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직접 부딪혀 봐야만 깨달았던 현실을 이제는 방구석에 앉아서 손가락만 놀려도 미리 다 알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은 무언가를 선택하고 움직이는 것을 주저하게 됐다.

또한 내가 인식할 수 있는 세상의 범위가 나와 내 주변에 국한되어 있을 뿐이어서 단지 현재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면 충분한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그게 단지 우물 안에서 발버둥치는 행동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어버렸지. 그래서 삶이 공허하다고 느끼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싶다. 차라리 몰랐으면 적어도 자기가 있는 위치와 바깥 세상의 크기를 가늠하고 비교하면서 얻는 불행은 없었을 텐데. 영국의 고전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도 이런 구절이 나온다. 지식은 위험한 것이다. 자신의 처지나 운명을 바꾸려는 사람보다 자기가 태어난 마을 밖으로 나가보지도 못한 사람이 더 행복한 법이다.

비교라는 행위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한 데이터를 접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사람이란 동물은 무조건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이 수많은 정보와 데이터들을 가치있게 활용한다기 보다는 그저 짓눌리고 압도되어 살아갈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