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개월 연재하고 끝날 줄 알았던 만화가 예상 이상의 반응을 불러모아서 그만둘 수 없게 된 타이밍에 애니화, 영화화가 결정, 떠밀리는 모양새로 계속 그려왔다. 그 에피소드에 관해서는 과거 인터뷰로 말씀하셨으니 이번에는 소학관 만화상을 수상했을 적의 추억을 묻고자 합니다.


상 자체는 야이바 때도 받았으니까 뛰어오를만큼 기쁜 일은 아니었지만, 좋은 평가를 받는 건 역시 기뻤죠. 근데 수상 후보에 오르면 발표 당일에는 편집자들이 다들 우리집에 모여서 결과를 기다리거든요. 편의점에서 사온 주먹밥 같은 걸 먹으면서 기다리고 있으면, 이번에는 수상을 실패했습니다라는 연락이 오고, 다들 허둥지둥 돌아가지.(웃음) 나도 마감이 있으니깐 일을 해야 하고, 다들 바쁘니까 딱히 아쉬움을 달래는 술자리를 갖지도 않아요. 그런 일이 3년 정도 반복됐으니까 이제 됐어, 상을 받으면 집에 오라고 전달했습니다.


확실히 그런 상황에 혼자 남겨지는 건 가슴 아프네요.


남겨졌다고 해야 하나? 모두가 말없이 가만히 우리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걸 지켜보는 게 싫었어요. 안됐다는 표정을 짓는 것도 내가 더 미안해지잖아요? 나는 어느쪽인가 하면 애니화랑 영화화가 터닝포인트라는 측면에서는 더 중요했죠. 연재 초기에는 좀 더 이렇게 그리는 편이 낫다느니, 이런 캐릭터를 등장시켜달라느니 편집부가 이런저런 주문을 하는 일이 많았는데 영화화 이후에는 노터치로, 내가 그리고 싶은대로 그리는 걸 허용해주었죠. 물론 필요에 따라서는 지금도 상담은 합니다. 하지만 나를 신뢰하게 된 걸까? 내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이유는 그런 점에서 기인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만화상도 수상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꼭 받고 싶지는 않았어요. 결과가 작품 그 자체를 좌우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30년이 흘렀는데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거랑 똑같은 거죠.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 다음에는 정말 아무도 오지 않게 됐어요. 2001년에 수상했을 때도 의식하지 않고 원고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당시의 편집장이 갑자기 찾아와서 '아오야마 씨 수상했습니다!'라고 말했을 때는 '뭐를요?'라고 대답했죠.


아오야마 씨가 가장 감회 깊은 에피소드로 꼽은 건 87권의 란GIRL/신이치BOY. 보육원의 이름표를 깨트려서 울면서 고치는 어린 란한테 신이치고 도움의 손길을 뻗는 두사람의 만남이 그려진 에피소드입니다.


30주년 기념책에서도 했던 말이지만 이 에피소드만큼은 꼭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이야 신이치는 건방지고 여유 넘치는 녀석이지만 태어났을 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추리 과정을 생략하고 결론만 말하는 것은 상대방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배웠던 것을 실천했지만 처음에는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았죠. 필사적으로 추리한 결과 명탐정의 소질을 개화한 것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그리고 싶었어요. 그것도 포함해서 멋있다고 생각해준다면 기분 좋죠.





란한테 있어서는 첫만남 때는 비호감이었던 신이치의 표현이 서툰 친철함을 알게 된 기념일. 그리고 신이치한테 있어서는 란을 지키기 위해서 처음으로 추리력을 발휘한 날. 시점을 바꾸면 저마다의 '현재'로 이어지는 성격과 관계성이 떠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미스터리로서의 반전도 준비되어 있는 점도 좋습니다.


좋죠?(웃음) 란과 소노코의 우정은 이 무렵에 시작됐구나 하는 것도 포함해서 이 에피소드는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역시 란이 신이치한테 뽀뽀한 1000화는 빼놓을 수 없죠. 연재를 시작한지 20년만에 드디어 여기에 도달했습니다. 최근 연재분이면 105권에 수록 예정인 에피소드도 마음에 들어요. 키드를 두고 하쿠바랑 대결하는 이야기인가 싶더라니 사실은 신이치랑 란의 러브코미디였다는 구성이 좋았어요.


미스터리와 러브코미디를 양립시키는 게 자신의 강점이라고 항상 밝히는 아오야마 씨. '보통은 살인사건이 일어나면 러브코미디를 할 상황이 아니니까 말이죠.'라며 웃지만, 100권 간행 기념으로 오다 에이이치로 씨와 대담을 가졌을 적에는 '그대신 우정 드라마를 그리는 건 어렵다'고 했다. '뜨거운 우정이다'라는 느낌이 되질 않는다고. 그러나 신이치와 헤이지의 서로를 신뢰하는 모습은 때때로 '뜨거운' 우정을 느끼게 한다. 란과 소노코, 란과, 카즈하 같은 여성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맞아요. 그리고 있습니다.(웃음) 그러니까 그 발언은 철회하겠습니다. 내가 그리는 우정이 좋다는 독자한테도 미안한 일이니까요. 다만 그리는 게 부끄럽다는 건 진심입니다. 아다치 미츠루 선생이 그리는 우정물은 물론이고, 겁쟁이 페달을 봐도 감동을 받고, 읽는 게 정말 좋은 작품은 얼마든지 있지만 내가 그리려고 하면 낯간지러워요. 러브 코미디를 그릴 때 부끄러움을 느낀 적은 한번도 없는데, 스스로도 좀 신기합니다.


올해 개봉하는 극장판 100만 달러의 오릉성은 러브 코미디&우정에 추가로 히지카타 토시조의 일본도를 둘러싼 역사 미스터리 요소도 있는 중후한 이야기. 일본도를 노리는 괴도 키드에 검객소년 오키타 소시도 등장합니다. 매직 카이토, 야이바와도 엮이는 그야말로 30주년에 걸맞는 작품입니다.


듣고 보니 그렇네요. 슬슬 키드랑 헤이지를 직접 대결 시켜볼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데서 출발한 작품이라서 그런 건 전혀 의식하지 않았지만요.





코난 만큼은 아니지만 키드와 헤이지도 인연의 대결입니다. 96권 키드VS타카아키 표적이 된 입술에서 키드가 카즈하로 변장한 사실을 모르고 키스를 하려고 한 적이 있죠. 카즈하가 엮이면 모지리가 되는 헤이지인데 과연 키드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각본의 오쿠라 타카히로 씨는 싱가포르에서 키드와의 대결을 그린 감청의 권, 그리고 헤이지와 카즈하의 러브라인을 그린 진홍의 연가도 각본을 담당했던 만큼 기대가 됩니다.


언제나처럼 이야기의 골격은 오쿠라 씨한테 맡기고, 러브코미디 부분은 내가 담당. 웃음이 나왔습니다. 각본이 완성됐구나 싶더라니 헤이지의 대사가 텅텅 비어 있어서요. 이런 시추에이션으로 써달라는 지시만 있었어요.(웃음) 그리고 일본도와 관련된 트릭도 내 아이디어입니다. 일단 각본이 완성된 다음에 내 다른 만화의 어떤 캐릭터를 이야기에 깊이 개입시키고 싶다는 요청을 했습니다. 뭐 구석구석까지 즐겨주신다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자신에게 '뭐 열심히 해라(웃음)'라고 하셨는데, 마지막으로 그 진의가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죽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일할 수 밖에 없으니까 말이죠.(웃음) 처음에 초심과 무엇하나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지만 지금은 하나의 에피소드를 다 그리면 일정 기간 휴식을 취합니다. 타임 슬립이 가능하다면 하나의 사건을 다 그리면 일주일은 쉬라고, 과거의 나한테 말해주고 싶을 정도로 휴식은 필요합니다. 인풋을 하는 시간도 중요하니까요.


아오야마 씨하면 만화만이 아니라 소설이나 드라마도 빈틈없이 체크하는 이미지. 최근에 특히 재밌었던 작품이 있다면요?


드라마는 이시코와 하네오. 법률 드라마인가 싶더라니 엄청나게 러브 코미디였던 점이 좋았어요. 지금도 계속 보는데 몇 번을 봐도 안 질려요. 만화는 이세계 삼촌이 전생물 중에서는 발군으로 재밌습니다. 그리고 체인소맨의 파워쨩한테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동료가 죽어서 무슨 생각이 들었냐고 물어보니까 '죽었다!고 생각했다!'고 대답하거든요. 나라면 적지 않게 담겼을 정서가 그 대사에는 일절 없었어요. 굉장합니다. 나는 절대 못 그려요. 그렇게 다양한 작품을 즐기는 여유는 만화가 생활을 오래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나도 앞으로 아카이 슈이치의 아버지 이야기를 그리고 싶고, 4월 10일에 발매하는 소년 선데이에는 7년만에 매직 카이토 연재를 재개하고, 해야할 일이 잔뜩 있습니다. 끝낼 생각이 있긴 한거냐?고 독자들이 불안해 할지도 모르지만 최종화 네임은 그려뒀으니까 느긋하게 진행할게요.


...최종화 네임, 보고 싶나요? 보여드릴까요?


사절하겠습니다!


후후후. 그러면 언젠가 그 날이 오기까지 기대하며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