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so lonely

 

2016

 

 

능동적이며 진취적. 타 걸그룹, 혹은 아이돌 전체로 그 대상을 넓힌다해도 이 단어가 그들보다 어울리는 이가 있을까 싶다. 밴드 체제로의 성공적인 전환 후 내놓은 신곡은 그 변신이 단순히 레트로 구현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음을 내비친다. 키보드의 레게 리듬 위 기타리프를 얹어 포인트를 준 후렴구의 운용이 가장 인상적. 그 외에도 어느 악기 하나 소외되지 않은 균형감, 연주의 측면에서 벗어나 '한 곡의 노래'로서 평가해도 부족하지 않을 캐치한 선율 등 그간의 변화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완성도 높은 싱글이다. 아이돌의 캐릭터를 형성하는 재료 중에는 음악에 대한 애티튜드도 포함되어 있음을 완성도 높게 보여주고 있는 최근의 행보가 놀랍다. 정말 노래 제목대로, 아니 그룹 이름대로 가는가보다.

 

 

 

새 싱글을 처음 듣고 느낀 감상은, 원더걸스의 2막이 이렇게나 멋져서 행복하다는 것이었다. 멤버들이 함께 작곡한 노래로 컴백한 모습을 보며, 데뷔 당시 막내였던 92년생 선미가 만 14세에서 24세가 되는 동안 새삼 많은 일들이 있었고 지금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이틀 'Why So Lonely'는 여름이면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던 레게팝 장르지만 웃음기가 없다. 데뷔곡 'Irony'의 뮤직비디오가 슈퍼파워를 가진 어린 소녀들이 '니 말 하나도 말이 안 돼' 지적하고 깔깔 웃으며 바람 핀 남자친구를 혼내주는 내용이었다면, 'Why So Lonely'에는 기대에 지쳐 분노조차 서늘한 성인 여성이 나온다. 10년 동안 그들은 같은 서사도 이렇게 다르게 전달할 수 있는 그룹이 되었다. 아이돌은 '성장'을 파는 비즈니스라지만, 그게 이렇게 '원걸'이란 페르소나의 자아 획득에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분명 롱런한 인기 그룹, 그 중에도 재능 있는 그룹에서나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기념할 만하다.

 

 

감상적일 수 있는 멜로디가 몽롱한 사운드 속에서 때론 가볍게 휘날리면서 흐른다. 뮤직비디오에서 마네킹을 척살하면서도 무심한 얼굴, 바로 그것이다. 1분이 되어서야 당겨 들어가는 "Tell me why"로 시작되는 훅이 유난히 가슴에 내려앉는 것은 그래서다. 싱글에 담긴 세 곡은 내내 감정을 절제한다. 시큰둥한 얼굴로, 하지만 나직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섹시함으로, 뻔한 말이지만 '어른스럽다'. 그러면서 (유빈과 혜림이 주축을 이뤄) 늘 알고 있던 원더걸스의 조금 뻣뻣하면서 유쾌한 매력도 잊지 않는다. 곡들의 큰 틀은 분명 케이팝에 뿌리를 대고 있는데, 밴드 구성이어서 더 매력적이지만 밴드 구성이어야만 나올 수 있는 곡들인지는 논의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원더걸스가 '밴드 음악'을 해야만 한다는 게 아니라, 따라갈 수 없을 음악적 혁신의 잠재력이 이 음반의 몇 대목에서 보이는 단초에 있다고 본다. 원더걸스는 정말로 '원더'가 되고 있다. (뮤직비디오의 플롯 역시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이전의 5인조 시절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Reboot"보다도 한층 더 나른하고 몽환적인 무드가 깊어진 싱글. 철저히 미국적인 '아시안 걸그룹'을 연기하던 이전과 달리 원더걸스는 한층 더 자신다워졌고, 그것은 '소녀'는 있어도 '여성'은 없는 케이팝 씬에서 가장 독보적인 행보라 할 수 있다. 편안한 중저음의 보컬과 랩은 피상적인 이미지의 성숙뿐만 아니라 보다 더 본질적인, 콘텐츠 측면에서의 성숙을 표현한다. 여기에 멤버들의 자체적인 프로듀싱 참여에 의해 진정성까지 확보한 상태. 이제 원더걸스는 현재 케이팝 걸그룹 씬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성숙'을 노래하는 여성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Reboot" 앨범을 즐겨 들으면서도 이것이 표제처럼 원더걸스의 '리부트'가 맞는지 반신반의했었으나 이번 싱글에서 확실히 긍정하게 되었다. 노래를 듣던 중 무심결에 '올해 신인상은 원더걸스가 가져가는 것은 아닐까'하는 망상까지 해버렸을 만큼 지금껏 익숙했던 원더걸스와는 달라졌다. 단순히 춤 대신 악기를 연주하고, 자작곡을 부르는 형식상의 변화를 떠나 그룹이 지닌 어떤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모두가 익히 아실 그룹의 스토리부터 멤버 구성의 변화, 그리고 9년의 시간을 거쳐 온 원더걸스는 무대 위에서 더는 노래를 열창하거나 혼신의 힘을 다해 춤을 추거나 하는 일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게을러진 것이 아니라 거꾸로 애쓰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는 쪽에 가까울 것이다. 이번 싱글에 실린 세 곡은 사장님이 그렇게 요구하던 '공기 반 소리 반'을 음악으로 만들어 담아낸 듯한 결과물이다. 원더걸스는 연차가 쌓인 아이돌 그룹이 자신들의 세계를 어떻게 확장하고 이어나갈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분명한 사례가 되었다.

 

 

 

노곤하다. 템포나 전체적인 톤 또한 굳이 모험에 나서지 않고, 유지시킨다. 사실 걸그룹에서 이런 노곤한 사운드를 기대하기는 요원한 일이다. 원더걸스의 이 곡은 정확히 그 틈새를 노린다. 그런 노곤함을 진득하게 밀고 나가는 것이 그다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멤버가 보여준 합에 있다. 타이틀 곡에서 보여주는 노곤과 달리 이 곡에서는 좀 더 그룹만의 탄탄함을 힘을 빼가면서 부른다. 그렇기에 이런 합이 곡의 리스크를 줄여준다. 이런 합이 자연스레 들린다는 점에서 이 곡은 괜찮은 곡이다. 때때로 곡과 벗어나는 순간도 존재하지만, 이 또한 안전한 범주 내였다는 것을 재확인시키며 나아간다. 노곤하다, 그러나 안일하지 않다

 

 

 

현재 차트에서는 「Why So Lonely」가 선전하고 있지만, 지난 번 서울 레코드 페어에서 7인치 한정판 바이닐 싱글로 판매했던 이 곡 역시 이번에 원더걸스가 내놓은 두 번째 '밴드 컨셉'의 3곡 가운데서 돋보이는 트랙이다. 밴드가 작곡가 프란츠와 멤버들의 공동작업인 이 곡은 일단 라이브에서도 충분히 멤버들이 연주가 가능할 만큼 심플하고 미니멀하게 편곡하면서도 그 속에 (소속사의 '그 분'께서 그렇게 외치시는!) 그루브를 충실하고 부드럽게 담아냈다. 특히 드럼 파트의 연주는 이번에도 1970년대 말~1980년대 초의 레트로 사운드로 안정되게 뽑혔다. (유빈의 랩을 제외한) 멤버들의 보컬 역시 (이번 싱글 전체에서 느껴지는 공유점이지만) 일부러 힘을 빼고 은은하고 필을 담아 불러내는 것이 곡의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작년의 그 적절한 '변신' 이후 이제 그것이 안정 궤도에 이르렀고 정말 그룹의 정체성이 되어감을 확인하게 만드는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