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에 앞서 용어를 좀 다듬고 가자면


논리적: 어떤 '대상'의 '구조적 수준'이 높음(너 말이 되게 논리있다. 이 기계의 작동 매커니즘은 높은 수준의 논리를 따르는군요 등)

1.그 구조 수준의 높고 낮음을 판단하는 건 대상을 이루는 각각의 하위 요소들이 맞물리면서 정합성을 이루고 유기적 결합을 이루는지를 판단 근거로 할 수 있음.

2.구조적 층위를 따라서 아래의 자리한 작은 요소부터 하나씩 그 밸브를 돌려보고(작동시켜보고) 그 요소가 다른 어떤 요소적 사실을 반박하지 않는지, 그리고 유기적인 결합을 이루는지를 헤아리는 것으로 구조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음.


*예컨대, 어떤 능력 배틀물의 1권에서 등장하는 인물의 능력이 특정 제약을 요구한다고 명시해놓았지만 2권에서 갑자기 제약 없이 능력을 발휘하는 장면이 묘사된다면, 즉 그 하위 요소들(제약이 필요함, 제약이 필요하지 않음)이 서로 맞물리지 않는다면, 그런 비정합성이 숱하게 발견 된다면 이 만화의 구조 수준은 낮다고 할 수 있음.


복잡계: 어떤 체계의 구성 요소들이 서로 상호 작용하며(유의미한 상호 작용) 그 계를 구성함. 복잡계의 수준이 높다는 건 이 같은 요소간 상호작용이 높은 수준에 달해있음을 뜻함.

*부분들의 유의미한 교류가 세계에 기능하는 전체(계)를 만듬.


난잡계(제가 임의로 만든 개념): 복잡계의 수준이 낮은 상태, 그 계를 이루는 요소들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 요소간의 상호작용은 매우 얄팍함.

*복잡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교함이 떨어지는 계.



저는 기실 만화에서는 위의 논리라든가 복잡계적인 특성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생각하거든여.


심지어 기대할 필요도 ㅇ벗구


이런 가치들은 사실 철학서나 과학서, 문학에서나 기대할 수 있는 것이지 만화라는 시각 매체의 특성상


거의 재미를 기반에 두어야 하는 까닭에, 만화 호에로펜에서 한번 언급 되었듯이 특정한 장면을 위해서 적잖은 개연성이 희생되거나, 내용이 작위적이게 되거나


아니면 작가의 어떤 지적 한계를 까닭으로 그 요소 요소들의 정합성이 자주 무너지는 것을 보게 되샘


죠죠가 이런 정합성 파괴의 대표주자 같은데 그럼에도 죠죠가 만화로서 잘 기능하는 걸 보면

(죠죠 까는 거 아님 ㅡ.ㅡ; 4부 키라 요시카게 파트는 천재적이다라고 생각) 만화에서 높은 구조적 수준이 요구될 필요도 없다고 봐여


만화의 요소간 정합성을 파괴한다 해도 특정 장면들을 인상깊게 그려내는 것만으로도 우수한 만화가 될 수 있다고 보삼


물론 그 파괴를 얼마큼 납득이 가게 하는가는 작가의 역량에 따르겠구,,,


만화는 대개 매체 특성상 난잡계적이게 되는 숙명을 타고나지만 만화가는 만화의 난잡성을 복잡성으로 둔갑시킬수 있고(복잡계인 '척'하기)


이를 위해 만화적 사기를 잘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밀도 있는 그림으로 복잡계인 '척' 하기, 현학적 용어나 스페인어, 라틴어처럼 생활권에서 잘 쓰지 않는 언어를 구사해서 복잡계인 '척' 하기 등)


저는 이 같은 만화적 사기에 능통해 있는 게 토가시라고 생각하삼


이에 반해 던전밥은 재미를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복잡계적 특성을 띠는, 일종의 잘 만들어진 사고 실험을 보는 거 같아서 머단하다고 생각이 되삼.


실험 주체가 사고 실험에 쓰이는 무대를 설정할 때 철저한 자기 비판과 검증, 타자의 의견 수렴(이 경우에는 레퍼런스 수집) 없이는 그 실험의 수준을 높일 수 없다는 바를 상기하면


구이 료코는 훌륭한 시각적 사고 실험을 잘 매듭지은 거 같아서 갠적으로 찬사를 아끼고 싶지 않삼


만화를 이루는 요소간의 상호작용을 모두 검토했다고(요소의 밸브를 하나씩 돌려서) 생각이 들 만큼 어떤 요소가 다른 요소를 쉽사리 반박하지 않는 점이


진지하게 좀 경이스러웠샘


어떻게보면 그 철저함이 숨이 막히기도 해서 싫어한느 분들은 이 같은 철저함을 숨막혀 해서 싫어하는 것일 수도 있고


저는 이런 부분에서 대개의 만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상당한 차별성을 지닌 작품이라고 생각함요


단ㄱ순히 잼잇다 잘그린다 설정을 잘짠다 이런 개념을 넘어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