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 얘기는 아님

근근웹이나 트위터를 보면 그런 말이 많다
"역시 일본 창작물에서는 권선징악이나 업보 청산을 신경쓰지 않고 악당 세탁을 많이 하는구나. 이런것에 불편해하는 한국인들은 도덕적으로 우월한 민족이다"
저렇게 노골적으로 쓰는 경우는 드물지만 대충 비슷한 주제의 스트림이 몇번이고 반복되는걸 봄

근데 난 사실 좀 의문이 들었음
악당한테 비참한 과거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녀석도 사실 좋은 녀석이었어" 하면서 모든 악행을 정당화하고 행동 동기를 긍정하는건 짜치는 일이긴 함
근데 최근의 만화에는 그런 촌스러운 억지 신파 표현은 드물고 드물게 있더라도 일본이나 해외에서도 밈으로 까이는 편임

그런데 왜 트짹 근근웹 같은 한국 독자들만 불편함을 느끼는 포인트가 많을까?
이들은 악역에게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라는 이유만으로 작품이 악역을 세탁한다고 주장하며 불편해함

악역에게 인간적인 면모가 있다고나 악행을 하기까지의 과정에 개연적인 근거가 있다고 해서 그들의 악행이 정당화 되는건 아님
예를 들어 지금 난리인 중동 전쟁을 보자
현재 하마스 군 대부분은 어린시절 이스라엘에 폭격맞고 부모 잃거나 간접적으로 그런 상황에 노출되어 생계나 복수 등등의 이유로 하마스 군이 된 사람들임
그렇다고 그들이 가자지구를 선전포고 없이 공격해서 사람들을 죽인게 정당화 되는가?
절대 아니거든

이런식으로 현실에 있는 악행에는 모두 그 악행으로 이어지는 개연적인 근거가 있음
그리고 우리는 그런 딜레마가 주어진 상황에서도 도덕적인 선택을 하는것을 "도덕적인 사람" "윤리적인 사람" 이라고 함
그렇기 때문에 창작물 속의 악역들에게 개연적 근거가 주어지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고 나아가 이런 비극적 딜레마가 생성되지 않으려면 어떤 노력(사회봉사, 부의 재분배, 등등) 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음

그런데 위에 말한 일부 한국 독자들은 딜레마가 거세된 악역을 원함
딜레마가 없이 오로지 악랄하고 남의 고통만을 바라는 순수악이기 때문에 악행을 한 사람이 아니면 악역으로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고 "악역을 세탁한다" 고 주장함

그 이면에는 재밌게도 그 사람들은 자신이 그런 개연적 딜레마 상황에 처하면 도덕적 선택이 아니라 자신의 이득을 위한 선택을 할 것이란걸 알고 있기 때문에
딜레마가 주어진 대상의 비도덕적 선택은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할 수 없다는걸 전제하고 있는거임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나 작가는 그저 개연성으로 받아들이는 장면을 "세탁"이라고 받아들이는거지

그들의 주장과 반대로 이 모습은 한국에 더 이기적이고, 비도덕적인 사람이 많기 때문에 악역에 개연적 근거를 주는 것에 불편해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걸 증명함


이런 현대 국민성은 최근에 이루어진 여러 사회연구의 결과에도 부합하는 바임

한국인이 oecd 선진국 중 유일하게 돈이나 가족, 자유, 사회나 같은 가치보다 오로지 "물질적 부유함" 만을 추구했음
한국에서 조사한 자료들 중에서도 들키지 않는다면 횡령이나 부정합격과 같은 부당이득을 취할거라고 대답한 사람이 많았다는 결과도 있고

왜 한국 사회가 이렇게 되었는지는 또 다른 얘기겠지
아래 얘기는 도덕과 윤리의 기준을 흑백으로 받아들이는거라 세탁과는 동떨어진 화제지만
도덕교육의 미비라는 점에서 비슷한 맥락이기에 그냥 평소에 생각해보던거 써봄

반박시 니말이 맞음
내가 다 옳다고 쓴거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