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코찔찔이때

자주 가던 언덕너머 도서 대여점이 폐업에 들어간다는 걸 알게 됐음. 근데 마치 의류 점포정리 하듯이 헌책들도 묶어서 아주아주 싸게 팔더라

당시 나는 은혼의 열렬한 팬이었고 아마 40권? 정도 분량의 은혼을 통째로 사기로 했음(한권에 이천원꼴로 팔았음 8만원인가에 샀던 기억이)

문제는 우리집이 꽤 멀다는 것과 마땅히 담아갈 수단이 없었다는 것

책방 사장님이 종이 봉투에 책을 다 담아줬는데 이게 웬걸 밑에가 다 찢어져서 책이 흘러내려버렸음(지금 생각하면 봉투 하나에 만화 20권씩 들어있는데 당연히 찢어지지..ㅋㅋ)

한창 겨울이라 눈에 책들이 막 떨어져버렸고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서 다급하게 옆에있던 국밥집에 도움을 요청함. 비닐봉투 큰거 두개를 받아서 집까지 낑낑대며 다 옮겼고, 누나한테 책을 맘대로 읽게 해주는 대신 누나가 눈 터는걸 도와줬음

슬픈 결말은 이사하면서 땅으로 꺼졌는지 하늘로 솟았는지 은혼만 거의 다 사라졌더라 ㅠㅠ


지금도 만화 좋아하긴 하는데 그때는 더 약간 활발하게 책을 모으고 그랬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