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에서 생활하면서 7·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인구는 5만명, 노량진으로 통학하는 사람까지 합치면 노량진 공시족은 5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매년 국가공무원
시험 응시생이 26만여 명이다.
정부가 내년 채용하겠다고 발표한 공무원 선발인원은 대략 3만명. 23만명은 시험에서 떨어진다.
"10명 중 1명 붙기 힘들다"는 강사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공무원 시험 합격에 실패한 이들 중 일부는 여전히 노량진에 머문다.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지만, 학원이나 독서실을 다니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을 준비한다.
노량진의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유모(32)씨는 "대전에서 딸의 합격을 기대하고 있는 부모님에게 공부를 그만두겠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면서 "어디든 일단 취업을 하면 말하려고 작년부터 취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공시족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
취업
준비조차 포기한 이들도 많다. 이들이 주로 찾는 곳이 PC방이다. 한 고시원 총무는 "이 고시원에 사는 30명 중 5명 정도는
10시쯤 일어나 PC방에 갔다가 어두워지면 돌아온다"며 "공부도 안 하고 무늬만 공시생인 셈이다"고 했다.
학원이 몰려 있는 노량진 중심가에만 예닐곱 곳 정도 있지만 학원 수업이 한창인 때도 PC방 대부분이 만석이다. PC방 아르바이트생은 "1~2시간씩 하고 가는 사람보다 12시간, 25시간씩 한 번에 결제해놓고 매일 오는 고정 구성원들이 더 많다"고 했다. 한 수험생은 "집이 부유한 사람 중에 공부하는 흉내만 내다가, 나중에 가게를 차리겠다는 사람도 간혹 있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취업난이다. 하지만 공무원 시험에 떨어진 공시생들은 더 혹독한 현실에 부딪힌다. 어학 점수나 인턴 경험 같은 '스펙'을 쌓을 기회를 날려 버렸기 때문이다. 노량진 공시족 대부분은 사기업 취업은 대부분 포기한 상태다. 수험생 박모(30)씨는 "자기소개서에 공무원 시험 준비 말고는 쓸 말이 없다"며 "나중에 취업 연령 제한에 발목 잡힐 것 같다"고 말했다.
'공시족 열풍'이 불어닥친 게 대략 10년 전부터다. 지금껏 시험에 실패한 이들이 이후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추적한 보고서를 찾지 못했다. 고시원 원장은 "일반 기업에 취업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 같다. 주변과 연락을 끊고 사는 경우가 많아, 어디서 뭘 하는지 알기도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는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공시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아 발생하는 기회비용까지 고려할 때, 공시족 열풍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매년 17조1429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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