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 주 전쯤이었을까. 월만갤에서 어떤 사진을 보았다. 글 제목은 알라딘 리뷰가 재밌다 뭐 이런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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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처럼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댓글을 보니 왠지 제목이 익숙하다.


푸른 하늘 흐린 하늘? 한번 봤던 것 같기도 하고. 책장을 보니 역시나. <푸른 하늘 흐린 하늘> 시리즈가 있었다. 비닐 커버도 뜯지 않은 채로. 제목만 봤구나. 이참에 궁금해서라도 한번 봐야겠거니 했다.





며칠 뒤, 이번에는 월월뷰 공지를 보았다. 상반기 결산. 올해 읽은 책들을 헤아려 본다. 어째서인지 보지 않은 작품들이 마음에 걸린다. <푸른 하늘 흐린 하늘> 포장은 여전히 뜯지 않았다.


이젠 다른 책들도 함께 보인다. 지금까지 비닐 안에 가둬둘 생각은 없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읽지 않았던 만화들을 소재로 한번 써봐야겠구나 했다.





하려면 못 할 것도 없다. 이미 비슷한 기억도 있다. 개학 하루 이틀 전에 빈 일기장을 펼쳐 과거의 나를 원망했던 경험, 나만 있는 건가. 날씨 칸 채우는 게 그렇게 힘들었다. 그때는 기상청에서 찾아볼 생각을 왜 못했을까.


이렇게 일기장도 어떻게든 채웠는데 방학숙제라 생각하면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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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의 보은 01>





주인공은 참새를 구해준다. 저녁이 되니 인간이 보은을 하러 왔다고 한다. 어디서 많이 본 듯 하지만 기분 탓이겠지. <참새의 보은>에서는 새를 향한 유쾌한 사랑이 느껴진다.


터치도 가볍다. 이야기는 서로 느슨하게 이어진다. 내용을 까먹고 다시 페이지를 펼쳐보아도 된다. 반대로 스토리가 맞물리며 생기는 플롯의 마력은 느끼지 못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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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가볍기만 한 건 아니다. 의아했다. 왜 새들은 우리와 비슷하게 살고 싶어 하는지. 자기들끼리 회의를 할 때도 사람으로 변할 필요는 없지 않나. 자랑거리로 인간 세계에서 뛰어난 성과를 이룬 것에만 집중할 필요도 없고. 묘하게 딴지를 걸고 싶었다.


그들에게는 인간다움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가. 20세기 SF 작품들도 겹쳐 보인다. 지적 능력을 갖춘 외계인을 상상할 때 대부분은 인간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머릿속으로 떠올려보자. 그거다. 따지고 보면 다른 지성체도 팔을 달고 이족보행하리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참새의 보은>은 예상 밖의 반박을 내놓는다. 새가 인간의 모습을 선호하는 이유가 무얼까. 까마귀가 답한다. 인간이 아닐 때 학대당했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줍고 있어도 돌을 던진다.


자기들 보기에는 환경을 더럽히고 있다는 거다. 계산서를 뽑아보고 싶은 대목이다. 숲속 사회는 '사업' 한 번이면 일찌감치 사라지는 운명이기도 하다. 인류세에서 살아가는 생명체가 인간에 그토록 집착하는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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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은 숙녀의 소양이기에 01>



일명 '영애 더 록!'.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5월에 출간했다. 올해 연재를 시작한 만화도 넣으면 좋대서 넣었다. 발매일 기준이 일본이었으면 아쉬운 거고.


<록은 숙녀의 소양이기에>의 주인공 스즈노미야 리리사는 서민이었다가 어머니의 재혼으로 재벌 N세가 된다. 학교에서는 과거를 숨기고 '노블 메이든'이 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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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한다 싶었는데 문제가 생긴다. 다른 학생에게 기타 피크를 찾아줬더니 밴드를 함께 하자고 '설득'한다. 주인공은 손사래를 치다가 결국 밴드도 부모님 몰래 하기로 결심한다. 기타리스트는 노블 메이든 타이틀도 거머쥘 수 있을까.


둘은 록에 확실히 진심이다. 합주할 때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다. 자기들도 모르는 새에 독자를 치열한 연주 속으로 손짓한다. 두 사람이 에고가 강하다 보니 싫어할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이런 작품이 겪는 비슷한 문제도 있다. 작가가 프라이드를 가져 나쁠 건 없다. 그쪽을 더 좋아한다. 작품이 (누군가는 이런 표현도 싫어하겠지만) 마이너한 아티스트 등등을 공유하는 일기로 바뀌지만 않는다면. '그래, 너 잘났다.' 싶다.


<록은 숙녀의 소양이니까>에서는 비슷한 의구심이 들지는 않았다. 캐릭터들 열정만 보면 그래도 안 이상했는데. 잘 참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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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흐린 하늘 01–02>



시작하기 전에 하나 고백하겠다. '쓰레기' 평가를 본 뒤 작품을 접해서인지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갈 수 있는 곳에서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한번은 대사를 읽다가 단어 'blue–sky'를 보고 멈칫했다. 대쉬(–)가 아니라 하이픈(-)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좀 극성이었다. 감안하며 글을 봐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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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밑밥도 깔았겠다,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푸른 하늘 흐린 하늘>은 '표적' 여고생을 죽여야 하는 '청소인' 남자의 이야기다. 늘 그렇듯 우리의 남주인공은 사랑에 빠진다.




우선 나레이션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철딱서니 없다. 몰입을 다 깬 덕에 만화 감상을 문제점 찾기로 변질시켰다. 뭐 삶의 즐거움을 깨닫게 하고 죽인다느니. 사회면에 나오고 싶어 안달이 난 모양이다.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고도 하고 싶었지만, 알라딘 여론은 '쓰레기'를 빼면 다른 듯했다. 아쉽다. 적어도 내 취향은 아니다. 전개도 작위적이다. 사건과 사건 사이에서 작가의 존재감을 무시할래야 무시할 수 없다.

다른 요소도 마찬가지다. 특히 설정. 대책 없이 밀어붙이니 이곳저곳이 삐걱거린다. 2권 마지막이 압권이다. 어떤 리뷰를 쓴 심정을 알 것만 같았다. 답정너식 전개가 이렇게 위험하다.




플롯은 게을러도 분위기는 인상적이다. 시선은 건조하면서 퇴폐적이다. 둘은 회색지대를 떠다니며 남들의 마지막을 관조한다. 랑데부는 오래가지 못한다. 현실은 하늘에서 남녀를 끌어내리고는 묻는다. 어제처럼 삶과 죽음을 바라볼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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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레스토랑 세컨즈>





공지에서 '동서양 불문'이라고 했다. 좋은 말로 할 때 서양도 쿼터제로 끼워 넣으라는 무언의 압박같았다. (안다. 피해의식이다.) 전체 작품이 네 개니 이 리뷰는 정직하게 쿼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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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 케이티는 완벽함에 몰두한다. 늘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잘 살고 있다. 어느 날 케이티는 한꺼번에 실수를 저지르고 좌절한다.


그러던 중에 어떤 소녀와 함께 버섯이 눈에 들어온다. 먹고 나니 과거 사건은 '완벽'한 방향으로 바뀐다. 케이티는 버섯을 남용하기 시작한다.





책이 삼백 페이지 정도로 꽤 두꺼웠는데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읽었다. 등장인물이 좀 많았는데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캐릭터와 크고 작은 변곡점들을 단단하게 엮었다.


나는 중요한 인물을 한손으로 다 셀 수 없게 되면 현기증이 오기 시작하는데, 이런 사람도 문제없이 봤으니 이해하기 어렵지 않겠다.






이야기 전개에 따른 연출도 눈에 띄었다. 이미지들은 갈수록 선명하고 강렬해지며 두 색으로 회귀한다. 빨강과 파랑은 주인공이 겪는 내적 갈등을 시각화한다.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내지는 그렇다고 믿고 싶은 것. 어떨 때는 상징이 노골적으로 느껴져 아쉽기는 했다.


종업원 '헤이즐'이 해설자 역을 맡았는데, 플롯과 괴리감을 만들어 붕 뜬 것 같았다. 좀 더 조심스레 접근하면 어땠을까. 이것 빼고는 아쉬운 점이 없었다. 연속과 불연속에 대한 해석이 남달라 기억에 남았다. 결국 시각에 따른 차이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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