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외할아버지 내외는 농부셨습니다. 코리안전쟁 때 남측 보병으로 징집되어 싸우시다가 총을 여러 발 맞으셨다고 합니다. 아파서 자살하려고 다리에서 뛰어내렸는데 물이 얼어서 살아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라에서 뒤늦게 참전용사라고 작은 훈장도 받으셔서 말년에 연금도 조금 타시면서 사셨습니다. 그러다가 시골 의사에게 위암 오진을 받아 치료를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저희 친할아버지와 두 동생은 모두 인텔리인데 전쟁 때 월북을 하셨습니다. 피해가 갈까봐 이산가족 신청을 몇 년 전에 해보니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저희 작은 할아버지는 국회 출입 기자셨는데 중앙정보부가 형 소식 아냐고 자꾸 물어서 무서워서 기자를 그만두셨다고 합니다. 저희 할머니는 재혼을 안하시고 홀로 삯바느질로 저희 아버지를 길르셨습니다. 아버지는 빨갱이 아들이라고 욕먹을까봐 쉬쉬하며 사셨다고 합니다. 지금도 할아버지 관련 질문을 하면 처자식을 버린 아버지는 무책임한 사람이라며 화내십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분단이 오래가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하며 친일파가 싫어서 월북한 사람도 많았거든요.
아무튼 이산가족 집안으로서 우리 민족의 통일은 저희 가족간의 만남과 화해이기도 합니다.
이 땅에서 다시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전쟁이 나면 북에 사는 친척들과 얼싸 안고 인사는 못 할 망정 서로 죽이려고 싸워야 된다니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