는 소년 만화의 과거부터 이어진 흐름입니다. 기본적으로 주인공이 까까중 야구만화 같은 건 없었어요. 야구만화 안에서는 머리를 기르는 게 보통이었죠. 뭐 까까중으로 만들면 캐릭터를 구별가게 그릴수도 없고요...


마에바시 상업 고등학교는 내가 다닐 적에는 야구부만 아니라 남자학생 전원이 까까머리였습니다. 무엇보다 두발검사가 있었어요. 선생이 머리에 손가락을 찔러넣어 머리카락이 조금이라도 삐져나오면 그 자리에서 바리깡으로 밀어버렸죠. 심지어 딱 한 줄만. 바로 이발소에 갈 수 밖에 없는 거죠. 그런 시대의 마지막 세대입니다. 까까머리에 원한이 있으니까 만화 속의 야구 소년은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고 머리를 길러서 그렸습니다. 애초에 리얼함을 추구하는 만화가가 아니니까요.


그렇게 2화가 게재되고나서, 반응이 왔어요. 그런 적당한 내용의 만화가. 나도 깜짝 놀랐습니다. 2화는 소녀 코믹에서 연재한 방식입니다. 소년지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죠. 그 시절, 소년지에서 이런 내용을 그리는 만화가는 없었으니까 신선했던 게 아닐까요? 실제로 어떤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이상할 정도로 반응이 좋아서 그때부터 기세를 탔습니다.


소년지 독자도 순정만화를 읽었으니까 독자는 이미 성장해 있었겠죠. 하지만 아직 소년만화가 그런 독자한테 필요한 만화를 준비하지 못한 상태였어요. 그때부터는 그야말로 연재 종료까지 내키는대로 그릴 수 있었습니다.


나인이 그때까지 그린 만화들 중에서 제일 즐거웠어요. 독자의 반응이 다이렉트로 전혀져 왔으니까. 소년지 독자도 이런 만화를 똑바로 읽어준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습니다. 나이 많은 아저씨들은 당시의 젊은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변화에 대해서 아직 깨닫지 못했었죠. 그런 붐이 오기 직전 타이밍이었단 사실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요즘 그리는 것 같은 행간을 생략한 불친절한 묘사를 해도, 독자가 행간을 읽는 법을 제대로 마스터해 주었습니다. 옛날에는 편집자가 '똑바로 설명해줘야 한다'고 지겹게 설교를 들었는데 그렇게 하면 많은 것들이 재미 없어질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번에는 독자를 믿고서, 제대로 알아줄 거라고 배짱을 부리며 그려봤더니, 전해졌어요. 나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는데, 시대가 바뀐 거죠.


나인의 주인공 니이미 카츠야는 좀 폼을 잡죠. 그런 점은 아직 순정만화 스타일을 머리에 넣고서 어느 정도 멋있게 그리려고 했던 걸까요? 뭐 내 경우에는 어디까지나 어느 정도입니다만. 소녀들이 원하는 멋있음을 잘 모르니까요.


히로인 나카오 유리는 기존의 소년만화 히로인상을 그렸는데, 이녀석 의외로 움직이지 않는다, 써먹기 힘들다 싶어서 도중부터 생각을 바로바로 말하는 소녀 야스다 유키미를 등장시킵니다. 이게 굉장히 써먹기 편해서 캐릭터가 움직였어요. 이 당시는 아직 서브 캐릭터에 안주하고 있지만 훗날 이런 소녀가 내 만화의 히로인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캐릭터가 움직이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내가 캐릭터를 움직이게 한다기보다 캐릭터 스스로 움직이느냐 움직이지 않느냐 하는 점입니다. 이녀석이라면 이런 장면에서는 이렇게 말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잘 굴러가서 즐거운 작업입니다. 이건 단편으로는 할 수 없는 일로, 연재로 어느 정도 쌓아올려야 캐릭터가 자라납니다.


오리지널 소년지 연재는 나인이 처음이었으니까 지금까지는 그런 경험이 없었죠. 니이미 카츠야로 이미 주인공이 여자한테 휘둘리는 내 패턴이 생겨났죠. 기존의 소년지에서 이런 주인공은 허용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하지 못하는 걸 해주는 히어로로서의 주인공이 아니라, 나랑 똑같이 완벽하지 않고 똑부러지지 못한 한심한 주인공. 나같은 인간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뜻입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주인공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등신대의 주인공이 내뱉는 말이 독자들한테 제대로 전해진 것 아닐까요?


나인은 그전까지 그렸던 원작이 있는 만화는 물론이고, 순정 만화 잡지에서 연재한 오리지널 만화와도 다릅니다. 만화가가 된지 꼬박 8년, 애초에 그렇게 높은 수준을 추구한 만화가는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전개를 생각하고 그린 게 나인이었습니다. 순정 만화잡지에서는 역시 어딘지 내 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했었다고 생각해요. 소년지에서 내가 생각하는대로, 생각하는 대사를 처음으로 주인공이 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그 이후의 아다치 미츠루 만화의 캐릭터는 대부분 등장합니다.


야구부의 나카오 감독도 내가 번듯한 어른은 질색이라 등장시킨 캐릭터입니다. 다른 만화를 읽어봐도 나오는 어른이 좀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당시 이시다테 테츠오 주연 드라마에 자주 나온 오사카 지로라는 배우가 있는데 나카오 감독은 그 배우 분이 이미지입니다. 평소에는 미덥지만 감초 느낌이 나는, 굳은 심지는 있어도 연약한 아저씨.


당시 배우 이시다테 테츠오가 주인공인 패턴 드라마가 잔뜩 있었는데, 네자매가 사는 집에 남자가 한명 굴러들어오는 그 패턴의 영향이 아주 컸어요. 이건 그야말로 내 객식구 시리즈잖아요?


나인은 결과적으로 월간 연재가 됐기 때문에 1회 완결 단편 연재 감각으로 그렸습니다. 그런 점이 내 장점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미유키도 때때로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거의 단편 연재라는 마음가짐이었죠. 라쿠고를 좋아해서 오치를 그리고 싶거든요.


1화 완결이 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드라마는 피곤하잖아요? 쉽게 질려하는 성격이라, 중후함이나 참을성은 없는 타입이거든요. 옛날부터 월간 만화에서 자랐으니까, 정월호나 여름 특집 같은 계절감이 있는 만화가 좋았어요. 그래서 이 이후에 주간지에서는 계절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점이 힘들었어요. 반드시 어딘가에서 어긋나게 되니까요.


나인은 그리고 싶은 걸 그릴 수 있었습니다. 내 독자가 어떠한 사람들이지 구체적으로 보이게 된 것이 나인. 나한테 바라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고 처음으로 독자를 의식하고 그릴 수 있었습니다. 나인의 마지막 담당자는 시라이 코스케인데, 이 친구가 그대로 터치로 이어집니다. 시라이 코스케와는 동급생이었는데 내 만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편집자는 아니었어요. 그녀석은 완고환 열혈소년이니까요. 들은 음악, 자라온 환경은 똑같은데 말이죠. 열혈을 너무 좋아하는 담당이어서 골려주려는 생각으로 러브 코미디에 힘을 쏟았어요.


나인 같은 일은 내 고교생활에는 일어난 적 없었죠. 이런 히로인은 없었고 마작 하고, 만화 그리고, 주위에는 사내놈들 투성이었죠. 프로 야구는 봤지만 고교 야구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뒤늦게 재학중에 좀더 모교 응원을 가서 취재해둘 걸 그랬다고 생각했죠. 그러니까 내 청춘은 히가시나카노나 나카이에 살던 그 시절입니다. 평범한 사람이 고교시절에 했을 법할 일들을 나는 상경해서 데뷔하고나서 했습니다. 그 시절의 감촉 같은 것은 나인에도 드러날지 모르겠습니다.


주인공 니이미 카츠야한테 '숙명의 라이벌...그딴 건 필요 없어'라는 대사를 치게 한것처럼, 솔직하게 대사를 썼어요. 당시 소년지의 주인공이 해선 안 되는 말을 하게 했다는 쾌감이 있었습니다. 바로 몇 년 전까지였다면 안 통했을 작품. 시대의 덕을 봤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나인과 타카하시 루미코의 시끌별 녀석들은 단행본 1권이 나온 타이밍이 완전 겹쳐서 운명처럼 많은 일들이 우연히 겹친 시대였습니다.


나인처럼 무명의 고등학교가 갑자원에 가서 활약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하고 그렸습니다. 8강까지는 가지만 마지막에는 대타 홈런을 맞고 역전패를 당하니까 말이죠. 뭐 결국은 그런 만화가입니다. 갑자원 뒤에 팀 홍백전으로 끝낸 최종화는 나도 마음에 듭니다. 소년지의 야구 만화인데 홍백전을 최종화로 삼아 버렸어요. 그다음부터는 두려울 게 없었죠.


나인이 끝난 이유는 기본적으로 미유키가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제대로 계산을 해서 끝낼 수 있었습니다.


나인으로 그야말로 모든 게 변해버렸죠. 제대로 머리를 써서 작업을 하게 됐고, 그렇기에 이야기를 만드는 게 괴로운 작업이 됐습니다. 단행본이 나오고 제대로 정산을 해서 인세가 들어온 것도 나인이 처음이었습니다. 나인이 엄청 잘 팔려서, 기존 작품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단행본을 내주셨습니다.


10년 가까이 변변치 못한 무명 만화가였다가, 갑자기 이렇게 잘나가게 된 만화가도 잘 없겠죠. 그런 이유에서 아다치 미츠루가 시작된 것은 나인부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