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고 싫고 놓고 두고 여의고 겪어 남는게 없는 우리네 삶은


그저 오로록 끓으면 잠깐 넣어 데치는 봄동에 준하는 것이 아니라


뜨뜻 미지근한 온도에 버무려 돈 만원에 팔아내기 바쁜 쿠키가 아니라


무언갈 한움큼 쥐어도 무덤덤하니 즐겁지 못할 것이기에



도시락 반찬칸 한칸이 평생 채워진 적이 없어서 그곳에


무엇을 얼마나 채워야할지 모르는 공포에


몇번을 따져묻다 그냥 이렇게


또 비워두기로 결정을 한다



남아서 그렇게 두어서 비어진 한칸에는


누군가 담길까 정답이 채워질까 싶어서 고민하다가도



적당히 햄소시지 한칸을 넘쳐 채워 싸주면은


좋아할 어린 내가 비치는 것만 같아서


비어진 한 칸의 깊이를 어루만지다가



오른 손 엄지 한마디에 채워져버린 조그만 칸에


눈을 질끈감아 뭉뚱그려본다



셔츠 가슴팍에 달린 쓸모 없는 주머니처럼


아무것도 담기지 않을 쓸모를 기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