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경기권 대학교 이공계 학생 2학년 입니다

재수를 해서 나이는 22살이고 군대는 안다녀왔습니다


저는 음악적 재능이 있지도 않고 제대로 배워 본 적도 없습니다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던건 고등학교 때 부터인데 부모님은 쓸데없는짓 말고 공부에나 집중하라고

학원을 보내주시지 않아 고2 쯤 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서

제가 번 돈으로 몰래 배웠던게 처음입니다


학원비는 꽤 비싼 금액이었고 용돈도 거의 안받았기에 세달 배운게 끝이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도 좀 대충 해주신건지 저한테 맡춰주신건지..

애들이라면 바이엘 부터 배웠을텐데 저는 그런 교재는 한번도 안쳐봤고

선생님은 저한테 치고싶은 곡 있냐고 물어보곤 제가 들고온 곡이랑 하농만 조금 배웠습니다

처음으로 배웠던게 summer 하고 the entertainer 쉬운버전 이었죠


학원을 관둔 뒤로 집에 피아노가 없으니 칠 기회가 거의 없었다가

고3때 아르바이트를 다시 시작하고 디피를 저렴한거 하나 사면서 다시 생겼습니다

체르니 같은걸 쳐야 할 생각을 못했고 그냥 제가 치고 싶은걸 쳐왔죠

캐리비안의 해적, 시크릿, 인간곡장 주제곡, 젓가락 재즈, 등등..


대학생 된 이후로 다시 성인피아노 학원을 몇군데 다녀봤는데 선생님들 얘기가 다 똑같네요

자세, 손 모양 다 이상하고 감정 싣는법좀 배워야 겠다고

아직 얼마 안돼서 이상한건 많지만 다행인건 고치는 중입니다


제가 작곡과에 관심이 생기게 된 건 얼마 전이었습니다

피아노 나름대로 독학 중이지만 아직 모르는게 많았죠

학교 밴드동아리에 들었는데 코드반주도 배워서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참에 이론적으로 제대로 한번 배워볼까 해서 두꺼운 책을 하나 샀습니다

기보부터 화성까지 나온 기초이론 책인데 기보를 넘어가고 조성, 화성을 배우기 시작하니깐

제가 쳐봤던 곡이 왜 어떤음으로 끝나는지 왜 이런 화성이 들어있는지 여기 임시표는 왜 붙은건지

곡의 분위기가 신나거나 슬픈 이유는 뭔지 다 이해가 되더라구요

이공계라 그런지 음악을 공식?적으로 다가가니깐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학교다닐땐 가장조 사단조 이런게 무슨 풀뜯어먹는 소린지 하나도 몰라서 제일 싫었던게 음악인데 말이죠


그리고 저는 거의 고등학교 때 부턴 남들은 다 가요(멜론 차트에 있는것들) 들을 때

저는 혼자 피아노 곡들을 듣곤 했어요

그냥 마음에 드는 곡들(주로 빠른 템포) 을 듣는데

특히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곡들이 마음에 드는게 많았습니다

'와.. 이 음악으로 그 영화의 분위기를 살리는구나, 이 곡으로 감정을 전달하는구나'

그리고 여러가지 편곡들을 들으면 신나고 어떤 곡이든 바꿔보고 싶고 하더라구요

또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 굉장히 다향한 음향이 쓰이잖아요

마음에 드는 선율이 들리면 몇화의 몇분 몇초 인지를 기록해놨다가 어떤 곡인지 꼭 찾아보곤 합니다


대학교에 와서는 보잘 것 없는 실력이지만 밴드동아리에서 건반으로 반주도 해보고

보잘 것 없는 실력으로 채플(대학교 예배)수업 때 반주도 맡아보고

음악 관련 교양은 다 찾아보고 (전공이랑 시간표가 항상 곂쳐서 한번도 못들어봤지만)

시험기간에는 그 때 꽂히는 곡이 생기면 디피로 치는 것만 계속 연습하느라 시험도 거의 못보곤 했습니다

밥먹을때나 잠잘때나 항상 그 곡만 머리속에서 울리고 손은 건반치듯이 계속 움직였죠

수능볼때 링딩동이 울리는 것처럼 저는 일상에서 항상 좋아하는 곡이 울렸습니다


음악이 너무 좋아져서 얼마 전부턴 어릴때 피아노를 못배워본게 안타깝기만 합니다

나중에 성공하면 음악먼저 배우고 싶단 생각만 듭니다

미리 배우는 겸 해서 이론책 사서 화성부분 공부해보고 들은 생각은 작곡을 배워보고 싶단 거였죠

꿈은 영화나 드라마에 쓰일 만한 분위기 있는 곡을 만들어보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아는 유명한 곡들을 전부 느낌있게 편곡해보고 싶습니다


작곡과에 대해서는 실기부터 모집요강 등 어느정도 알아봤습니다

선생님도 한분 알아내서 어제 전화로 약속잡고 오늘 상담받고 오는 길입니다

확실히 이번 입시에 합격하기는 기간이 짧아서 커리큘럼이 빡빡하네요

제 목표는 청음 없는 인서울 4년제인데 청음 그래도 어디까지 되나 배워보라고는 합니다

내년 입시도 볼 의향은 있지만, 그러려면 지금 다니는 학교는 거의 자퇴하게 될 거 같네요


지금 다니는 학교는 졸업만 하면 이공계라 먹고 살기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작곡을 대학교에서 전문적으로 배워서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

나중에 선생님을 하게 돼도 지금 배우는게 적성에 그리 맞지도 않고 벌이도 비슷할 거 같은데

아쉬워하진 않을겁니다

걱정되는 건 청음테스트를 해봤는데 음감도 많이 안좋고 작곡에 재능이 없어 입시를 계속 떨어지지 않을까 입니다

좋은 선생님 찾아서 제가 한번 도전 해 볼만 할까요?

그냥 좋아하는 것과 전공, 생업으로 삼으려는 것 과의 차이를 극복 할 수 있을까요?




요약

1. 음악(피아노쪽)을 매우매우매우 좋아하는 경기권 이공계 2학년

2. 남은 입시는 6개월. 내년도 볼 생각은 있지만 빨리 가고싶고, 내년에 또 보면 지금 학교는 거의 자퇴

3. 피아노 지멋대로 독학만 4년쯤. 화성학 이제 보기 시작함

4. 미래에 선생님돼도 상관없음. 올해 갈 수만 있다면 인서울에 족함

5. 꿈은 음향감독 or 영화나 드라마 삽입곡 제작 or 다들 아는 곡들 분위기 있게 편곡


선생님 알아보고 상담받고 온 상태인데 입시 바로 도전할까요?

재능없이 좋은 선생님한테 잘만 배우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