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럴은 정말 아무래도 상관없는 난제를 하나 남겼다.
이거 신경쓰는 사람 지금까지 아무도 못본듯. 나만 신경쓴다.
그 난제는 바로 이거다.
키요타카는 마도카를 정말로 사랑하는가?
키요타카는 여자를 한번 갈아탄적이 있다
원래 키요타카의 약혼녀는 코히나타 쿠루미라는 여자였다. 위의 짤이 키요타카의 약혼녀 코히나타 쿠루미(16).
코히나타 쿠루미의 이야기는 본편 4년 전 이야기이기 때문에, 쿠루미는 본편 시점에서는 성인이다. 하지만 키요타카와 철저하게 엮이지 않는 삶을 선택했기 때문에 본편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키요타카는 쿠루미를 아주 잘 써먹음. 정재계와 연줄이 있는 쿠루미를 유도해서 수사하기 힘든 곳의 정보까지 쫙 뽑아내서 단숨에 사건을 해결하는 명탐정으로 활약함. 물론 쿠루미가 없었어도 키요타카라면 해결했겠지만, 쿠루미를 이용해서 귀찮은 공정을 몇스텝 단축시킨건 확실할듯.
하지만 코히나타 쿠루미와 키요타카의 관계는 험악 그 자체였다.
키요타카는 코히나타 집안이 자꾸 밀어붙이니까 어쩔 수 없이 너랑 약혼해줬다~라는 식으로 행동하는데다, 대놓고 쿠루미를 자기보다 열등한 능력을 지닌 존재로 대하고 있었음. 키요타카가 은근히 개그감이 뛰어난 예능캐라 무난하게 표현되는 경우가 많을 뿐, 쿠루미는 키요타카에게 상당한 열등감을 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증오하기까지 함.
코히나타 쿠루미 시리즈에서 키요타카의 '제로 계획'이 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있는 단서가 있다.
키요타카는 미즈시로 야이바와 달리 무정자증임.
코히나타 쿠루미와 결혼한다 해도 아이를 가질 수 없다.
이걸 키요타카가 쿠루미와의 약혼 이전부터 알고 있었는지, 약혼한 다음에서야 알았는지는 불명확하다
어쨌든 키요타카가 '모든 블레이드 칠드런을 제거한다'라는 제로계획에 도달한건 자신이 무정자증이기 때문에 도달한 사고일 수도 있다. 어차피 자신은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는 인간인데 자기와 함께 있으면 쿠루미가 불행해질거라 생각하고 일부러 정떨어지게 행동한거일 수도 있다는거. 일단 본편 4년 전 시점에서 키요타카의 권력은 본편만큼 강하진 않았다. 뒤를 봐주는 코히나타 그룹의 눈치를 좀 봐야 하는 상황이었음.
코히나타 쿠루미가 키요타카를 증오하고 경멸한다는건 아주 명확하다.
자 여기에서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쿠루미는 키요타카의 취향에 맞는 여자였을까?
키요타카는 쿠루미를 사랑했을까?
이건 본편 해석에 따라 다르다.
'형은 마도카를 사랑한다'라는 아유무의 말을 믿냐, 믿지 않냐에 따라 갈리게 됨.
아유무의 주장에 따라 '형은 마도카를 사랑한다'라는 말을 믿었으면 쿠루미는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됨.
코히나타 그룹이라는 재계의 협조를 얻기 위해 이용할 뿐인 장기말에 불과하지.
하지만 '형은 마도카를 사랑한다'라는 아유무의 말이 거짓말이라면?
키요타카가 쿠루미를 정말로 사랑했다면?
키요타카가 가장 사랑한 사람은 코히나타 쿠루미라고 가정해보자.
이 전제를 깔아버리면 본편 최종화의 의미까지 달라져버리게 됨.
아유무를 승리하게 한 건 '마도카와의 사랑'이라는 결론이 나와버리는거다.
아유무는 최후에 형과 만나러 가기 전에 마도카를 사랑한다고 고백해버렸지.
이 승부와 의미없어보이는 행동을 한 이유가 뭘까.
표면적으로는 자신이 죽을 걸 알았기에 마도카가 형과 행복하게 잘 살기를 원해서 그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내심으로는 마도카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지가 궁금했으리라.
실제로 마도카는 아유무의 고백에 흔들리고 말았고.
여기서 아유무는 결국 형에게서 승리한건 자신이다.
드디어 빼앗긴 것을 되찾았다는 확신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면 뭐 이후에 아유무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냉정 침착하고 평온하게 행동할 수 있다. 그 어떤 변수가 일어난다 해도 아유무와 마도카 사이의 가느다란 연심 하남나은 건드릴 수 없게 되니까. 아유무가 의지한게 마도카라고 전제하고 봐도 최종권 전개는 성립한다.
그런데 이건 키요타카가 착각했다는 뜻이거든.
'나루미 아유무는 반드시 유이자키 히요노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라고.
왜 그런 착각을 한 것일까.
그건 뭐 뻔하다.
유이자키 히요노의 캐릭터는 나루미 키요타카가 직접 만든것.
나루미 키요타카가 설계한, 처음에는 꼴보기 싫어도 최후에는 결국 반해버릴 수 밖에 없는 여성.
나루미 키요타가가 상상하는 가장 이상적인 히로인.
그게 누굴까.
코히나타 쿠루미다.
나루미 키요타카는 '동생의 여성취향도 자신과 똑같을것이다'라고 생각했으리라.
키요타카는 아유무와 다르게, 아유무는 자신과 완전히 똑같은 취향을 지니고 똑같이 생각하는 인물이라 믿었으니까.
그렇다면 '유이자키 히요노'라는 히로인은 이상하다.
나루미 아유무를 홀리려면 '더 이상적인 마도카'를 만들어 제공하는게 효과적이지 않은가.
하지만 키요타카는 코히나타 쿠루미를 닮은 여성을 아유무에게 제공했다.
코히나타 쿠루미는 모든면에서 아유무의 취향이 아니고, 실제로 이 둘은 서로를 보고 엄청난 혐오감밖에 안느꼈는데도.
코히나타 쿠루미는 키요타카를 최악의 쓰레기라 평가하고 저주의 말을 퍼부으며 결별을 선언했다.
이 결별은 스파이럴 본편 최종권에서도 다시 한번 재현된다.
키요타카가 만든 유이자키 히요노는 코히나타 쿠루미에서 모티프를 따왔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이 대화는 유이자키 히요노의 작은 서비스다.
키요타카가 가장 사랑했던 여자,
쿠루미를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기왕 이런 선택을 했으니 반드시 주변을 행복하게 하라고 격려한 것이기도 하다.
정리하면...
키요타카가 사랑한 사람은 코히나타 쿠루미고,
유이자키 히요노는 쿠루미를 재현한 것이다.
하지만 아유무에게 연심을 품은 건 히요노 한명 뿐이고,
아유무 자신은 히요노에게 우정 이상의 감정을 가지지 않았다.
나루미 아유무는 여전히 마도카를 온전히 사랑할 뿐이고,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그 마음을 다시 숨긴 채 정리했다.
아유무는 마도카가 지탱해준 덕분에 침착과 냉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나루미 키요타카는 히요노(쿠루미)에게 아유무가 반하지 않았다는데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겠지.
키요타카가 보기에 쿠루미보다 더 매력적인 여자는 없는데 킹갓하이퍼 쿠루미인 히요노한테 어케 안꼴림?
이때 아유무가 자신과 다른 존재란걸 처음으로 깨닫고 꺾여버린 것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고 봐도 작중 상황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그래서 나는 이 쪽이 더 진상에 가까울거라 생각한다.
ps. 그렇다면 쿠루미는 키요타카를 사랑했을까?
쿠루미는 키요타카를 사랑하지 않음.
쿠루미 시리즈에서 쿠루미가 키요타카에게 애정을 드러낸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쿠루미 시리즈는 쿠루미 1인칭이라서 쿠루미 속마음은 다 까여있거든.
약혼기간 중 마도카와 쿠루미의 관계가 어땠는지는 미궁이었는데 그건 본편 짜투리 만화에서 살짝 암시되었다. 약혼중에도 쿠루미는 마도카를 싫어하지 않고 친하게 지냈음. 키요타카와 마도카는 잘 어울린다고까지 생각하는 기색이 있음. (이건 소설에서는 오히려 알기 힘들다. 쿠루미 시리즈에서 마도카는 최종화 제외하면 언급조차 거의 없는 인물이라. 최종화는 이미 약혼 파탄난 시점이고)
쿠루미가 너무 인지도가 없어서 스파이럴 소설은 쿠루미 밀어낼 정도로 재미있었나 하고 오래된 리뷰들 찾아보니..
스파이럴 소설에서 재밌다고 호평받은 모든 에피소드가 쿠루미 시리즈인걸 보고 말았다...
아 쿠루미가 인기없는게 아니라 그냥 스파이럴 소설 자체가 대차게 망한거구나...
스파이럴 소설에서 쿠루미 시리즈는 남는 페이지 채워넣으려 웹연재본 끼워넣은건데 (쿠루미는 웹소설임)
이미 다 본 내용인 쿠루미가 제일 재밌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면, 아유무가 주인공인 에피는 얼마나 재미없었던걸까...
아유무가 히요노 좋아한건 맞지 애초에 지 형 이긴것도 히요노를 슬프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는데 스작만 봐도 이후 다른 시리즈들 메인 히로인은 다 히요노mk2고 마도카 타입 여캐들은 다 첫사랑이었던 여자로 끝나고
스작 취향이 히요노인건 확실해. 쿠루미도 ㅈㄴ 히요노였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아유무의 취향이 히요노가 맞는지는 불확실함. 아유무는 쿠루미도 ㅈㄴ 싫어했고 히요노한테도 자기 취향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했고, 히요노에게 취향을 바꿔볼까 한다고 말한건 형의 계획을 전부 알아차리고 난 다음이었지. 히요노가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건 우정의 연장선으로 봐도 여전히 성립하고. 딱히 이걸 강하게 지지하는건 아님. 스파이럴 본편에서는 쿠루미라는 이름은 커녕 키요타카에게 약혼녀가 있었단 사실조차 언급되지 않으니까. 아유무도 쿠루미 얘기 안꺼내고. 쿠루미는 거의 키요타카의 흑역사 취급이지. 하지만 쿠루미가 키요타카에게 미친 영향이 있을거라 가정하면 이렇게 볼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었음
마도카 - 아유무가 키요타카의 클론이라 좋아할 수 밖에 없던 사람 아유무 - 아유무가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형과는 다른 인물로서 좋아하게된 사람 이라고 본편 보면서 생각했었는데 이 글 보니깐 혼란스럽네...
본편에서는 키요타카의 여자는 평생 마도카 한명이었던 것처럼 묘사되니까. 물론 마도카 역시 키요타카의 스트라이크 존 안에 들어가는 여자인건 확실해. 하지만 키요타카는 결국 아유무가 마도카가 아니라 히요노를 택할거라 굳게 믿었지. 이 믿음을 가질 수 있던건 키요타카 자신이 마도카말고 다른 여자에게 끌린 적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키요타카의 일생에서 여자는 마도카와 쿠루미 뿐이니, 이건 결국 키요타카가 가장 사랑한 여자가 쿠루미였다는 결론이 나버림.
물론 이건 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해 아유무가 말한 '형은 형수를 여전히 사랑한다'를 믿을 것이냐, 믿지 않을 것이냐. 그 말을 믿기로 한다면 아유무는 모든 것을 희생하고 홀로 모든걸 극복해낸 초인이라는걸 믿는거임. 하지만 그 말을 믿지 않기로 하면, 아유무는 마도카와의 숨겨진 사랑 하나에 마음을 의지하는 보통 사람이라 믿기로 하는거지. 둘 중 어떤 아유무가 더 맘에 드는지는 독자의 선택임.
이 해석이 맞다고 보는게 키요타카가 히요노의 캐릭터성을 자세히 만들지는 않았음 히요노도 자세한 내용은 몰라서 자기가 알아서 행동했다는거 보면 히요노의 캐릭터성은 히요노를 연기한 본인이 만들었다고봄
위의 가설과 별개로 코히나타 쿠루미 시리즈는 별로 추천하지 않음. 본편과 진짜 너무 연계가 없을 뿐더러 추리소설로써의 완성도도 지극히 애매하다. 패턴도 너무 원패턴임. 코히나타 쿠루미 "키요타카아아아! 이번에는 반드시 그놈의 콧대를 꺾어주겠어!" 쿠루미가 멋대로 사건 현장에 난입함. 그리고 키요타카가 손대기 전에 자기가 먼저 추리를 해버림하지만 그 추리에는 모순이 있었고 사건은 미궁에 빠짐. 그걸 보던 키요타카가 트릭을 설명하며 사건을 해결코히나타 쿠루미 "키익! 다음에는 반드시 널 꺾어주겠어!" 이거 무한 반복하는 소설임. 마지막에는 키요타카가 동생이 자길 미워하게 만들기 위해 약혼깨고 마도카를 뺏었다는걸 깨닫고 미친 쓰레기라고 욕하면서 쿠루미가 손절치는걸로 끝남.
만화의 외전 소설이란게 인지도가 떨어지니까 알고 있는 사람부터 별로 없지 나도 이런게 있다는걸 지금 알았음 그래도 본 사람 아무도 신경 안 쓰면 아마 키요타카가 쿠루미란 캐릭터를 좋아하는 모습이 안 나와서 그런거 아닐까
그건 맞음. 키요타카는 최후에 쿠루미를 자신을 꿰뚫어본 유일한 인간, 자신과 대등한 능력을 지닌 존재로 인정하긴 했지만 그 이상의 특별함은 쿠루미에게 부여하지 않았음. 이미 관계를 정리하러 결심해서 그랬던 건지, 아니면 쿠루미를 처음부터 장기말로 생각했던건지... 이걸 쿠루미 독자들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건 '어차피 쿠루미는 키요타카에게 차인다'라는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 키요타카가 쿠루미를 사랑했다고 생각하면 너무 씁쓸한 결말이니, 걍 키요타카는 처음부터 쿠루미를 가지고 놀 생각 뿐인 개새끼였다 하고 생각하는게 더 편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