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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 국제연대 유튜브 라이브 콘서트는 코로나 시대 노동자 연대의 새로운 방식을 보여준다”
올해 노동절에 가슴 뛰는 영상을 만났다. 전 세계 18개 나라 노동자와 뮤지션들이 부른 ‘세계 노동절 국제연대 유튜브 라이브 콘서트’ 영상이다.
영상은 1시간 15분 동안 영국, 남아공, 칠레, 아르헨티나, 필리핀, 벨기에, 모로코, 콜롬비아, 포르투칼, 대한민국, 프랑스, 쿠바, 러시아, 브라질, 우루과이, 터키, 이탈리아, 스페인의 노래로 이어진다. 나라, 출연진, 음악, 메시지, 스타일이 각기 다르지만 모두 노동절을 기념하고, 전세계 노동자들을 응원하고 연대하는 마음으로 뭉쳤다.
이 영상은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아예 집에서 나올 수 없고 집회도 할 수 없자, ‘영상으로 연대하자’ 의견을 유럽쪽 노총에서 내며 출발했다. 각 나라의 노동조합총연맹 국제연대 담당자들이 3주간 화상회의를 했고, 노동운동과 연관을 맺고 활동해 온 뮤지션들을 섭외했다. 그들이 노래하는 영상을 찍은 다음 합쳐서 하나의 영상을 만들고, 노동절 당일 온라인에 업데이트하기로 했다.
영국과 칠레 등에서는 새로운 영상을 찍었고, 형편이 되지 않는 나라에서는 예전 영상을 활용하되 멘트를 따로 찍었다. 이 모든 영상은 스페인 노총에서 책임지고 편집해서 공유했다. 그리고 노동절 당일 오전 11시 전후로 온라인에 공개했다.

실제로 예년 같으면 나라마다 거리에서 기념행사를 하고 집회를 했을 텐데, 올해 노동절은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크게 모일 수 없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겪은 고통은, 노동절 집회를 할 수 없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해고와 무급 휴직이 늘어나면서 노동자들의 삶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올해 3월 고용동향은 지난 해 3월에 비해 도매 및 소매업 취업자수는 –4.6%, 숙박 및 음식점업은 –4.9%, 교육 서비스업은 –5.4% 가량 줄었다. 전일제 환산 방식으로 계산하면 취업자 수는 훨씬 더 줄어든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이 IMF 위기 직후인 1998년(-7.0%) 수준이라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이다.
이 같은 현상이 한국에서만 일어날 리는 만무하다. 해고를 막기 위해 정부들이 애쓰기는 하지만, 노동자의 삶이 흔들리지 않는 나라는 없다. 특히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맨 앞에서 싸우는 보건 의료, 공무원 노동자들의 삶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노동자의 삶과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영상 속 뮤지션과 노동자들의 노래는 더 큰 울림을 준다. 맨 처음 등장하는 영국의 빌리 브랙(Billy Bragg)은 1983년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비판 정신을 노래해 온 유명 뮤지션이다. 남아공의 치코 트왈라(Chicco Twala)와 노크웨지 들라미니(Nokwezi Dlamini), 칠레의 인티 이이마니(Inti Illimani), 아르헨티나의 빅토르 에레디아(Victor Heredia), 벨기에의 악셀 레드(Axelle Red), 콜롬비아의 아드리아나 루시아(Adriana Lucía), 포르투칼의 세바스티앙 앙투르네스(Sebastião Antunes)와 콰드릴랴(Quadrilha)도 마찬가지이다. 프랑스의 티보 드페베(Thibaud Defever), 쿠바의 아르날도 로드리게스(Arnaldo Rodríguez), 브라질의 티코 산타 크루즈(Tico Santa Cruz), 터키의 반디스타 (Bandista), 이탈리아의 모데나 시티 램블러스(Modena City Ramblers) 등도 꾸준히 연대하며 활동하는 뮤지션들이다.
맨 처음 등장한 빌리 브랙은 벤조를 튕기며 ‘There is Power in a Union(노동조합 속에 힘이 있다)’고 노래한다. 영국의 민요를 닮은 노래는 경쾌하다. 두 번째 노래는 남아공이 이어간다. 노래 앞에 등장하는 남아공노총의 사무총장 베키 찰린찰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희생을 마다하지 않으며 모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나서는 돌봄 노동자에게 존경을 보낸다. 치코 트왈라와 노크웨지 들라미니가 함께 부른 흑인영가풍의 곡 ‘Yibambeni(붙잡아라)’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더 간절해진다.
칠레의 관록 있는 저항음악 그룹 인티 이이마니가 부른 ‘El pueblo unido, jamás será vensido!(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는 50여년 간 남미 민중들이 불러온 대표적인 민중가요이다. 모일 수 없어 각자의 집에서 노래한 영상을 합쳤음에도, 노래에 흐르는 힘은 오히려 더 강력하게 밀려온다. 시위 장면을 이어 편집한 영상을 보면 세계 곳곳에서 싸우는 이들의 존재를 확인하며 가슴이 뜨거워진다. 인티 이이마니의 멤버가 투쟁을 통해 정의와 존엄성이 실현되는 세상을 만들자고, 단결하자고 주먹을 쥘 때도 마찬가지이다.
아르헨티나의 빅토르 에르디아가 ‘Todavía cantamos(우리는 아직도 노래한다)’는 노래로 전 세계 노동자들에게 특별한 포옹과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클래식 기타를 튕길 때는, 왜 한국의 방송은 이 메시지를 전하지 않는지 반문하게 된다. 노동존중 사회를 말하지만, 날마다 노동자들이 죽는 세상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늙은 뮤지션의 노래는 늙은 노동자의 노래처럼 들린다. 집회 영상에 얹은 필리핀 라피스 아티스트(Lapis Artists)의 노래. ‘It’s almost five months again(5개월 만에 다시 계약 종료)’는 흡사 노래부터 영상까지 죄다 한국의 모습 같다. 비정규직, 파견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들처럼 보이는 필리핀 노동자들의 모습 때문이다. 영상과 간절한 노래는 왜 국제 연대를 해야 하는지, 노동자가 누구의 손을 잡아야 하는지 분명하게 가리킨다.
한편 벨기에의 팝 뮤지션 악셀 레드의 곡 ‘Un ami(친구)’는 가장 취약한 상태에 있는 이들을 방어해야 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애절한 목소리로 고통을 겪는 이들을 향해 나아간다. 반면 모로코의 호바 호바 스피릿의 노래 ‘New planet(새로운 세계)’는 흥겹다. 한국의 킹스턴 루디스카를 떠올리게 하는 리듬감과 관악기의 협연 덕분이다. 낙관의 정서가 물씬 묻어나는 레게풍의 곡은 코로나19 사태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준다. 콜롬비아에서 희망과 사랑과 연대의 인사를 전하며 노래하는 경력 24년차 인기 뮤지션 아드리아나 루시아의 곡 ‘Para hablar de amor(당신에게 사랑을 말하기 위해)’는 신비로운 남미의 사운드로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까지 인도한다.
포르투칼의 세바스티앙 앙투르네스 & 콰드릴랴가 밴드 편성으로 노래하는 ‘Não dêem cabo do mundo (세상을 멈추지 마라)’ 역시 의미심장하다. 바이올린과 아코디언 연주를 부각시켜 세상을 망치지 말라고 경고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의 전국노동자노래패협의회가 부르는 ‘단결, 투쟁의 노래’가 이어진다. ‘노동조합가’, ‘바리케이트’를 비롯한 대표적인 노동가요를 이어 부르는 이들은 전문 음악인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노동자의 복장으로 노래해 더욱 인상적이다. 다른 나라의 영상보다 다소 경직되어 보이지만, 한국 노동운동의 문화를 힘차게 소개하는 영상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프랑스의 재즈 뮤지션 티보 드페베가 노래하는 ‘Aimons-nous(même vacillants)(서로 사랑하자)’는 클래식 기타 하나로 가장 섬세하고 예쁜 노래를 들려준다. 메이데이에 들을 수 있는 노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곡은 봄햇살처럼 보드랍다.
노래는 멀리 쿠바에서도 날아왔다. 아바나에서 활동하는 탈리스만 밴드의 아르날도 로드리게스가 부르는 ‘‘Vivir para vencer(승리를 위해 살다)’는 쿠바 민속음악 구아구앙코의 리듬감을 앞세운다. 전 세계 예술인들의 단결을 희망하는 그의 목소리는 빼어난 연주와 쿠바 노동자 집회 영상에 섞여 감동을 키운다. 그리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활동하는 아르카디 코츠 밴드(Arkadiy Kots Band)의 명료한 연대 메시지만큼 신나는 펑크 곡 ‘There is Power in a Union (노동조합 속에 힘이 있다)’는 만국 공통의 설득력을 전해준다. 맨 처음 들었던 빌리 브랙의 곡과는 완전히 다른 즐거움이 넘치는 편곡이 빛난다. 한국의 크라잉넛이 불러도 좋을 곡이다.
브라질의 티코 산타 크루즈가 부른 ‘Fica Bem(잘 지내세요)’는 우리의 일자리와 우리의 권리를 지키자는 인사보다 편안하다. 발렌티나 프레고(Valentina Prego), 모니카 나바로(Mónica Navarro), 에드가르도 다비치 메티올리(Edgardo Davich Mattioli)를 비롯한 여러 우루과이 뮤지션들이 함께 부른 곡 ‘A Redoblar’는 곡의 아름다움이 특히 돋보인다. 이번 ‘세계 노동절 국제연대 유튜브 라이브 콘서트’의 음악적 완성도를 단단히 채워주는 곡이다.
터키의 좌파 밴드 반디스타가 부른 터키 민속음악 스타일의 ‘Haydi Barikata(바리케이드를 향해-최후의 결전)’은 빵과 정의와 자유를 부르짖는 목소리가 신명난다. 저항가요로 유명한 ‘Bella Ciao(벨라 챠오)’를 대규모 공연장에서 함께 부르는 이탈리아의 진보적인 밴드 모데나 시티 램블러의 모습도 앉아서 보기 어려울 정도로 활기차다. 펑크와 민속음악의 질감을 섞은 음악 스타일도 흥미진진하다. 마지막 곡은 당연히 ‘La Internacional(인터내셔널가)’이다. 스페인의 호세 로드리게스, 모르텐 헤스페르센, 미겔 페레스가 피아노와 바이올린, 더블베이스로 연주한 곡은 그동안 알고 있던 인터내셔널가와 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이렇게 많은 뮤지션들이 노동자와 연대하며 함께 싸우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노동자의 노래가 다양하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세계 노동절 국제연대 유튜브 라이브 콘서트’ 영상은 코로나 시대 노동자 연대의 새로운 방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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