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시 눅눅한 장판에서 뉘엿 뉘엿 몸을 일으킨다.

후에 교정직 공무원이 되어 야간근무를 서면 1시에 일어나는건 일상이기에 딱히 늦게 일어난 건 아니라 한번 생각해본다.

본격적인 공시 준비는 9월부터 시작하기로 결심했기에 사실 일어나는 시간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딱히 약속도,일정도 해야 할 일도 없다는 것을 되새기며 일으켰던 몸을 다시 장판위에 뉘이고 디시인사이드 교정직 갤러리로 들어간다.



'개념글) 292기 합격자 톡방 팠습니다.'


35살 김교붕은 요즘 기분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매년 이 맘 때 즈음이면 자칭 '합격생' 이라는 것들이 준비생들을 기만하고 그의 소중한 삶터를 망치기 때문이다.

일단 전날의 떡밥이 남아있는 개념글들에 들어가 가볍게 댓글을 달아준다.



'친목 ㅁㅈㅎ', '연수원 동기 친목질은 필요없다.' '군대 동기랑도 연락안하는데 연수원동기? ㅋㅋ', ' 1차 청송 폭탄이야',


댓글을 쓰고나니 자기를 빼놓고 노는 톡방 합격생들에게 일침을 한 것 같아 괜시리 키득거렸다.



35살 김교붕 무직. 인생 최대업적은 육군 병장 만기전역, 대학은 남들이 다가기에 전문대라도 일단 다녀왔다. 알바는 편의점에서 야간으로 2주일 정도 해보았지만 응대가 기분 나쁘다는 손님들의 클레임, 물류 정리의 잦은 실수로 관두었다. 그 후 일자리에 대해 크게 고민해본적은 없다. 아직 늙긴하셨지만 수입이 있는 부모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35살 김교붕 현재 그는 9급 공무원을 준비하고있다. 처음 2년은 일반행정, 지방 등 사람들에게 흔히 알려진 것을 준비했다.


그 후엔 눈을 돌려 일반 공무원보다 돈을 많이 준다는 교,(교정)순(순경),소(소방)을 돌아가며 8년을 준비했다.


도합 10년, 강산이 변할 시간동안 35살 김교붕의 시계는 멈춰있다. 햇빛을 보지 못해 희멀건해진 피부와, 10년의 세월 간 쌓인 지방, 먼지만 쌓인 연도별 수험서, 각종 공무원 마이너 갤러리 차단 및 박제 기록. 그리고 오랜시간 갤러리 활동을 통해 생긴 인지도 이것들이 멈춰 있는 김교붕의 10년을 보여준다.


디시인사이드 공무원 갤러리들은 35살 김교붕의 삶이요 일터요 미래였다.


'우-웅'


얼마전에 엄마를 졸라 중고로산 아이폰se2에서 알림이 울린다. 그가 남긴 일침 댓글에 누군가가 답댓글을 남긴 모양이다.


'ㅄ필합은 한 건 맞냐? 갤에서 매일 뭐함?', '얘 똥시생임 먹이 ㄴㄴ' ,' 저런놈도 자식이라고 밥먹이는 니 부모가 불쌍하노'


일침을 가한 그에게 비난 가득한 답 댓글이 달렸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고양감이 차오르며 이 무지한 사람들을 계몽시켜줘야한다는 일종의 책임감 마저 느낀다.


35살 김교붕은 즉시 노가다, 중소기업 갤러리에 가서 검색을 한다 '노가다 연봉', '중소기업 연봉', '대기업 계열사' 그리고 그 곳에서 얻은 정보를 뇌에 새긴다.

평시에는 돌아가지 않던 머리가 이럴 때는 비상하게 돌아간다.



vpn을 키고, 와이파이를 껐다 키며 ip를 바꾼다. 이 순간은 그 어느 때 보다 비장하다. 머릿속에 정리된 수많은 중소기업, 노가다, 다른 직업들의 연봉, 야갤에서 본드립을 정리하며 컨셉을 정한다. 정했다. 오늘은 '중소기업'이다. 그 중에서도 '좆소'다



'나 현직인데, 중소기업 이직했다'

일단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기위해 현직을 사칭한다

'주야비휴 교대 힘들다. 00청 이렇게 살아도00한다. 실수령이00다


10년간 갤러리를 돌아다니며 얻은 정보로 신뢰를 더 한다

'그 시간에 00기업 공장에서 00일하면 4600-5000번다'

사실 그가 벌어본 돈이란것은 편의점 알바 2주로 번 40만원이 전부다.


'이직은 00 때해라. 나중에 나이들고 그러면 미래가 없다."


글을 마무리하며 인생의 선배가 되어 일침을 가해준다.




작성 버튼을 클릭하고 마지막으로 개념 추천을 눌러준다. 이로서 35살 김교붕의 계몽운동은 마무리 된다.

'념글 가겠지?' ,'댓글이 달리겠지?' ,' ip 바꿨는데 알아보진 않겠지?'

크리스마스 선물을 앞둔 어린이 마냥 설레어하며 손끝의 감각을 휴대폰 알림 진동에 집중한다.

1분, 3분, 10분... 댓글이 달렸다는 알람이 오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글이 묻혀 버릴거라는 불안감이 그를 엄습한다.


후다닥 휴대폰을 키고 글에 뭔 실수가 있었는지 갤러리로 들어가 확인을 해본다.


'연수원 B/L 교육 일정 이거 어떻게됨?'
'등록카드 메일 이거뭐임?'

'연수원가서도 형소법 공부해야함?'



갤러리에선 괘씸한 합격생들이 갤러리에 글을 쓰며 떡밥을 굴리고 있었고 어느새 그의 글은 2p로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추천수 1, 조회수 12' 처참한 숫자가 그를 괴롭힌다. 이 글을 쓰기위해 노가다 갤러리, 중소기업 갤러리, 편의점 갤러리 등 각종 갤러리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얻는데 들인 노력이 부정당한 느낌이다.


국어 영어 형사소송법, 형사정책, 교정학 인생에 도움이 안되는 헛공부를 한 합격생들에게 인생은 실전이라는 것을 알려줘야겠다 다짐하며 분노에 차 타자로 손을 옮긴다.




'00이 깐수보다 나은이유'
'

'노가다가 한달 바짝 버는돈 압승'

'쿠팡>>공무원 쿠팡 벌이가 공무원 보다 나은 이유'


' 나 현직인데 미래가 없고 우울하다'

'1차가 청송 폭탄인 이유'

'개같이 공부해서 감옥가는 애들이 불쌍하네'



그렇게 무지몽매한 합격생들에게 현실을 알려주고 나온 35살 김교붕은 일종의 후련함을 느끼며 어젯밤 떠 놓은 미지근한 물로 목을 축인다.



'우--웅'



휴대폰에서 알림이 울린다. 댓글이 달렸다는 알림이다. 마시던 물 컵을 대충 내려놓고 가쁜 숨을 내쉬며 갤러리에 접속한다





'51'


'체떨 똥시생'



짧은 댓글이었지만 35살 김교붕은 차오르는 희열을 느끼며 답 댓글 작성을 시작한다. 이 순간 만큼은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이곳이 그의 현실이고 이곳에서 댓글을 남겨주는 이들이 그의 친구다. 세상은 이 곳에 있으며 삶도 이 곳에 있다.







35살 김교붕 36살로 넘어가는 문턱을 지난, 8월의 어느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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