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33살 처먹고 군대 전역한 이후로 제대로 된 경력 하나 없는 앰생 고졸 백수다


맨날 집구석에서 게임만 하다가 진짜 이대로 살면 고독사하겠다 싶어서, 올해 초에 정신 차리고 뭐라도 해보려고 알아봤음. 고졸이 당장 딸 수 있는 건 기능사뿐인데, 커뮤니티 보니까 "기능사 백날 따봐야 이력서 한 줄용이다", "최소 산업기사는 있어야 사람 구실 한다" 이런 글들이 태반이더라.


근데 난 고졸이라 산기 응시 자격이 안 되잖아?

또 폭풍 검색해 보니까 학점은행제로 41학점만 채우면 고졸도 산업기사 시험 볼 수 있다길래, '아, 이거다' 싶었지.

부모님 눈치 보이고 내 인생 마지막 기회라 생각해서 알바비 모은 거로 학은제 온라인 강의 등록했다. 진짜 몇 달 동안 컴컴한 방구석에서 모니터만 보면서 출석 채우고, 시험 기간에는 나름 밤새 가면서 꾸역꾸역 41점 만들었음. 학점 인정 신청 완료되고 '응시 자격 가능' 뜨는데, 순간 나도 이제 남들처럼 뭐라도 시작할 수 있구나 싶어서 울컥하더라.

근데 진짜 비극은 그때부터였음.


산기 자격 요건 맞추자마자 책 사고 인강 끊어서 공부 시작했는데, 머리가 굳어도 단단히 굳었나 봐. 고등학교 졸업하고 책 한 자 안 본 지 10년이 넘었으니 당연한 걸 수도 있는데, 책을 펴도 검은 건 글씨고 흰 건 종이임.


수학 공식이나 화학 기호 같은 기초적인 개념이 나오는데, 진짜 중고딩 수준의 사칙연산 말고는 아예 뇌가 거부를 한다. 남들은 기출문제 5개년, 7개년 돌리면 필기는 떡을 친다는데, 나는 해설을 봐도 왜 이게 답인지 이해가 안 감. 공식 외우면 다음 날 포맷되어 있고, 문제 조금만 꼬아 내면 손도 못 대겠음.


불안하니까 "그럼 베이스 깔 겸 기능사부터 먼저 도전해 보자" 하고 기능사 시험도 접수해서 같이 준비했거든? 근데 참담하게 기능사 필기부터 떨어졌다. 남들이 개나 소나 다 따는 허벌 자격증이라고 무시하던 그 기능사를, 33살 처먹은 백수가 떨어졌다고.

기능사도 떨어지는 대가리로 산업기사 책을 붙잡고 있으니 이게 눈에 들어오겠냐?


독서실 앉아 있으면 진짜 숨이 턱턱 막힌다. 내 옆자리에는 파릇파릇한 대학교 2~3학년 애들이나 기사 자격증 준비하는 전공자들이 수두룩한데, 난 33살 노가다 핏줄 비주얼로 기능사, 산기 책 붙잡고 끙끙대고 있으니까 스스로가 너무 비참함.


지금 학은제 41점 채우느라 쓴 돈이랑 시간, 그리고 자격증 책값에 인강 비용까지 생각하면 부모님 보기 면목이 없다.

학은제 시작할 때는 "나도 41점 따서 산기 따고, 제대로 된 직장 들어가서 사람답게 살아야지" 하고 회로 오지게 돌렸는데, 현실은 기능사도 산기도 하나도 못 따고 제자리걸음인 앰생임.


대가리가 나쁘면 몸이라도 편해야 하는데, 공부 좀 하겠다고 의자에 앉아 있으면 허리 아프고 집중력은 5분을 못 간다. 그냥 내 지능이 딱 여기까지인 걸까 싶고, 이제 와서 뭘 하겠다고 깝쳤나 자괴감만 든다.


나 진짜 어떡하냐? 33살에 자격증 하나 없는 무경력 고졸 백수, 그냥 이번 생은 답이 없는 거냐? 한강 물 온도 체크하러 가야 되나 진짜 대가리 터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