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급 대도시 지방일행직입니다.
미혼의 젊은 남직원으로 입직하여 동사무소에서 청소 담당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었지요.
자존감이 높아서 조직에서 인정받겠다는 일념하에 소처럼 일했습니다. 나중엔 성과 내서 1등해서 상도 받았었구요.
참... 여기 와서 회의감이 많이 생겼었죠.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며 각종 행사, 자치단체 기쁨조, 비상대기 등... 남직원이 저랑 복지직 형님 둘 뿐이라 거의 전담하듯이 했네요.
공익애들 어르고 달래가며 행사 진행하고...
체육대회 하는데 공익애들 안나온다고 하면 난리가 나더이다. 의자 나르고 텐트 설치하고 트럭 운전하고 이런건데...
행사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직원 십시일반 하면 별 무리 없이 끝날 일입니다. 근데 공익 안나온다고 벌벌... 덜덜...
그냥 남직원 둘이 낑낑 대며 했습니다. 다른 직원들도 도왔지만 뭐... 차이가 컸죠.
그래도 그 때까지는 힘들어도 별 다른 생각이 없었습니다.
'위에서 알아주겠지, 요직 가겠지, 승진 빠르겠지...'
언젠가 여자 팀장님이 저를 부릅디다. 이유인즉,
'ㅇㅇ이가 요새 xx업무로 힘들어하는데 네가 좀 가져가라. 서기보 때 일 많이 배워둬야 한다. 너 일도 잘하고 빠릿빠릿해서 좀 가져가주면 안되겠냐. 다 너에게 도움이 될 거다.'
제가 그래서, '죄송합니다. 저도 지금 많이 힘듭니다.' 하니까 알겠다고 하고 끝나는 줄 알았으나...
그 힘들다는 여직원이 저를 부르더니 미안한데 좀 가져가주면 안되냐고... 하더이다.
여기서 제가 미안하다 안되겠다 하고 끝나는 줄 알았으나... 팀장이 또 부르더군요. 하는 말이 가관입니다.
'얘 이러다가 육아휴직 들어가면 어떡하냐고. 네가 일 배운다 치고 가져가라고. 옆 동에 누구누구는 다 하더라.'
이 말 듣고선... 맥이 탁 풀리면서, 아 이거 답 없다. 생각 들어서. 그냥 알겠다고. 내가 하겠다고.
담당 여직원한테 가서 업무 알려달라고 하니까 찬바람 쌩 불더이다. 난 고마워할 줄 알고 갔더니 ㅋ
아직도 이유는 모르겠는데 내가 당시에 놀고먹는 줄 알았나? 나 진짜 개고생하던 때인데 ㅋㅋ 공직생활 전체 중 첫 발령인 이 때가 가장 일도 많고 힘들었습니다.
팀장이 육휴 얘기하면서 협박했던 게 잊히질 않네요. 미혼의 젊은 남직원이라 무기가 하나도 없는 게 참 서럽더군요.
'나도 빨리 결혼해서 육휴 무기 하나 장착해야겠다. 더러워서 시발ㅋ' 했었습니다.
여름 태풍, 겨울 제설... 혼자 비상 서면서 온갖 욕지거리 하면서 도청 전입, 국가직 교류 알아보고 그랬습니다.
'3년 뒤에 도 전입한다.' 하고 다짐했드랬죠.
1년 지나니 구청으로 전보 인사가 났는데 복지과로 갔습니다.
주변에서 그러더군요 행정직이 복지과 가면 안좋은거라고... 그래 내가 백도 없고 암것도 없으니 갔겠지 하고 갔습니다.
거기 가서도 열심히 했고 보는 사람마다 넌 무슨 서기보가 주사보처럼 일을 하냐고 칭찬 많이 들었죠.
그러다 대망의 4월... 성과급이 들어왔는데 A등급이더군요. 난 당근 S일줄 알았어 ㅋㅋ 알아보니 동기 태반이 S 받았더라 ㅋㅋㅋ
일도 진짜 개고생하며 열심히했고 성과내서 상도 받았고(돌려먹는 상이 아닌)
그 때 느꼈지요. 아 이거 내가 잘하고 열심히 하고와는 상관이 없는 조직이구나 ㅋㅋㅋ
왜 이 조직이 천재를 바보로 만들고 무능을 학습하게 하는지 그 때 깨달았습니다.
나중에 서기로 승진하며 구청 떠나는데 같이 일하던 분이 그럽디다. 너 첨에 올 때 소문 안좋게 왔었다고... 같이 일해보니 왜 그렇게 소문이 났었나 모르겠다고... 무슨 소문이었냐니까 끝까지 말씀은 안해주셔서 지금까지도 내용은 모릅니다.
승진하고 다시 동으로 갔고... 그 때부터 딱 할 일만 하기 시작했습니다. 굳이 일을 찾아 하지 않았고, 업무 공백이 없을만큼만 했죠.
물론 직원들과 사이는 좋게~^^ 새올 익명게시판에 글도 가끔 쓰곤 했네요.
왜 숙직은 남자만 서냐, 격무, 기피 부서는 남직원만 돌리느냐.
그래 좋다 내가 사장이어도 남자를 시키려 하겠다. 그러면 보상은 줘야하지 않겠냐? 그게 성과급이랑 승진 아니겠냐?
근데 요새 돌아가는 꼬라지가 오히려 여직원들이 더 혜택을 많이 받더라. 이거 문제 아니냐?
이런 남녀불평등 글도 쓰고요. 이러저러한 비상식적인 상황에 대한 글을 좀 썼습니다. 자주는 아니구요 ㅋ
그래서 그런가... 1년 지나니 직속기관 한직으로 보내더군요. 진짜 일이 적습니다.
여기 구성원들 보면 어디 아프신분들... 죄짓고 오신분들... 성격 이상하다고 소문난 분들... 많습니다.
아 여기엔 정년퇴직을 앞두신분들이 정말 많습니다ㅋㅋ 이런분들 80 나머지 20은 어떤 하자도 없는분들.
다시 또 돌아온 성과급 철... 이번엔 B등급 받아도 당연하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A등급이네? 역시~ 중간만 가자 이거야~
솔직히 일하면 다들 알죠 자기능력? 내가 일머리가 있어서 업무 습득이 빠르구나... 융통성이 있구나... 사회성이 좋구나...
혹은 아니구나...
저는 다 잘하는데 그냥 능력 죽이고 삽니다. 일하다 보면 그냥 능력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데 뭐 그런거야 낭중지추니 어쩔 수 없고...
코로나 터지고 남직원들만 격리시설로 차출해가는 요즘인데... 다들 시발시발 하면서 갑니다.
빨리 나이든 꼰대들 떠나야 세상이 바뀌겠다는 얘기 많이들 합니다.
여직원은 숙직 못서고 코로나 업무지원 못가나? 에라이 xx~
아, 그리고 저도 무기장착 했습니다. 동료 여직원이랑 결혼했습니다~ 짝짝짝ㅋ
와이프한테도 수시로 여자들 숙직서고 비상서고 해야한다고 말합니다. 그게 아니면 남자 승진 잘된다고 태클걸면 안되죠.
저희 지자체는 남직원들 육아휴직 잘 씁니다. 눈치 안봐요. 아마 대부분의 지자체도 그럴거라 생각합니다.
나는 팀장 과장 달면 남녀 안가르고 똑같이 일 시킬거다. 더 고생하는 직원 우대할거다.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이라 개똥글입니다. 읽으시느라 고생 많이들 하셨습니다.
뭐? 얘 이러다 육휴 들어가면 어떡해??? 시발 나도 줘까트면 육휴 쓴다고 협박할거다 이거야~^^
진짜 개극혐이네 여자분들
아니 ㅅㅂ 능력 좋으면 대기업 가야지 공무원을 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