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인트가 인기 많이 끈 이유는 독자의 역린을 잘 긁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역린 중에서도, "급"에 대한 독자의 신경을 잘 건드렸다.

누군가를 무서워하고, 누군가를 동경하면서도, 누군가는 깔보는 독자들의 교활함이나 옹졸함을 절묘하게 반영한 작품이라고나 할까.



홍설에게 감정이입하는 독자들 입장에서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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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은 완벽초인으로서 독자들이 함께하고 싶은 존재임. 홍설이 유정이랑 사귀면 자기까지 급이 올라가는 느낌이 들어. 왕자님이 나 데려가주는 것처럼.

그런데 유정은 서류 걷어차고 어쩌고 하면서 날 괴롭혀. 


난 저 사람의 급으로 올라가고 싶은데, 어딜 감히 넘보냐며 날 무시해. 아주 화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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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연은 살다보면 흔히 만나는, 집단의 상위 카스트야. 나보다 아주 높은 존재는 아니고,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따라잡을 수 있을거야. 아마도.

그런데 남주연은 거짓말치고 이간질하면서 날 괴롭혀. 유정같은 최상위급은 자기같은 상위카스트랑 연애해야하는데 왜 나따위가 껴드냐는거야.


나보다 아주 잘나지도 않은 사람이 내 상승을 견제해. 와 화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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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라는 나랑 비슷한 급이야. 내 친구고. 그러니까 내 편 들어줘야 해. 그리고 나 버리고 올라가버리면 안돼.

그런데 장보라는 내가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있을때 귀여운 권은택이랑 잘되니 안되니 하면서 날 안 챙겨주네.


나랑 비슷한 급이 왜 나랑 비슷하게 안 노냐. 너는 내 친구니까 너무 떨어져도 곤란하지만, 나보다 앞서지 말고 살짝 뒤에 따라와야지. 기분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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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곤은 나보다 밑이야. 감히 날 넘보지도 못할 존재지. 나는 유정이나 백인호랑 연애해야 되는데 뭔 놈의 오영곤이냐. 그런데 감히 나랑 맞먹겠다고? 

소개팅에 나보다 밑급이 나오면 자괴감 느낀다고 그러잖아? 내가 이렇게 타락했나 싶어서. 그런데 오영곤 따위가 감히 나한테 접근하는거야. 미친거지.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냐? 설마 주위 사람들은 내가 오영곤 급으로 보이는거야? 난 유정급이어야 되는데? 꺼져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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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있는 사람들 다 용서해도 손민수만큼은 용서할 수 없어.


유정이나 남주연이 나 괴롭히는건, 나보다 위에서 그러는거니 참자.

장보라는 내 친구니까 참자.

오영곤은 그냥 내가 차버리면 알아서 떨어지겠지.

그런데 감히 손민수 따위가...



손민수는 내 안중에도 없는 존재야. 예쁜것도 아니고, 공부도 못하고, 돈도 없어보여, 

이런 엑스트라는 날 칭찬해서 내 자존감 채워주거나, 나 힘들때 "그래도 난 쟤보다는 나으니까."라는 우월감 느끼게 해주는 것 외엔 역할이 없어야 해.

그런데 얘가 내 머리모양 따라하고 옷입는거 따라한다고? 나처럼 보이겠다고? 너가 내 급인 줄 아냐? 너가 내 급이 되겠다고? 너가? 감히 너가?


너는 계속 바닥에 있어야지 어딜 감히 날 넘보냐? 감히 날! 절대 용서 못해! 그대로 열등한 채로 짜져있어!




특히 홍설에게 감정이입했을 많은 독자들에게, 

오영곤이나 손민수가 유정, 남주연, 백인하보다 더 격렬한 분노를 일으켰던 것을 생각하면, 


치인트는 내가 동경하는 위에서 날 무시하는 것도 싫지만,

내가 얕보는 아래에서 나와 맞먹으려는 것은 결코 용서할 수 없다는 알량한 감성을 제대로 찔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치인트는 독자들의 "급"에 대한 역린을 보듬어주는 형태로 끝났다.


홍설은 유정과 연애하면서 카스트 최상층으로 올라왔고,

남주연은 유정에게 차이고 미국인가 어딘가로 떨려나면서 홍설에게 역전당했으며, 

장보라는 홍설에게 충실한 조연으로 되돌아왔고,

오영곤과 손민수는 감히 홍설의 급을 넘본 죄로 짓밟히고 말았다.



치인트는 폭력이니 노출의 과격한 장치를 쓰지 않으면서도,

사람이 숨겨놓는 교활함, 특히 "급"에 대한 두려움은 정말 잘 건드리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