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때 1권이 나왔고 군대 갔다 온 뒤 예비군 1년 차에 마지막 권이 나왔지.

그땐 돈만 있으면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지, CB400F.

그런데 알고보니 돈이 얼마가 있던 국내에는 매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걸 깨달고 좌절했지.

못타면 딴거라도 타자며 중국집 배달하는 동네형들의 씨티 에이스를 얻어타며 놀았지.

그 형들은 내가 일진도 아니고 담배도 안 피는 찐따인걸 알면서도 정말 친절하게 오토바이 타는 법을 알려줬지. 스킵과 로퍼처럼 아름다운 청춘은 아니었지만 무언가 불태워보고 싶었지.

타카시처럼 여자친구를 태우고 달려보지도 못했고,  그저 어둡고 초라한 밤거리를 돌아다녔을 뿐이었지만 그것도 분명 청춘은 청춘이었지.

얼굴 위로 스쳐가며 답답했던 마음을 다 날려주던 밤공기의 촉감은 그 무엇보다 포근했지.

그때부터 내인생의 목표 하나가 만들어졌지.

'오토바이를 탈테다. 그걸 타고 어디든지 갈거야.'

알바로 모은 돈으로 첫 오토바이를 샀을 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지.

타카시의 CB400F는 아니지만 이제 이걸로 바람처럼 달릴 수 있겠구나.

20대 내내 오토바이를 타며 전국을 돌아다녔지.

하지만 나이가 먹고 제대로 된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오토바이는 그저 주말에 가끔 타는 이동수단이 되어버렸지.

같이 오토바이를 타던 친구들은 시간이 흐르자 전부 오토바이를 접기 시작했지.

결혼해서, 아이가 생겨서, 다른 취미가 생겨서, 재미 없어서, 사고가 나서, 몸이 아파서.

언젠가는 세계일주를 해보고 싶었지만 이제는 점점 멀어지는 꿈이나 다름 없어졌지.

가끔씩은 흔들리기도 해. 나도 이제 네발이를 타야하는 걸까?
나는 오토바이를 언제까지 탈 수 있는걸까?


이젠 무릎도 아프고 허리도 아파오고 멀리 가는건 갈수록 힘들어지고.

그저 시나가와 제로스처럼 맨날 돌던 코스를 돌고 복귀하는게 전부야.

그 시절 오토바이는 내게 청춘의 약속이었지만 이제는 과거의 유물이 되었지.

15년 넘게 달렸지만 나에게는 과연 무엇이 남은 걸까?

만화 속 타카시는 오토바이를 접었지만 난 끝까지 스로틀을 놓지 못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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