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둠속이다.


 


 


 


 


아주 깊은 심해와 같이 아무런 빛도 없고, 어떠한 소리도 없다.


 


 


 


 


─ 여긴 어디지 ?


 


 


 


 


얼마나 오랜시간 여기 갇혀있는지 모르겠다.


 


 


그 무엇도 보이지 않고, 그 무엇도 느껴지지 않는다.


 


 


 


 


 


 


 


며칠이나 지났을까?


 


 


몇년이나 지났을까?


 


 


 


 


 


─ 시간의 개념조차 사라진 암흑의 세계 ─


 


 


 


 


 


이게 죽음이라는 것인가?


 


 


 


도저히 감당못할 극한의 공포가 몰려온다.


 


 


 


 


앞으로 평생- 


 


평생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초라할 정도로 긴 시간, 무한의 시간을 이렇게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죽음은 이런 것이라는걸 모든 인간들이 본능적으로 알기에 그토록 두려워하는 것일까?


 


 


 


 


 


온몸이 꿰뚫려 고통속에서 숨이 끊어지는 순간,


 


갖가지 슬픈 생각, 후회들이 빠르게 내 눈앞을 지나갈 때,


 


잘하면 내가 죽어 \"영령의 좌\" 세이버가 있는 아발론으로 갈 수도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 아마 죽기직전 나는 웃고 있었을 것이다.


 


 


 


 


─ 결국 \"영령의 좌\" 에는 가지 못했구나..






그 때 ,


 


어둠속에서 무언가 빛을 발한다.


 


 


 


찬연하다.


 


눈을 뜨고 앞을 바라볼수 없다.


 


빛은 점점 커지더니 시야를 완전히 덮고 주변을 하얗게 태웠다.


 


 


너무나 눈부셔서 두눈을 잃어버릴것 같았다.


 


 


─ 이게 신성인것인가.


 


 


 


 


 


 


「 「  그대는 누구인가 ?  」 」


 


 


 


 


 


 


머리에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울림.


 


 


 


영혼에 새겨넣는 혼의 울림은 내 입술을 열게 만들었다.


 


 


 


 


 


「저는 좀머 입니다.」


 


 


 


 


 


「「 거짓을 고하지 말지어다. 그대는 누구인가 ? 」」


 


 


 


 


 


「저에게 과분한 두 여자를 사랑한 죄를 짓고, 이곳에 불려온 좀머라고 합니다.」


 


 


 


 


모든것을 덮던 그 빛이 12갈래로 나뉘어 진다.


 


 


 


 


 


 


 


「「 우리들은 12사도. 그리스도를 따랐던 12명의 제자. 」」 


 


 


「「 그대는 238291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


 


 


 


 


 


─ 남방전쟁에서 죽인 병사와,


    죄를 지은 자들을 벌한 숫자를 합한 것인가


 


 


 


 


 


12사도가 한자도 틀리지 않고 동시에 말했다.


 


 


 


「「 그 」」


「「 대 」」


「「 는 」」


「「 누 」」


「「 구 」」


「「 도 」」


「「 심 」」


「「 판 」」


「「 할 」」


「「 자 」」


「「 격 」」


「「 이 」」


「「 없 」」


「「 다 」」


 


 


 


12사도의 울림은 머릿속에서 강하게 진동한다.


 


 


 


─ 아무런 감각이 없던 세계에서


 


머리를 찌그러뜨리는 엄청난 고통이 전해진다.


 


 


 


 


12사도의 후광이 점점 밝아지더니 잠시후 공간을 하얗게 만드는 백광으로 변해 날 감싸 안았다.


 


12사도의 말이 가슴에 새겨진다.


 


 


─ 그대는 시련 받을지어다. ─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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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것이 꽃으로 뒤덮인 끝이 보이지 않는 정원에 서있다.


 


 


 


 


무심코 꽃을 딴다.


 


\"툭\"


 


 


 


 


꽃은 피로 변해 흘러내린다.


 


피는 점점 커지더니 사람으로 변한다.


 


 


 


사람은 웃는다.


 


병사다.


 


갑옷을 입은 병사.


 


 


그자가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안녕하시오  좀머.  난 당신이 치룬 남방전쟁중 당신의 칼에 목숨을 잃은 이름모를 병사라고 하오.


   그동안 평안하셨소?」


 


 


 


「.....」


 


 


 


악몽이다. 이런 악몽도 없다. 하지만 얼굴을 일그러뜨리지 않았다.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본다.


 


그는 피눈물을 흘리며 갖가지 말을 꺼냈다.


 


 


 


「아, 이곳에 널린 꽃들은 당신이 죽인 행복과 사람이야.


   어때? 아름답지않아? 넌 이렇게 많은 생명과 행복을 짓밟았어.」


 


 


꽃들이 피를 흘리며 병사들로 변했다.


 


그속엔 병사가 아닌 꼬마아이와 여자, 소녀도 있었다.


 


그들또한 피눈물을 흘렸다.


 


 


 


 


 


 


그곳에 있는 모든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나에게 소리친다.


 


 


 


여자가


\"내 원수! 왜..왜 내 남편을 죽였어? 니가 뭔데? 니가 뭔데 내 행복을 박살낸거야?\"


 


소녀가


\"그이와 한평생 같이 살자고 약속했어! 전쟁을 끝내고 돌아오면 농사를 지으며 행복하게 살자고 약속했단 말이야!\"


 


다른 여자가


\"너가 뭐길래 우리들의 행복을 짓밟은거야? 너가 그렇게 잘났어? 너때문에 난 삶의 희망을 잃었어.


하루하루 사는것이 지옥같아! 돌려줘! 그이를 돌려달라고!!\"


 


아이가


\"우리 아빠는 어디있어요? 아빠는 어디있어요? 형. 가르쳐 주실수 없어요? 어디있는거에요? 형은 알고 있죠?\"


 


다른 아이가


\"어디 있어요? 아빠가 있는곳을 가르쳐주세요..\"


 


 


몸을 움직일 수 없다.


 


말을 할 수도 없다.


 


 


그 때, 등을 무언가가 강타한다.


 


엄청난 충격에 척추가 으스러질 것 같다.


 


 


 


 


그 곳의 모든사람들이 몽둥이, 호미, 낫, 검, 도끼, 창을 들었다.


 


 


 


 


 


나를 때린다.


    찍는다.


    찢는다.


    찌른다.


 


 


 


 


고통은 마치 살아있는듯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정말로 죽고싶다. 죽음이 어떤건지 알면서도 너무나 죽고싶어서 미칠지경이다.


 


 


하지만 이미 죽었기 때문에 또 죽을수도 없다.


 


 


 


「아아아아!!!!!!!!!!!!!!!!!!!!!!!!!」


 


 


 


쓰러진 바닥에 피눈물을 흘러내렸다.


 


버티지 못하겠다.


 


12사도가 내려치는 가공할 시련은 인간의 정신이 감당해내지 못한다.


 


아프고 또 아파서 지옥의 한복판에 있는것 같다.


 


이미 악몽의 경계를 뛰어넘어 정신을 붕괴한다.


 


 


 


검이 내 양팔과 양다리를 잘랐다.


 


엄청난 고통이 대뇌를 불태운다.


 


피분수가 솟구친다.


 


 


 


 


───끔찍하고 잔인하고 견딜수 없을정도로 아프고 혹독하고 잔인하고 무섭고 두렵고 미칠것 같고 아프고 아프고 아프고.


 


 


 


 


 


「그만! 그만! 이제 그만! 이제 그만! 이제 그만! 이제 그만!


   제발!!!!!!!!!!!!」


 


 


 


 



남들의 행복을 짓밟았다는걸 인정한다.


 


그들도 그들만의 행복이 있었지만 난 그들을 지킬수 없었다.


 


 


 


모두를 지켜내지 못하는 정의의사자.


 


그래서 환상에 고통받았다.


 


 


 


 


 


\"사실, 세이버를 구하고 싶었다.\"


 


 


모두의 행복따윈 필요없다.


 


난 내 행복을 위해서 그녀만의 정의의사자가 되어 그녀를 지키고 싶었다.


 


난 그녀를 위해서 검을 휘두르고 방해물은 모조리 제거할테니까.


 


 


 


 


 


 


 


 


 


 


-콰차차차창!!


 


 


 


 


 


 


 


 


 


 


세계가 허물어진다.


 


시야가 유리창처럼 깨어지더니 산산조각났다.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사라진다.


 


나도 사라진다.


 


 


 


 


 


 


─ 정신이 든 곳은 내가 죽었던 거리.


 


 


 


 


 


 


이것도 시련인가─?


 


 


 


 


그렇지만 포근하다.


             따뜻하다.


 


 


 


나는 안겨있다.


 


내가 사랑을 고백했던, 그 소녀에게..


 


 


 


이것은 현실.


 


 


 


 



「좀머... 살아났구나...


   다행이다...」


 


 


 


 


어리둥절하다.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 ?


 


 


나는 왜 살아났고, 왜 안겨있는걸까?


 


 


 


아.


 


 


 


이제 이해가 간다.


 


 


 


마술사 소녀.


 


그녀는 호문클루스 - 성배의 그릇 이었다.


 


마력량만 충분하다면 성배를 불러낼 수 있었다.


 


나를 살리려고, 그녀는 성배에 목숨까지 판 것이다.


 


 


 


─ 그녀는 죽어가고 있다.


 


 


 


그녀는 쓸쓸하게 이곳에 혼자남아있었다.


 


아무에게도..아무에게도 이해 받지못하고..


 


 


이제 아니다. 내가 이해한다. 내가 그녀의 모든걸 이해한다.


 


팔을 간신히 들어서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아까 겪었던 시련때문에 내 몸상태는 말이 아니다.


 


목구멍에서 핏물이 올라와 입사이로 번진다.


 


 


「크..으.. 바보야, 일어나보라구..나..정말..정말.. 너에게 해주고 싶은게 많단 말이야..」


 


 


빨갛게 변해버린 시야사이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녀를 사랑했다.


 


함께 있고 싶었고, 그래서 모든걸 이겨낼수 있었다.


 


 


 


그녀가 힘겹게, 아주 살며시 미소 지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의 가녀린 움직임을 넋을 잃고 바라봤다.


 


 


나는 붙잡은 그녀의 손등에 간절히 키스하며 말했다.


 


 


「왜 그런거야.. 왜 나같은놈을 살리려고.. 제발.. 제발 죽지마..」


 


 


그녀는 생명이 얼마 안 남은건지 눈을 감고 천천히 말한다.


 


 


 


「좀머.. 나..는... 성..배의 그..릇..으로 만..들어진 소모품..이에요..


   살면서 처...음으로 사랑 이..라는..걸 받았는..데..  너무 행복..했어요... 


   그..래서 보답하..고 싶..었어요...」


 


 


그녀가 감았던 눈을 어렵게 뜨며 내 눈동자를 바라봤다.


 


그녀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마지막은.. 웃는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네요..」


 


 


그녀와 난 서로의 손을잡고 그렇게 있었다.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


 


그녀가 떠나가는 그 순간까지 그냥 멍하니 볼수밖에 없었다.



그런 내 자신이 미워서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겹고 더러워서,


 


날 수천번도 넘게 죽이고 싶었지만 근데 그러지도 못한다.


 


왜? 그녀가 내 행복을 바랬으니까. 



내가 울지않길 바랬으니까.


 


 


 


 


 


 


그녀의 모습이 모래알처럼 흩어진다.



아주 천천히 부서진다.


 


손으로, 얼굴을 계속 쓰다듬지만 손사이로 그녀가 빠져나간다.



안돼. 모을수 없다. 계속 빠져나간다. 모래성처럼 그가 조금씩 허물어진다.



그녀의 몸이 산산히 흩어진다.



마지막, 말.


 


 



「좀머, 고마워요」


 


 


 


새벽빛에 그녀가 부서져 내린다.


 


 


 


 


 


────────────영원히, 기억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