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기 싫어서 집에 가는 한산한 지하철 안.
괜히 노인네들 옆에 앉기 싫어서 도착지까지
이 방향으로는 열리지 않는 출입문 앞에서 서서 가기로 결정.
내 옆에도 여자 한 명이 서있어서 출입문 앞 사이드에는 두 명이
서있던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한 사내!!
만원 지하철도 아니고 자리가 널널한 지하철이었기에
나는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아,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구나'
그다음 천천히 아래에서부터 위로 스캔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운동화인지 샌들인지 모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디자인의 신발에
곁들여진 회색 양말, 건빵이 잔뜩 들어있을 것 같은 카고바지,
약간 느껴지는 암내와 함께 마스크 위로 보이는 정리를 하지
않아서 제멋대로 느껴지는 눈썹과 함께 화룡정점으로 기분을
내고 싶었는지 윗머리만 탈색한 투톤 투블럭 머리.
그렇다. 20대로 보이는 남성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본인은 정상이라 생각하지만 남들이 볼 때는 정상이 아닌-
속칭 찐따였다.
그 옆자리의 불쾌한 표정을 짓는 여자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나는 생각했다.
'나도 남들이 볼 때 저렇게 보일까?
저런 애도 나처럼 돈이랑 여자 좋아하겠지?'
목적지에 다다르자 출입문 앞의 아줌마를 어깨빵치며 내리는
탈색멸치는 공부를 더럽게 안하는 나를 위해 보내준
신의 거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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