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4때부터 (초사 4 ㄴㄴ) 드래곤볼에 홀라당 빠져서 

매일 수업시간에도, 집에서도 몇 시간을 토리야마 선생 그림을 따라하면서

만화가의 꿈을 오랫동안 키웠었음. 그래서 미대도 갔고 


결국 재능부족으로 그림과는 좀 다른 일들을 하면서 살아왔지만

요즘 참 ... 이렇다하게 볼만한 만애니가 없다보니 결국 돌고돌아 드래곤볼 생각이 나더라



그래서 아주 오랜만에 토리야마 그림을 모작하면서 옛날에 느꼈던 것들, 지금 느끼는 것들이 많은데 

토리야마 풍의 그림을 그리는 요점에 관한 글을 한번 정리해서 써볼 생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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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직접 그려본 부르마와 기타등등.. 사실 토리야마식 그림의 인물 분위기를 흉내내는 것은, 

어느정도는 누구에게나 진입장벽이 낮아보일 수도 있음. 그런데.. 과연 그럴까? )




그림을 잘 그리는 실력 이전에, 

토리야마식 그림의 느낌을 내려면 꽤 많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함

(토리야마의 인물 그림체 자체는 나카츠루 카츠요시나 카케루 정도면 꽤 잘 모작한다고 봄) 



근데 그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잘 못 본 거 같아서 정리해서 적어봄

(나중에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유튭 영상을 만들어볼 계획으로 좀 자세하게 씀)





일단 내가 생각하는 토리야마 월드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 



[디오라마적 감각]



쉽게 얘기하자면 애들이 장난감, 인형놀이를 하면서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즉흥적인 상상력 같은 게 필요함


그게 도대체 그림과 무슨 관계냐? 싶겠지만,

토리야마는 만화로 돈 벌어서 프라모델을 사는게 목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워낙 프라모델과 장난감을 평생 사랑한 사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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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작업실에 쌓여있는 프라모델을 직접 만들어서 잡지에 투고하기도 하고, 
다른 작가들에 비해 토리야마가 유독 변태적으로 메카닉을 잘 그리는 이유는

당연히 그가 메카닉을 아주 사랑하기 때문임ㅋㅋ


그가 주로 즐겨그리는 것들은 오토바이, 자동차, 프로펠러기, 2차대전 미군,독일군,일본군 장비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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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산명 선생이 꽤 좋아했던 탈것인 WW2 미군의 M3 LEE.

미야자키 하야오도 상당히 좋아했던 차량이며, 워낙 오밀조밀 재미있게 생겨서 

큰 데포르메를 거치지 않았음에도 위에 뺴꼼 튀어나온 아라레쨩과 너무 잘 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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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맨날 봐도 끔찍하게 잘그림...  이런 토리야마의 메카닉 그림은 이 위에 기름종이 놓고 한번만 따라 그려봐도

참.. 이게 사람인가? 싶다.  거기다 십 수년을 펑크한번 없이 원고는 원고대로 그리고,

추가로 굳이 이런거 안그려도 아무도 뭐라 안하는 이런 정교한 일러스트도 심심하면 그려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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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야마의 이런 메카닉 그림들을 직접 많이 따라보면서 자연히 느낀 건데, 

그가 유독 오토바이와 경장갑 차량을 즐겨 그린 이유라면

이런 세로 표지의 좌우가 좁은 공간에 그리려면 중전차나 비행기는

좀더 압축된 SD형태가 아니면 그림의 밀도감이 많이 떨어지더라. 인물도 커다란 차량에 묻히게 되고) 




토리야마가 닥터슬럼프 시절, 가끔 드래곤볼에서도 

걍 별 이유없이, 마치 아이들이 장난감을 갖고 놀듯 그려댔던 메카닉들이 

유독 리얼하고 정교했던 이유는 주로 그가 소장한 프라모델을 직접 보고 그렸기 때문임 


당시는 요즘처럼 참고자료가 흔하지도 않던 시대라 더더욱
(토리야마는 프라모델 설명서의 정밀한 그림들도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었음)


특히 그의 메카닉 그림들을 보면 유독 정교하게 (당시 소년만화 시대상에 비춰보면 의아할 정도로) 그려진 부분이 많은데,

이런 것들은 위에 적은 '디오라마적 감각'에서도 또 하위분류로 특기할 만한, 그만의 독특한



[디테일업 감각]


이라고 이름 붙여도 좋을 것 같다. 

(디테일업 = 모형 덕후들이 모형을 더 실물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직접 모형에 정밀한 추가요소를 붙이는 것)




중요한 점은, 모형을 보고 그냥 따라 그리는 게 아니라 

토리야마 특유의 데포르메 감각으로 짤뚱하고 귀엽게 재창조하는 것인데 


토리야마식 메카닉 그림을 몇번 따라해본 사람은 느껴봤을 테지만

저게 진짜 말이 쉽지, 토리야마 아니면 그 누구도 저 맛이 좀처럼 잘 안남ㅋㅋ 


(일단 여기서부터가 토리야마식 세계관을 흉내내기가 어려운 대 난관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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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이 워낙 소형이라 살짝만 데포르메해도 세로표지에 잘 들어가는

구일본군 전차들도 토리야마가 종종 선호하던 오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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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토리야마는 파인몰드같은 모형브랜드와 협업해서,

아예 자기식으로 데포르메된 밀리터리 피규어와 메카닉들을 제품화하기도 했음

미쳐버린 덕업일치 스케일..




흔한 말로, 토리야마의 그림은 3D화 해도 이질감이 적고

어떤 각도에서 봐도 형태가 일그러지지않는다고들 하는데 


당연한 일임.

토리야마 그림체의 본분은 '마치 프라모델을 눈으로 보면서 그려낸 듯한 감각' 이고 

워낙에 구석구석 단추나 재봉선같은 것까지 철저하게 그리기 때문에, 


이것이 60-80년대 무렵 그때까지의 미국식 그림 + 테즈카 오사무식 데포르메에

그 특유의 꼼꼼한 디테일과 질감 묘사를 조합시켜서 


그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의 원천이 되었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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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작아서 잘 안 보이지만, 왼쪽의 원본 그림을 잘 보면 

하단 날개의 리벳에서 흘러나온 녹물이 그려져 있다.
이 또한 당시의 타미야 MM 모형 열풍, 그리고 그런 조류와 맞물려 돌아간 

스타워즈식 리얼을 추구하는 작법, 또 그것의 영향을 일본식으로 재해석한 

건담 MSV 등의 스타일을 동시대적으로 제대로 해석한 토리야마의 감각이 돋보임

저 기체에 장비된 라이플은 마치 건담에 나온 게루구구의 그것 같기도 하고,

스타워즈의 무언가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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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일러스트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 

2차대전 즈음의 항공기들은 저렇게 리벳을 박으면, 리벳이 박힌 주위가 살짝 움푹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토리야마는 저 심플한 그림체로도 그런 걸 미세하게 표현해 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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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 이런 부분이야말로, 딱히 밀덕 아닌 그냥 평범한 독자들이 

느끼는 시각 정보상으로도 '뭔가 다른 작가들하곤 어딘가 다르다' 는 식으로

정보량을 알게모르게 쌓아올린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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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야마의 그림은 원래부터 그의 머릿속에서 3D 적으로 형태감, 양감, 공간과 위상을 꼼꼼하게 구상해서 그려진 것이어서

그대로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거나 입체 모형화해도 당연하게도 마치 만화에서 고대로 튀어나온 듯한 실감이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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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이런 표지 일러스트 같은데서 종종 쓰는 화풍인

선의 강약을 없애고, 그냥 굵은 선으로 좀더 단순하게 양식화한 스타일도 있는데


특히 그림쟁이들이라면 잘 알거임


이런 걸 보면 '토리야마 그림은.... 그거 솔직히 따라그리기 존나 쉬운거 아님?'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 분명히 있긴 한데, 


정말 아무리 따라 그려봐도 죽어도 저 특유의 느낌이 잘 안남ㅋㅋㅋ

그의 그림체는 단순히 선맛이 어쩌고, 인체가 어쩌고 로는 간단히 설명이 안 되기 때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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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야마의 눈으로 본 디자인적인 요소 요소들을 더 깊게 파고들어 보자면, 아래와 같다고 생각함 



1. 모형에 대한 사랑 (주로 WW2 독일군과 미군, 현대 미군과 온갖 현용물 오토바이, 차, 비행기 등등)

2. 공룡, 동물은 또 존나게 잘그림 

3. 당시 대유행하던 울트라맨, 고질라, 디즈니, 아메리칸 코믹스 등 일/미 대중문화와 영화 스타워즈, 매드맥스, 바버렐라 등이 복합된 디자인 감각  

4. 성룡/이소룡 액션영화를 매우 좋아하는 작가 취향상 딸려오는 중국풍 디자인들 

5. 사진의 MA.K 마쉬넨 크리거의 영향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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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적은 [디테일업 감각]으로 이런 그림을 해석해보면, 

참으로 모형을 개조하고 디테일업하듯 그리는 토리야마 특유의 맛을 음미할 수 있음

미군풍 기총과 탄창, 엠블렘, 분명히 열수있게 그려진 전방 보닛, 보닛 개폐 손잡이, 호이스트 고리, 
역시 정밀하게 그려진 바주카의 조준기 등. 


특히 이 그림에서 꼼꼼한 부분이라면 후방 적재칸에 노끈으로 묶어둔 무전기와

철제 난간에 작게 그려진 노끈을 거는 작은 고리. 

이런 식으로 그림 안에서 자기만의 작은 설정과 기계적 합리성을 슥슥 그려내는 작가는 

당시엔 정말 독보적이었고, 지금도 드물다.

양 사이드의 기총을 강조하기 위해 헤드라이트는 중앙에 1개로 몰은 것도 특유의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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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야마는 Ma.K (일본 모형지에서 전개된 소설과 프라모델을 결합한 연재물) 와 스타워즈풍 메카닉을 상당히 좋아하는데, 

독특한 점은 거기에 중국풍의 글자나 유선형의 자동차나 항공기의 이미지를 믹스해서 

자기풍의 메카닉 디자인으로 버무린다는 점임. 


이런 것이 토리야마 식의 탁월한 기계물 조형감각이며,

위 그림을 보면 참으로 토리야마가 좋아하는 요소는 죄다 때려박은 게 보임


토리야마가 유독 좋아하는 독일군 MG-34같은 총열, 독일군식 헤드라이트커버, 
Ma.K식 탈것에 2차대전후 미국산 자동차같은 느낌의 곡선과 백미러를 더하고 

엔진노즐은 또 70년대 항공기 풍이고. 

기총은 빅커스식 총열인데 탄창은 러시아풍이고 


위의 야무챠 그림과 비교해보면 공통되는 토리야마가 유독 선호하는 감각의 요소들이 잘 보임 


(야무챠 그림에 나온 차량과 비교하면, 여기선 후방에 보닛이 있고 

그걸 개폐가능한 손잡이까지도 분명히 묘사함.

거기다 전방 기총의 탄피배출구도 안전하게 하단으로 뚫어놓음)


거기다 심심하면 동물, 공룡, 로봇 등의 요소들을 합쳐서

다른 그림쟁이들은 도무지 따라하기 힘든 토리야마의 감각이 나온다고 생각함. 


(위 그림도 그냥 수인 캐릭이 아니라, 미국 영화 BADASS 주인공풍으로 옆으로 꼬나문 담배나

고글 등으로 디오라마적 감각을 더해서 토리야마 식으로 소화하는 것이 보임) 



이러한 아이들이 참 좋아할 법한 요소들을 죄다 버무려서, 즉석에서 주물대며 갖고노는 감각.

그런 감각은 

드래곤볼 특유의 즉흥적인 스토리 작법과도 맞물려서 오묘한 시너지를 냈다고 본다 



토리야마식의 그런 느낌을 왜 '인형놀이'라고 안하고

'디오라마적 감각' 이라고 했느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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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들이 당시 토리야마와 같은 모형팬들이 아주 좋아했던 디오라마 = 정경 모형임 . 

즉 인형이나 탈것만 있지 않고 그것들과 풍경을 조합해서 

하나의 순간이나 풍경을 스냅샷처럼 보여주는 것. 그게 디오라마인데



토리야마의 그림들은 워낙 특유의 그 오밀조밀한 정밀묘사와 더불어

소품과 배경, 풍경까지 단순하지만 꼼꼼한 필치로 가득가득 그려내는 게 특징이라고 봄 



그게 내가 생각하는 토리야마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디오라마적 감각' 인데

이런 느낌은 당시에 어떤 만화가에게서도 찾아보기가 힘든 것이었고, 


그 후 수많은 그림쟁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  

뭐 원나블과 같은 소년만화는 말할것도 없고 .. 




아래같은 토리야마식의 일러스트를 보면

정말 인물들의 다채로운 동작, 상황설정, 소품 하나하나 놓여진 방식까지

마치 그림이 아니라 실재하는 공간처럼 느껴짐. 


그런 디오라마적 감각이 그림체 이전에 토리야마식 화풍의 큰 특징이며, 

그의 그림이 질리지 않고 독특한 리얼한 감각으로 영원히 사랑받는 이유라고 생각함


물론 이런 토리야마의 감각은 '볼만한 그림 실력의 기준점'이란 것을 터무니없이 높여버려서 

그의 등장 이후로는, 이런 수준을 능가하기 위한 

그림쟁이들의 고난의 세월이 시작됐기도 함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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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 시리즈의 특징이라면 

기존 드퀘같은 토리야마식 환타지 디자인에 스팀펑크, 디젤펑크를 자기식으로 결합한 건데

이 또한 지금와선 별거 아닌듯 보여도 당시엔 꽤나 독창적인 센스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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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가 란판의 겨드랑이를 보고 감탄했듯, 어렸을때 난 저 머플러의  연기에 그림자를 표현한 것에 정말 짜릿함을 느꼈었음.

단순해 보이지만, 당시에 저런 사고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토리야마 말곤 단 한명도 없었으니까)


그의 '디오라마적 감각'이 이 한장에서도 잘 보이는데, 

위에서 설명한 평소보다 더 심플한 선을 쓴 스타일의 그림이지만서도 


꽤 치밀하게 설정된 3명의 시선처리, 디테일하게 그려진 장 봐 온 야채들, 차량의 뒤쪽 난간에 그려진 볼트들이 디오라마적 섬세함을 살려내고 있음. 


또 토리야마가 일러스트를 그릴때는 
이 그림에서 아래 무천도사가 살짝 보이는 것처럼 주제 말고도 살짝 곁다리를 그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방식 또한 토리야마식 '리얼함'의 큰 요소임 ( 저 작은 공간에도 햇빛 가리개를 펼친 걸 묘사함) 


위 그림에 오공이네 트럭만 있을때와, 밑에 무천도사까지 있을때를 상상해 보자면 그림의 느낌이 상당히 다를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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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림을 그릴때도 웬만하면 간단한 배경묘사를 덧붙여서 

세계관의 리얼함을 살려주는 것이 토리야마식 화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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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지금 내 책상 옆. 토리야마 그림의 맛을 제대로 내려면, 아무튼 모형을 존나 좋아해야함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