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에 삼십 전, 둘째 번에 오십 전 --- 아침 댓바람에 그리 흉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야말로 재수가 옴붙어서 근 열흘 동안 돈 구경도 못한 할첨지는 십 전짜리 백통화 서 푼, 또는 다섯 푼이 찰깍하고 손바닥에 떨어질 제 거의 눈물을 흘릴 만큼 기뻤었다. 더구나 이날 이때에 이 팔십 전이라는 돈이 그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몰랐다. 컬컬한 목에 모주 한 잔도 적실 수 있거니와, 그보다도 앓는 아내에게 뚝배기 한 그릇도 사다줄 수 있음이다.


그의 아내가 고통으로 끙끙거리기는 벌써 달포가 넘었다. 조밥도 굶기를 먹다시피 하는 형편이니 물론 항생제 한 첩 써본 일이 없다. 구태여 쓰려면 못쓸 바도 아니로되, 그는 병이란 놈에게 약을 주어 보내면 재미를 붙여서 자꾸 온다는 자기의 신조(信條)에 어디까지 충실하였다. 따라서 의사에게 보인 적이 없으니 무슨 상처인지는 알 수 없으나, 반듯이 누워 가지고 일어나기는커녕 새로 모로도 못 눕는 걸 보면 중증은 중증인 듯. 병이 이대도록 심해지기는 열흘 전에 콩나물밥을 먹고 체한 때문일 것이다. 그때도 할첨지가 오래간만에 돈을 얻어서 좁쌀 한 되와 십 전 짜리 나무 한 단을 사다 주었더니 할첨지의 말에 의하면, 오라질년이 천방지축(天方地軸)으로 남비에 대고 끓였다. 마음은 급하고 불길은 닿지 않아 채 익지도 않은 것을 그 오라질년이 숟가락은 고만두고 손으로 움켜서 두 뺨에 주먹덩이 같은 혹이 불거지도록 누가 빼앗을 듯이 처박질하더니만 그날 저녁부터 부랄이 땅긴다, 곶이 켕긴다 하고 눈을 홉뜨고 지랄을 하였다. 그때 할첨지는 열화와 같이 성을 내며,



\"에이, 오라질년, 조랑복은 할 수가 없다, 못 먹어 병, 먹어서 병, 어쩌란 말이고! 왜 눈을 바루 뜨지 몬하노!\"



하고 앓는 이의 뺨을 한 번 후려갈겼다. 홉뜬 눈은 조금 바루어졌건만 이슬이 맺히었다. 할첨지의 눈시울도 뜨끈뜨끈하였다.



환자가 그러고도 먹는 데는 물리지 않았다. 사흘 전부터 쌀국수 국물이 마시고 싶다고 남편을 졸랐다.



\"이런 오라질 년! 콩나물밥도 못 먹는 년이 뚝배기는. 또 처먹고 지랄병을 할라꼬.\"



라고 야단을 쳐보았건만, 못 사주는 마음이 시원치는 않았다.



인제 뚝배기를 사 줄 수도 있다. 앓는 어미 곁에서 배고파 보채는 빌리(세살먹이)에게 죽을 사줄 수도 있다. ---팔십 전을 손에 쥔 할첨지의 마음은 푼푼하였다



그러나, 그의 행운은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땀과 빗물이 섞여 흐르는 목덜미를 기름주머니가 다 된 왜목 수건으로 닦으며, 골목을 돌아 나올 때였다. 뒤에서 \"인력거!\"하고 부르는 소리가 났다. 자기를 불러 멈춘 사람이 동네 건달 두목인 줄 할첨지는 한번 보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 두목은 다짜고짜로,



\"여기 있었구만, 인력거. 백병원까지 얼마요?\"



라고 말했다. 아마도 그 학교 기숙사에 있는 이를 동기 방학을 이용하여 습격하려 함이로다. 오늘 가기로 작정은 하였건만, 비는 오고 짐은 있고 해서 어찌 할 줄 모르다가 마침 할첨지를 보고 뛰어나왔음이리라. 그렇지 않다면 왜 구두를 채 신지 못해서 질질 끌고, 비록 \'고꾸라\' 양복일망정 노박이로 비를 맞으며 할첨지를 뒤쫓아 나왔으랴.



\"백병원까지 말씀입니꺼?\"



하고, 할첨지는 잠깐 주저하였다. 그는 이 우중에 우장도 없이 그 먼 곳을 칠벅거리고 가기가 싫었음일까? 처음 것, 둘째 것으로 고만 만족하였음일까? 아니다. 결코 아니다. 이상하게도 꼬리를 맞물고 덤비는 이 행운 앞에 조금 겁이 났음이다. 그리고 집을 나올 제 아내의 부탁이 마음에 켕기었다. 앞집 마나님한테서 부르러 왔을 제 병인은 그 뼈만 남은 얼굴에 유월의 샘물 같은 유달리 크고 움푹한 눈에다 애걸하는 빛을 띄우며,



\"뚝배기 양반, 나 좀 살려주시오. 내가 이렇게 아픈데…….\"



하고 모기 소리같이 중얼거리며 숨을 걸그렁걸그렁하였다. 그래도 할첨지는 대수롭지 않은 듯이.



\"에이 썅나. 빌어먹을 소리를 다 하네. 맞붙들고 앉았으면 누가 먹여 살릴 줄 아노.\"



하고 훌쩍 뛰어나오려니까 환자는 붙잡을 듯이 팔을 내저으며,



\"이보시오, 이보시오!\"



하고 목메인 소리가 뒤를 따랐다.



정거장까지 가잔 말을 들은 순간에 경련적으로 떠는 손, 유달리 큼직한 눈, 울 듯한 아내의 얼굴이 할첨지의 눈앞에 어른어른하였다.



\"갈 거야 안 갈 거야!\"


하고 두목은 초조한 듯이 인력거꾼의 얼굴을 바라보며 혼잣말같이,



\"백병원 차가 열한 점에 있고, 그 다음에는 새로 두 점이던가.\"



라고 중얼거린다.



\"일 원 오십 전만 주이소.\"



이 말이 저도 모를 사이에 불쑥 할첨지의 입에서 떨어졌다. 제 입으로 부르고도 스스로 그 엄청난 돈 액수에 놀래었다. 한꺼번에 이런 금액을 불러라도 본 지가 그 얼마만인가! 그러자, 그 돈 벌 용기가 병자에 대한 염려를 사르고 말았다. 설마 오늘 안으로 어떠랴 싶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제일 제이의 행운을 곱친 것보다도 오히려 갑절이 많은 이 행운을 놓칠 수 없다 하였다.



\"일 원 오십 전은 너무 과한데.\"



이런 말을 하며 두목은 고개를 기웃하였다.



\"아입니다. 잇수로 치면 여기서 거기가 시오 리가 넘습니데이. 또 이런 진날에는 좀 더 주셔야지예.\"



하고 빙글빙글 웃는 차부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넘쳐흘렀다.



\"그러면 달라는 대로 줄 터이니 빨리 가시오.\"



관대한 어린 손님은 그런 말을 남기고 총총히 옷도 입고 짐도 챙기러 갈 데로 갔다.



그 두목을 태우고 나선 할첨지의 다리는 이상하게 가뿐하였다. 달음질을 한다느니보다 거의 다이나믹 로동이었다. 바퀴도 어떻게 속히 도는지 군다느니보다 마치 얼음을 지쳐나가는 스케이트 모양으로 미끄러져가는 듯하였다. 언땅에 비가 내려 미끄럽기도 하였다.



이윽고 끄는 이의 다리는 무거워졌다. 자기 집 가까이 다다른 까닭이다. 새삼스러운 염려가 그의 가슴을 눌렀다.



\"뚝배기 양반…….\"



이런 말이 잉잉 그의 귀에 울렸다. 그리고 병자의 움쑥 들어간 눈이 원망하는 듯이 자기를 노려보는 듯하였다. 그러자 앙앙 하고 우는 빌리의 곡성도 들은 듯싶다. 딸국딸국 하고 숨 모으는 소리도 나는 듯싶다.



\"왜 이러는가? 기차 놓치겠구먼.\"



하고, 탄 이의 초조한 부르짖음이 간신히 그의 귀에 들려왔다. 언뜻 깨달으니 할첨지는 인력거 채를 쥔 채 길 한복판에 엉거주춤 멈춰 있지 않은가.



\"다이나믹 로동\"



하고 할첨지는 또다시 달음질하였다. 집이 차차 멀어갈수록 할첨지의 걸음에는 다시금 신이 나기 시작하였다. 다리를 재겨 놀려야만 쉴새없이 자기의 머리에 떠오르는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잊을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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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불행이 닥치기 전 시간을 얼마쯤이라도 늘리려고 버르적거렸다. 기적에 가까운 벌이를 하였다는 기쁨을 할 수 있으면 오래 지니고 싶었다. 그는 두리번두리번 사면을 살피었다. 그 모양은 마치 자기 집, 곧 불행을 향하고 달려가는 제 다리를 제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으니 누구든지 나를 좀 잡아다고, 구해다고 하는 듯하였다.



그럴 즈음에 마침 길가 선술집에서 친구 프리만이 나온다. 그의 바싹바싹 마른 얼굴은 주홍이 오른 듯, 온 턱과 뺨이 갈색 구레나룻으로 덮이고, 노르탱탱한 얼굴이 바짝 말라서 여기저기 고랑이 파이고 수염도 있대야 턱밑에만, 마치 솔잎 송이를 거꾸로 붙여 놓은 듯한 할첨지의 풍채하고는 기이한 대상을 짓고 있었다.



\"안녕 할리, 자네가 올 것 같은 조짐을 느꼈지, 돈 많이 벌었을테니 한 잔 빨리게.\"



안경잽이는 말라깽이를 보는 말맡에 부르짖었다. 그 목소리는 몸짓과 딴판으로 연하고 싹싹하였다. 할첨지는 이 친구를 만난 게 어떻게 반가운지 몰랐다. 자기를 살려준 은인이나 무엇같이 고맙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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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첨지는 취중에도 쌀국수 뚝배기를 사가지고 집에 다다랐다. 집이라 해도 물론 셋집이요, 또 집 전체를 세든 게 아니라 안과 뚝 떨어진 행랑방 한 간을 빌어든 것인데 물을 길어대고 한 달에 일 원씩 내는 터이다. 만일 할첨지가 주기를 띠지 않았던들 한 발을 대문에 들여놓았을 제 그곳을 지배하는 무시무시한 정적(靜寂)---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바다 같은 정적에 다리가 떨렸으리라. 아이유거리는 신음 소리도 들을 수 없다. 으어거리는 숨소리조차 들을 수 없다.. 다만 이 무덤 같은 침묵을 깨뜨리는, 깨뜨린다느니보다 한층 더 침묵을 깊게 하고 불길하게 하는 빡빡거리 그윽한 소리, 빌리의 곶 빠는 소리가 날 뿐이다. 만일 청각이 예민한 이 같으면, 그 빡빡소리는 빨 따름이요, 꿀떡꿀떡하고 넘어가는 소리가 없으니, 빈 곶을 빤다는 것도 짐작할는지 모르리라.



혹은 할첨지도 이 불길한 침묵을 짐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전에 없이,



\"이 난장맞을 년, 남편이 들어오는데 나와 보지도 않아. 이 오라질년.\"



이라고 고함을 친 게 수상하다. 이 고함이야말로 제 몸을 엄습해오는 무시무시한 증을 쫓아 버리려는 허장성세(虛張聲勢)인 까닭이다.



하여간 할첨지는 방문을 왈칵 열었다. 구역을 나게 하는 추기 --- 떨어진 삿자리 밑에서 나온 먼지내, 빨지 않은 팬티에서 나는 똥내와 오줌내, 가지각색 때가 켜켜이 앉은 옷내, 병인의 땀 섞은 내가 섞인 추기가 무딘 할첨지의 코를 찔렀다.



방안에 들어서며 뚝배기를 한구석에 놓을 사이도 없이 주정꾼은 목청을 있는 대로 다 내어 호통을 쳤다.



\"이 오라질년, 주야장천(晝夜長川) 누워만 있으면 제일이야! 남편이 와도 일어나지를 못해.\"



라는 소리와 함께 발길로 누운 이의 다리를 몹시 찼다. 그러나 발길에 채이는 건 사람의 살이 아니고 나무등걸과 같은 느낌이 있었다. 이때에 빽빽 소리가 앙 소리로 변하였다. 빌리가 물었던 곶을 빼어놓고 운다. 운대도 온 얼굴을 찡그려 붙어서 운다는 표정을 할 뿐이다. 앙 소리도 입에서 나는 게 아니고, 마치 뱃속에서 나는 듯하였다. 울다가 울다가 목도 잠겼고 또 울 기운조차 시진한 것 같다.



발로 차도 그 보람이 없는 걸 보자 남편은 아내의 머리맡으로 달려들어 그야말로 까치집 같은 환자의 머리를 껴들어 흔들며,



\"이년아, 말을 해, 말을! 입이 붙었어, 이 오라질년!\"



\"……\"



\"으응, 이것 봐, 아무말이 없네.\"



\"……\"



\"이년아, 죽었단 말이냐, 왜 말이 없어?\"



\"……\"



\"으응, 또 대답이 없네, 정말 죽었나보이.\"



이러다가 누운 이의 흰 창이 검은 창을 덮은, 위로 치뜬 눈을 알아보자마자,



\"이 눈깔! 이 눈깔! 왜 나를 바루 보지 못하고 천정만 바라보느냐, 응\"



하는 말끝엔 목이 메이었다. 그러자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똥 같은 눈물이 죽은 이의 뻣뻣한 얼굴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할첨지는 미친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데 비벼대며 중얼거렸다.



\"뚝배기를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에이 썅나……\"












아 배설
차라리 사진 합성이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