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어’는 사고 주체가 속한 집단이나 사회에서 체득되어 관념적인 의구심을 제기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은 개념 일반에 변주를 주어 과연 일상이 어떤 식으로까지 뒤틀릴 수 있을가를 시도해보는 일종의 실험 만화로 간주할 수 있다.
- 어떤 개념의 변주로 하여 실제의 세계에 반하는 왜곡된 세계를 창안해내는 것은 많은 창작자가 지향하는 바이다. 그러므로 실제적 세계와 일 대 일로 대응않는 세계를 만들려는 창작자의 창작물은 그 종류를 막론하고, 물리법칙과 사회 규준에 기속되는 실제의 세계에서 용인되거나 허용되는 여러 요소(생물학적, 물리적, 사회적 요소 등)의 가능한 정도(수준)를 벗어난다는 데에서 그 결을 같이한다. 서평의 대상이 되는 침어도 이 같은 창작 의도를 따르나 대개의 창작물이 인간의 보편적인 기대나 소망, 염원, 욕구 등을 증폭하거나 축소하는 데 반해 침어는 인지적으로 도외시되는, 그다지 주목할 만한 대상이 못 되는 지점에 변형(증폭과 축소, 왜곡)을 가한다. 변형은 작품 안에서 아주 국소적으로만 작용하는 까닭에 등장인물이 그 지점들에 놀라 까무러치는 등, 이에 대해 과장되게 반응하기 마련임에도 불구하고(즉 과장된 요소에 과장된 반응을 보이기 마련이지만) 당 만화의 등장인물은 그 세계에서 발견되는 갖은 왜곡들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이 같은 바는 침어의 등장인물들의 인지적 수준이 그 세계의 요소들이 과장된 수준만큼 조정 되었음을 의미하며 현실의 우리가 집단에서 쉬이 배우는 사고적 편향을 깨뜨리는 바를 맞닥뜨릴 때 적잖게 놀라거나, 그러한 바를 부정하거나, 멸시하거나 부아를 낸다는 바를 상기했을 때 이 같은 외부 세계에 대한 무감응은 실로 주목할법 하다.
- 즉, 정도를 벗어난 ‘침어’적 세계는 현실의 우리가 으레 도외시하는 특정 지점을 과장했지만, 그 세계에 살아가는 인물들은 그 과장된 지점들에 그다지 감응하지 않는다. 그 세계가 조정되었을 때 그들의 인지적 수준 또한 ‘조정’되었지만 그와 같은 조정에서 비롯되는 인지 주체의 감응(지각->반응) 수준은 세계가 조정된 수준과 일 대 일로 일치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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