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학은 영어 문법이랑 똑같다.
선천적으로 외국어 습득에 재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해 놓은 틀이 문법이다.

화성학도 마찬가지. 의도가 빗나가 불협화음을 갖다 쓰거나 엉뚱한 진행으로 작곡하는 일을 막아 준다.
그럼 영어를 공부하려면 문법이 필요하듯, 음악하는 사람에게도 화성학이 필요한 거 아니냐?
맞다. 화성학 자체는 죄가 없다.

그러나 영어와 음악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국가가 국민에게 밀어붙이고 있는 필수교양 영어 과목은 재능이 있든 없든 모두가 대입을 걸고 시험지를 마주해야 한다.
재능이 없어도 해야 되는 거다. 그러니 수험생 대다수가 문법을 배운다.

근데 음악은? 재능이 없으면 안 하면 된다.
애초에 무재능러들이 화성학에 손을 대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곡을 만들어 봄->존나 구림->왜 구린지 고민

자기 음악이 왜 구린지 고민하는 저 단계에서
자신에게 재능이 없음을 깨닫고 취미로만 음악을 하는 것이 제정신이겠으나,
안타깝게도 이들은 화성학&사운드 학습이라는 독약을 마신다.
되도 않는 음악 전공을 하거나 기성곡 카피 분석 등 더더욱 매진하고 투자한다.
하지만 애초에 재능이 없으니 리턴이 없고, 위의 노력들은 고스란히 매몰비용으로 쌓여 간다.

이들에게 있어 가장 가슴아픈 경험은 아마도
자신이 쏟아부은 노력의 반도 해 보지 않은 초짜 재능러의 음악을 마주했을 때일 것이다.
피가 거꾸로 솓는 듯한 열등감에 휩싸인 그들의 대사는 주로 '너 화성학 공부좀 해야 될 듯', '프로덕션이 개판이네', '생소하네', '사운드가 뭐 저래?'
위 대사를 번역하면
='너는 나처럼 이것저것 해 보지도 않았으면서, 어째서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가지지 못할 것을 벌써 가진 거야?'

나이가 들어 간다. 다른 일은 해볼 수도, 해 볼 생각도 없다.
'다른 일을 하지 못함'을 '음악에 특화됨'으로 정신승리하며 허송세월을 보내고 나이만 먹어 간다.

그게 여러분이다. 긁혔다면 오히려 다행이다. 그 마지막 남은 불꽃으로 어서 적성에 맞는 다른 일을 찾아 행복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