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평소보다 유달리 컨디션이 좋았다.


어제 저녁에 잠이 잘 왔고, 꿈자리도 좋았고, 아침에 눈을 뜨니 머리가 상쾌했다.


밥 먹고 화장실에가서 쾌변도 했다.


그렇게 시험장에 가서 시험을 치는데, 느낌이 좋더라.


여태 오프라인 모의고사를 몇 차례 응시했었는데, 그 중 가장 좋은 느낌을 받았었다.


그날인가 했고, 그날이 맞았다. 나는 오늘 최고의 컨디션으로 최상의 결과를 뽑아냈다.


근데 그게 72점이다. 집에 와 컷이 80인 걸 확인한 후 두 눈을 의심했다.


이게 내가 들었던 교정직 시험이 맞는지 직렬 확인도 다시 해봤다.


말로만 듣던 인지부조화가 오더라. 


잠깐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크롬 탭 하나가 보이더라. 거기엔 "교정직 3개월전사 맞춤 가성비 전략"이 적혀 있었다.


말 그대로 망치로 머리 한 대 맞은 느낌이 들더라.


나는 이 시험, 아니 인생을 너무 만만하게 봤다는 생각이 들더라.


가능한 쉽게, 가능한 편하게, 그러면서 가능한 빠르게 붙는 방법을 찾았고 그 방식대로 약 5개월 반 정도 공부했다.


작년, 재작년 합격컷을 보고 70점을 목표로 잡았고, 딱 그 정도 점수가 나올 정도로만 효율적으로 공부를 했다.


더 할 수 있음에도 더 하지 않았고, 더 알 수 있음에도 더 알려하지 않았다.


그렇게 지난 5개월 반 정도, 이만하면 충분히 했다며 자기 기만을 하며 하루 평균 4-5시간을 공부에 쓰지 않고 매일 버려왔다.


하지만 결과를 보니 확실히 깨닫게 됐다. 정말 확실히.


합격할 사람들은 더 간절하게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노력했고, 모의고사에서 충분히 좋은 점수를 받고 있음에도 만족하지 않았다.


안정적인 모고 점수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시험이 가까울수록 혹여나 실수할까 초조해 하더라.


나는 기껏해야 교정직렬 이라며, 작년 재작년 컷이 60점 따리라며 이 시험을 간절하게 준비하고 있던 다른 이들의 인생을 만만하게 본 대가를 기어코 오늘에서야 치른다.


"기회는 준비된 자만이 잡을 수 있다. 준비되지 않은 자는 기회가 와도 잡지를 못 한다."


아주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누군가에게 들었던, 그리고 어디선가에서 늘상 들리던, 그러나 기어코 무심코 지나쳐 버렸던 그 말의 의미를 오늘에서야 알게 됐다.


유달리 운이 좋다고 느끼던 오늘에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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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한 사람들 모두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합격하지 못한 사람들 모두 진심으로 고생하셨습니다.


합격한 사람들, 합격하지 못한 사람들 모두 앞날에 따뜻한 사랑과 축복이 있기를 바랍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