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글을 읽어봤는데 내가 봤을 땐 이런 문제인 것 같아.
멜로디를 입으로 흥얼거릴 수는 있지만
건반으로 치면 머리 속의 악상과 다르게 느껴진다 <--- 이게 네 얘기 같은데
악상이라는 건 리듬, 선율, 화음으로 이루어져 있어.
음을 흥얼거릴 수 있다면 리듬과 선율에는 문제가 없다는 거야.
그럼 결국 화음 문제인 거지.
한 마디로 넌 네가 원하는 화음이 뭔지 모르는 상태인 거야.
다르게 말하자면 코드와 코드진행을 덜 겪어본 거지.
예를 들어 3도 진행 시의 느낌이나 2도 진행 시의 느낌 같은 것들 말이지.
2도 진행은 코드 간의 공통음이 적어서 음색이 풍부하게 느껴지고, 베이스의 이동량이 작아서 듣기에 부드러움
3도 진행은 공통음이 많아서 음색의 변화가 적고 베이스의 이동량은 평범한 수준이라 적당히 부드럽지.
이런 걸 어떻게 아냐고?
별 거 아냐. 몇도 화음인지, 어떤 진행인지 아는 상태에서 친다면
너도 금새 깨달을 거야.
문제는 이거지.
'몇도 화음인지 아는 상태' <--- 이걸 어떻게 만드느냐는 거야.
예를 들어 네가 만약 플랫 7도 화음인 'bVll' 코드를 배우고 싶어.
그래서 C키의 bVll는 Bb라는 생각으로 건반을 쳤어.
그 소리가 과연 bVll의 소리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그냥 Bb소리에 불과하겠지.
그럼 bVll 소리를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토날센터가 C인 상태에서 Bb코드를 쳐야해.
: 토날센터가 뭔가요?
: 그건 말이지. 토날리티(Tonality)의 센터(Center)음을 일컫는 말이란다.
: 조성의 중심음을 말하는 겁니다. C키면 C음이 토날센터...
그렇다면 토날센터를 C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C키라는 것이 잘 드러나는 진행을 통해
스스로의 뇌가 '아 이 곡은 C키인가?'하고 인지하게 만들어야 해.
흔히들 1-5-1 이 조성을 잘 드러낸다고 말하지.
그럼 1-5-1-7b로 치면 될까?
이론적으로는 그렇긴 한데, bVll 코드의 소리를 마음 속 깊이 깨닫기에는 뭔가 허전해.
: 씨발어쩌라고
: bVll코드가 들어가 있는 곡을 찾아서 치십쇼.
예를 들면 김광진의 편지 같은 곡 말야.
첫 벌스의 '괴롭히지는 않겠소' 하는 부분의 Eb가 bVll코드야.
: 이런 곡들을 언제 일일히 찾나요? 시발 악보 본다고 이게 bVll인지 알 수가 있나요??
: 그래서 음악은 레슨비가 많이 깨집니다...
선생을 구하면 그 선생이 직접 코드진행을 만들어오든, 아니면 네가 원하는 진행이 있는 곡을 가져오든 하겠지.
그 사람은 듣는 것 만으로도 bVll가 들어간 곡인지 아닌지 쉽게 간파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테니까 말야.
여기까지 읽었으면 말 안해도 알겠지만
이론서나 강의만 보고 배운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사람의 학습 능력은 질좋고 긍정적인 피드백이 오갈 때 최대화 되는데
(수준에 맞는 문제를 풀고, 그로인해 성취감을 느끼는 상태 <-- 이때 학습능력이 최대화)
혼자서는 자기 수준에 맞는, 분석 할만한 곡을 찾는 것부터가 난제거든.
분석하다 막히면? 끙끙 앓으면서 강의 10개 쯤 더 보고 다시 분석할 거야?
그럴 순 없잖아.
선생을 두는 편이 좋아.
: 그렇다면 어떤 선생을 모셔야 할까요?
가장 좋은 건 네가 하고 싶은 장르에 능숙한 사람을 고용하는 거야.
그러지 않고 선생이 없는 상태에서 유투브 강의나 책을 통해 이론만 지식의 형태로 받아들인다?
고문일 뿐이라고 생각해. 실질적 효용이 제로에 가깝거든.
클래식에서 하는 말이 다르고, 재즈, 팝, EDM에서 하는 말이 다 다른데
중심을 잡아줄 선생 없이 혼자 배운다니... 스트레스만 받을 뿐이야.
최소한의 기반 정도는 깔고 시작해야 해
피아노를 1년이나 쳤다고 했지?
그런데도 이런 고민을 갤에 올릴 정도면
상당히 기계적인, 말 그대로 건반치는 훈련만 받고 있는 듯 한데
선생에게 음악을 좀 더 진지하게 해보고 싶다고 말해보는 게 어때?
: 선생님... 저... 작곡이 하고 싶어요!!
: 좋아요. 한번 해봅시다. 목표는 그래미상이에요.
: 아 너무 감동적이야...
십덕콘만빼면 좋은글이다
ㅋㅋ ㅌㅋㅋㅋㅋㅋㅋㅌ ㅋㅋ좋은글
피아노 1년 치면 음감은 대부분 생길텐데
십덕이 미래다
좋은 글이네요.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