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도 드라마도 만화도 소설도


결국 나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가장 강렬한 순간이다.




10년 전에 보았던 영화의 줄거리가 기억나지 않더라도


압도된 감정 하나만큼은 생생히 떠올릴 수 있는 것처럼.




이를테면 이창동 감독의 <시>


전개가 떠오르지 않아도 미자의 마지막 낭송만큼은 기억에 남는다.


<올드 보이>의 롱테이크나 <마더>의 버스 춤판 또한 쉬이 잊혀지지 않는 것들이다.




<골든 카무이>에서 느꼈던 경외나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서 느꼈던 숭고함 또한 기억에 남는다.


장편으로 갈수록 장면의 임팩트가 가지는 힘은 절대적이다.





만화에서 개연성이나 핍진성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단 하나의 장면, 압도적인 클라이막스를 향해 나아가며


양면 페이지의 힘을 전개하는 것은


어쩌면 독자의 마음에 하나의 흔적을 남기기 위한 발버둥이 아닐까.





그리고 그런 발버둥을 싫어하는 사람은 있을지언정 미워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