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서 산 만화 얘기만 따로 뗌



대충 사온 만화는 위와 같음

당연히 그리스어는 하나도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얘기도 거의 없고 대충 이렇더라~ 정도의 얘기만 될 것


그리고 가끔 다양한 곳 나가서 서점 둘러볼 때마다 느끼지만 한국은 정말 만화 취미로 보기 좋은 나라다

어딜 가든 정말 왤케 비싼지... 일반적인 한국 만화 가격의 2배+@는 항상 되는듯



미할리스 대장


사실 그리스로 떠났던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사랑하는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와 작가 니코스 카잔자키스의 영향 때문이었는데 여러 서점에 그가 쓴 소설 중 몇 개가 만화화된 것을 볼 수 있었음

그중 작가의 아버지 미할리스 카잔자키스와 작가의 한 세대 위 크레타섬의 다사다난했던 역사를 다룬 "미할리스 대장"을 샀음

그리스어 하나도 못하는 내가 내용을 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만화



표지를 보고 땡땡에 나오는 아독 선장 같다는 첫인상이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채색에서 에르제의 느낌이 났음

그리스의 근현대사, 그중에서도 특히 크레타 섬의 역사는 굉장히 아프고 험난한데, 그런만큼 나같은 제3자가 볼 때 이야기로서 대단히 매력적임(미안한 얘기지만...)

당연히 소설에 비해 많은 부분이 축약되어 있었는데, 그럼에도 그리스인이 그린 그리스 문학 작품의 만화화라는 점이 맘에 들었다



여담이지만 여행 중 니코스 카잔자키스 작가의 흔적을 굉장히 많이 좇아다녔는데, 박물관 등에서 본 실제 미할리스 대장의 모델인 작가의 아버지 사진으로부터 성난 멧돼지 같다고 묘사되는 그 박력을 짐작할 수 있었음

오히려 만화가 순하게 나온 것 같은 느낌...



아리스토텔레스


한국에서도 꽤 유명한, 버트런드 러셀의 일생을 중심으로 현대 수리철학사를 그린 만화 "로지코믹스"

그 로지코믹스의 그림작가 중 하나였던 알레코스 파파다토스가 그림을 맡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일대기임

참고로 저 로지코믹스가 아마 세계에서 제일 히트한 그리스 만화일 텐데, 탄탄한 기획과 깔끔한 구성과 그림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니 매우 추천함



역사인물의 전기를 그리는 작가의 미덕이라 해야 할까, 깔끔한 그림에 너무 과하지 않으면서도 또 지루한 느낌은 주지 않는 선이 로지코믹스에서와 같이 잘 드러났고 그림 감상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었다

사실 다른 것보다도 얘네는 자국의 실존했던 역사인물로 아리스토텔레스를 잡을 수 있다는 게 새삼 신기했다

플라톤,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이런 인물들은 뭔가 역사와 신화 사이 어딘가에 속한 거리감을 주는 인물들이라 느껴져서..



하드록


그리스의 언더그라운드, 대안만화임

들어갔던 서점의 인디만화가 점원 분이 재밌는 작가라며 추천해주셨음



지중해의 섬 구석을 벗어나 더 큰 세상의 위대한 예술가가 되고 싶어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인 젊은이의 좌충우돌을 담은 만화로

방탕하고 한심하고 호기로운 날것의 터치...

그림체부터 페이퍼백 똥종이 지질까지 더해져서 코믹스트립 느낌이 아주 찐했음

더해서, 어느 나라든 이런 감성은 전부 공유하는구나~ 싶었음



다음은 모 서점에서 일하시던, 서점 안내와 함께 만화들을 추천해준 어떤 인디만화가 겸 직원 분의 작품 두 권

밑의 사진은 사인을 해주시는 모습인데 그리스어로 두 권에 각각 '한국의 친구에게 감사를', '일본의 친구에게 감사를'이라 적어주심 (한 권은 내가 가지고 한 권은 일본 친구에게 선물로 보냄)



본인이 쓴 짧은 글 또는 셰익시스피어, 랭보, 예이츠 등의 문인들이 쓴 글을 싣고 옆에는 그에 맞는 그림을 그렸는데

어떤 페이지는 영어고, 어떤 페이지는 그리스어였음


'굶어도 좋으니 나 독립만화요' 외치는 이런 작품들에 대해선 내가 많이 너그러워지는 것도 있지만

불안하면서도 독창적인 표현들을 적잖게 발견할 수 있었고, 또 내게 그렇게 친절하게 대해준 이 만화인의 작품이었던만큼 맘에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읽을 수도 없으면서 왜 샀냐 물을 수 있겠는데, 그냥 내가 기념품으로서 책을 좋아하는 것도 있고 (여행 가면 꼭 그 나라 서점 들름)


그리스 인구는 천만명 남짓... 그러니까 그리스어 자체는 전세계에서 단 천만명만이 사용하는 매우 고독한 언어임

한국어도 어느 정도는 그 고립성이나 사용자 수 때문에 당장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리스어에 비하면 너무나 배부른 소리인 것

(출판사나 서점이 죽어나가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에 반해 그리스 알파벳 문자는 알파, 베타, 파이, 시그마 등등 학교 수학 시간부터 접한 익숙한 그것임

고대로부터 전해진 신비한 조형미를 뽐내는 문자와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 언밸런스함이 굉장히 맘에 들었던 것 같다


솔직히 메이저한 만화 대국들의 작품과 비교해서 엄청난 특장점이 있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나라든 재능있는 작가들의 수작은 있는 법인지라

지금은 한 권 빼고 전부 일본 갔지만 몇주동안 참 읽을수도 없는거 열심히 봤다



하여튼 귀찮아졌으니 대충 그리스 서점 만화 코너 매대 사진 몇개 올리고 끝냄

의외로 피규어샵 같은 일본 서브컬쳐 특화 씹덕스팟도 없진 않았는데 들어가거나 사진을 찍지 않아서 뭐 더 쓸 말이 없음


그리스어로 번역하지 않고 영어 원서도 그냥 들여오는 것 같아서 생각보다 다양했음

알아볼 수 있는 만화들도 꽤 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