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해전 터진 해에 현역 납북… 정부, 알고도 11년이나 감췄나

지난 1999년 우리 군의 현역 장교 4명이 북한에 체포되거나 납치됐다는 사실이 법정 증언을 통해 밝혀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정보 당국과 군 당국 등 정부가 해당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왜 10년이 넘도록 이를 비밀에 부쳐 왔는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것은 군 기밀 북한 유출과 관련한 ‘흑금성’ 박채서씨의 2심 재판이 열린 서울고등법원에서다. 이날 세 번째 공판에서 박씨의 변호인은 북한 전문기자 출신인 정모씨를 증인으로 내세워 1999년에 합동참모본부 이모 대령 등 우리 군의 중령과 대령 4명이 북에 납치 또는 체포된 사실을 아느냐고 물었고, 정씨는 알고 있다고 답했다.

변호인은 이어 북한이 납치한 군인들을 통해 이미 2000년대 초 ‘작전계획 5027’의 내용을 입수했고, 2004년 북한 내에서 이것이 공개되기까지 했는데, 박씨가 2005년에 북한 고위 인사의 요구로 관련 기밀을 넘겼다는 검찰 측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변론을 폈다.

문제는 정부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왜 지금까지 이를 숨겨왔는가 하는 점이다. 한 일간지 북한 전문기자 출신인 증인 정씨는 20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직접 사실 유무를 확인한 건 아니지만 그런 내용을 들은 바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언론사 기자가 알고 있는 사안을 군 당국과 정보 당국이 몰랐을 리가 없다는 게 일반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국익론’을 내세우고 있다. 해당 정부 관련 기관은 “국익상 우리 군 장교의 북 체포 혹은 납치 사실을 공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박씨와 박씨 변호인측은 재판과정이 일반에 유출될 경우 생길 파장을 우려해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시켜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당시 우리 군 현역 장교 납치 사안이 굉장히 크게 퍼질 수 있어 취재가 중단됐고, 공개 법정을 통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심에서는 신문내용이 기밀이라는 이유로 재판 상당수가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이번에는 재판 결과가 공개됐다.

그러나 무려 11년간이나 이런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정보·군 당국의 ‘비밀주의’와 이로 인한 고의 은폐에 기인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국방 전문가는 “지난 1999년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놓고 벌어진 ‘연평해전’으로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을 시기였다”면서 “당시 우리 군 장교들의 잇단 납치사건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일반에 공개될 경우 정권에 상당히 부담이 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허민기자 minsk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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