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속물과 천연'
일본문화의 희극이나 만담에서 비롯된 보케와 츳코미라는 말을 다들 알것임
보케 = 극을 이끌어가는 바보역, 천연 (천진한 바보) 이란 속성도 여기서 유래
츳코미 = 보케 옆에서 말을 받아치거나, 리액션하는 역할
토리야마의 작품에는 주연으로 천연스러운 보케가 극을 이끌고,
서브주연에는 속물속성의 인물을 배치하는 경우가 많음
(여기서 속물이란, '더러운 인물' 같은 뜻이 아니라
세속적이고 인간적인 감정과 욕망을 담당하는 캐릭터를 말함)
예를 들어보자 :
1. 천연 아라레 & 속물 슬럼프박사 +숨겨진 최강자 갓쨩
주인공보다 더 과묵하고 순수한 캐릭터가 사실은 진짜 힘을 숨긴 최강자라는 패턴도 토리야마가 좋아함
2. 천연 소년오공 & 속물 소녀부르마
뭐 말이 필요없는 듀오
중요한 점은 드래곤볼 작중에서 오공과 짝을 이뤄 속물속성을 담당하는 캐릭터는
거의 대부분 [드래곤볼을 모으려는 인물]임.
그리고 그런 캐릭터들은 독자도 공감할만한 욕망을 품거나,
혹은 어이없는 소원을 빌거나 해서 다채로운 재미를 줌
3. 천연 소년오공 & 속물 소년크리링
4. 천연 소년오공 & 속물 무천도사
5. 천연 런치 & 속물 무천도사+크리링
6. 천연 청소년 오공 & 속물 청소년 치치 (치치도 천연계지만 이때는 결혼이란 스토리 급전개 역할을 담당함)
오반이 태어나고,
천연 오공/오반과 대립하는 인물 쪽에
피콜로, 라데츠, 프리저, 16 1718호 등의 입체적인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작품의 분위기가 더 성숙해지고 다채로워짐.
이때는 속물역에 피콜로 & 천연역을 오반이 맡으면서
동시에 '미스터리한 캐릭터지만 사실 알고보니 최강자였어!' 롤까지 오반에게 부여됨.
이 속성은 오반에게 그 후로도 쭉 이어짐
피콜로야 뭐 말이 필요없이
속물 악역인 줄 알았지만 사실 그저 외롭고 따뜻한 녀석이었다는 반전을 보여주며
Z초반 최고의 명장면을 만들고 .
7. 천연 오공 & 속물 베지타
8. 속물 프리저 (+복흑 최종보스) & 천연 베지타 (+가련한 왕자님 속성)
- 물론 이때는 둘다 악당이지만, 재밌게도 프리저가 최종보스 역할로 등장하면서
베지타에겐 가련한 일족 최후의 계승자 속성이 추가됨.
9. 속물 기뉴특전대 (+프리저의 기쁨조 역할) & 천연 프리저 (+얼굴 붉히는 리액션담당)
- 토리야마의 작품엔 호모 혐오 유우머가 종종 등장하는데, 아무리봐도 프리저와 얘네의 관계는 괴상해 보인단 말이지
사장님 오늘도 끝나고 한판~?
아, 아닙니다...
이런 느낌
10. 속물 인조인간 20호 & 천연 인조인간 19,18,17,16호
이건 닥터슬럼프의 박사와 아라레 관계의 변형이라고 봐도 좋음 ㅋㅋㅋ
'과묵한 캐릭터지만 실은 최강자였어!' 역할은 16호가 담당
[왼쪽부터 아라레, 갓쨩, 터보쨩]
11. 속물 바비디 & 천연 다브라
- 마계의 왕? ㄴㄴ 왕바보 다브라
12. 속물 바비디 & 천연 부우
13. 속물 사탄 & 천연 부우
- 드래곤볼 최고의 관계 설정중 하나가 아닐까? 이 재밌는 콤비의 이야기는
따로 떼어내서 동화로 만들어도 좋아보일 정도임
드래곤볼 모든 캐릭터를 통틀어도 가장 인간적이고 친근한,
다양한 감정묘사를 보여주는 사탄에게 독자의 감정을 한껏 이입시키는 파트이기도 하고
그래서 특히, 마지막 윈기옥 충전 때 뭔 악플러같은 말이나 씨부리는 인간들에게
재미있는 속물속성 캐릭터 사탄이 일갈하는 장면에서 최고의 쾌감을 줌과 동시에,
사탄의 복합적이고 멋진 캐릭터성도 완성시킴.
사탄은 가장 중요한,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할 순간에는 그저 속물만이 아니라
사실은 숨은 본성인 '천연'을 드러내는 타입이라고 볼 수 있음.
( 셀에게 당당히 첫번째로 개김 / 목숨을 걸고 부우를 설득하려 함 / 목숨걸고 16호 머리를 전달 /
부우 원기옥 때 목숨걸고 베지터를 대피시킴 )
작품 최후반, 파워 인플레가 극한으로 치달은 시점에
싸우지않고 대화와 우정으로 해결한다는 안티테제를 대놓고, 그렇지만 매력적으로 보여준 점도 흥미로움
14. 속물 바비디 & 천연 마인베지타
- 역시 굉장히 흥미로운 설정이자, 사탄과 함께 드래곤볼 전체에서도 손꼽히게 좋은 설정인 것 같음
베지타는 자기 말로는 순수악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서 바비디의 마법을 받아들였다고 함
오공 일당과 살기좋은 지구에 물들어서 착해지는 자신이 싫어서ㅋㅋ
즉
이.. 이렇게라도 하지않으면 고쿠쨩, 날 봐주지 않는걸!
스러운 츤데레+순애계 속성이 강렬하게 부가되면서 베지타의 캐릭터성이 오묘하면서 다채로워짐ㅋㅋㅋㅋ
여기서 굉장히 흥미로운 지점은
지금까지 베지타를 속물계열 캐릭터로 만들어왔던
가장 큰 속성인 '자존심'이 더 큰 상위속성인 '가족애'로 치환된다는 것임
[자존심마저 버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인류에 대한 속죄를 택하는 순간]
하긴, 왕자에서 진정한 사이야인의 왕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인류를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것이 필수조건이니까
비록 드래곤볼 슈퍼가 똥망이긴 해도
슈퍼에서 베지타가 히어로로 완전히 돌아선 모습은
Z 이후를 토리야마가 쭉 연재했다고 가정해도 당연히 그렇게 됐으리라 보이고,
Z 마지막 베지타의 회개는 참 좋은 마무리 같음
15. 마지막 최고의 콤비, 속물 오공 & 천연 베지타
부우와의 마지막 결전
나랑 한번 하자고 협박하는 오공과 츤츤대지만 당연히 해주는 베지타 ㅋㅋ
땀 삐질대면서 결국 해줄게 뻔한데...
워낙 장면 자체가 급박한데 얼탱이 터지게 웃기기도 하고,
굳이 따져보자면 여기서는 이미 속성이 천연 가족사랑맨으로 변경된
베지타와 오공의 관계역전,
그리고 둘의 합체를 통해 오공과의 긴 라이벌리, 우정, 사랑이 완성되는 명장면 중의 명장면
부우편은 마치 닥터슬럼프로 돌아간듯한 분위기로 초반엔 당혹감과 욕도 많이 먹었지만,
전에 없이 묘사되는 가족애나 유머러스하면서도 멋진
미스터 사탄의 캐릭터, 이 합체 장면 등이 최근에도 계속 이슈화되면서 인기가 유지되는 것같음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결국 토리야마는 원래부터 잘 해오던 스토리와 인물 조형을
닥터슬럼프 때부터 드래곤볼 끝까지 쭉 고수했던 것으로 보임.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