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과 최강의 격돌: 고죠 사토루 vs 사이타마

제1막: 황야의 조우
인적이 끊긴 Z시의 외곽 황야. 무하한의 주술사 고죠 사토루는 특급 주령의 흔적을 쫓아 이곳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가 발견한 것은 주령이 아닌, 노란색 슈트에 하얀 망토를 두른 대머리 사내였다. 사내는 코를 파며 멍한 표정으로 고죠를 바라보고 있었다.
"음? 넌 뭐야? 코스프레 매니아인가?" 고죠가 검은 안대 너머로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아니, 취미로 히어로를 하는 사람이다. 그나저나 너, 눈 가리고 다니면 안 위험하냐?" 사이타마가 무심하게 답했다.
알 수 없는 이질감. 고죠의 '육안(六眼)'이 사이타마를 분석하지만, 주력은 단 한 줌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다. 이 남자는 '규격 외'라고.
"재미있네. 몸 좀 풀어볼까?"

제2막: 닿지 않는 주먹과 타격 없는 공격
고죠의 도발에 사이타마가 가볍게 땅을 박차고 나갔다. 쾅-! 소리가 나기도 전에 사이타마의 주먹이 고죠의 안면을 향해 뻗어졌다. 그러나 주먹은 고죠의 코앞 1mm를 남겨두고 허공에 멈췄다. 마치 투명한 벽에 막힌 것처럼.
"어? 왜 안 닿지?" 사이타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다시 가볍게 툭툭 쳐보지만 결과는 같았다.
"내게 다가오는 물체는 한없이 느려지거든. 이게 바로 '무하한(無下限)'이야."
고죠가 씩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술식 반전, 혁(赫)."
압도적인 척력의 에너지가 사이타마를 직격했다. 대지가 수백 미터 깊이로 파이고 맹렬한 폭풍이 휘몰아쳤다. 흙먼지가 걷힌 후, 고죠의 미소가 굳어졌다.
"아씨... 망토에 흙 다 묻었잖아. 세탁하기 힘든데."
사이타마는 상처 하나 없이 망토의 먼지를 털고 있었다.

제3막: 규격 외의 물리력
고죠의 육안이 번뜩였다. '이 정도의 충격을 맨몸으로 버틴다고?'
"조금 진지하게 가야겠네."
고죠가 허공에 떠오르며 **"술식 순전, 창(蒼)"**을 전개했다. 강력한 인력이 주변의 거대한 바위와 건물 잔해들을 닥치는 대로 빨아들여 사이타마를 향해 압축시켰다.
그러나 사이타마는 날아오는 거대한 바위들을 귀찮다는 듯이 맨손으로 툭툭 쳐서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고죠의 육안조차 궤적을 쫓지 못할 속도로 사이타마가 고죠의 뒤를 잡았다.
"너, 꽤 귀찮은 기술을 쓰네."
사이타마가 가볍게 손날 치기를 내리꽂았다. 이번에도 '무하한'의 방어막이 작동했지만, 사이타마의 손날이 멈추는 순간 발생한 무시무시한 물리적 충격파가 무하한을 우회하여 고죠의 뒤편에 있던 거대한 산맥을 통째로 날려버렸다. 고죠는 식은땀을 흘렸다. 방어막이 뚫리진 않았지만, 공간 자체가 찢겨나갈 듯한 압력이었다.

제4막: 무량공처 vs 진심 펀치
"물리 타격은 안 통하지만... 그렇다면 정신은 어떨까."
고죠가 안대를 벗어 내리며 찬란한 푸른 눈동자를 드러냈다. 두 손가락을 꼬며, 주술의 정점을 전개했다.
"영역 전개(領域展開) — 무량공처(無量空処)."
순식간에 우주와 같은 무한한 정보의 공간이 사이타마를 덮쳤다. 끝없는 정보가 뇌로 흘러들어가 뇌사 상태에 빠져야 정상인 상황. 고죠가 승리를 확신한 순간이었다.
사이타마의 눈동자가 멍해졌다. 무한한 정보가 그의 머릿속을 채웠다.
(오늘... 마트 특판 세일... 계란이 반값... 파도 사야 하는데... 저녁은 전골인가...)
사이타마의 단순하고도 압도적인 뇌세포는 들어오는 무한한 정보를 '오늘의 마트 할인 정보'로 덮어씌우며 에러를 일으키지 않았다.
"뭐야 이거. 갑자기 왜 우주가 보여? 나 오늘 마트 가야 하는데."
사이타마가 짜증을 내며 영역 안에서 걸음을 내디뎠다. 고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무량공처 속에서 움직이는 존재라니!
"말도 안 되는 괴물이잖아... 그렇다면, 다 지워버리는 수밖에!"
고죠가 양손을 앞으로 모았다. 창(蒼)과 혁(赫)이 충돌하며 가상의 질량을 만들어냈다.
"허식, 자(茈)."
모든 것을 지워버리는 거대한 보라색 구체가 굉음을 내며 사이타마를 향해 쏘아졌다.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고 대지가 소멸해갔다. 그 압도적인 에너지를 보며, 사이타마도 마침내 오른주먹을 뒤로 뺐다.
"필살 진심 시리즈 — 진심 펀치."
결말: 폭풍이 지나간 후
사이타마의 주먹에서 뿜어져 나온 파괴적인 풍압이 '허식 자'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빛과 소리가 사라진 듯한 찰나의 침묵. 그리고 지구의 대기가 반으로 갈라지는 웅장한 충격파가 전 세계의 하늘을 덮었다. 사이타마의 물리적인 펀치의 풍압이 에너지를 찢어버리고 그대로 고죠를 덮쳤다.
"큭...!"
고죠의 무하한이 풍압을 걸러냈지만, 그 여파만으로도 고죠는 수 킬로미터 밖으로 튕겨 나갔다. 간신히 공중에서 자세를 잡은 고죠의 옷은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반면 원래 고죠가 있던 자리에는 거대한 협곡이 생겨나 있었다.
흙먼지 사이로 사이타마가 걸어 나왔다. 장갑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휴, 하마터면 마트 세일 늦을 뻔했네. 너, 좀 치는데?" 사이타마가 평소의 멍한 표정으로 돌아와 말했다.
고죠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하하... 내가 최강인 줄 알았는데, 위에는 위가 있네. 졌어, 졌어."
"그래? 그럼 다행이고. 혹시 이 근처에 슈퍼마켓 어디 있는지 아냐?"
세계관 최강자들의 대결은, 그렇게 허무하고도 평화롭게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