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격과 참격의 격돌: 료멘 스쿠나 vs 쥬라클 미호크

제1막: 황폐화된 성터의 조우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어느 멸망한 왕국의 성터. 수많은 시체들로 쌓아 올린 옥좌 위에 저주의 왕, 료멘 스쿠나가 턱을 괸 채 지루하다는 듯이 앉아 있었다. 그때, 무거운 발소리와 함께 서늘한 기운이 성터를 감쌌다.
스쿠나가 나른한 눈을 치켜뜨자, 창백한 피부에 매의 눈을 한 사내가 등 뒤에 거대한 십자가 형태의 흑도(黑刀)를 짊어진 채 걸어오고 있었다. 세계 최강의 검사, 쥬라클 미호크였다.
"심심풀이로 들른 섬에, 꽤나 살기 넘치는 야수가 있을 줄이야." 미호크가 매의 눈을 빛내며 말했다.
"어디서 굴러먹던 촌뜨기인지는 모르겠다만..." 스쿠나가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지루함을 달래주기엔 나쁘지 않은 장난감이군."

제2막: 보이지 않는 칼날과 흑도(黑刀)의 궤적

스쿠나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해(解)."
아무런 전조도, 소리도 없는 보이지 않는 참격이 미호크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자신이 베인 줄도 모른 채 목이 떨어졌을 일격. 그러나 미호크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견문색 패기'가 보이지 않는 살기의 궤적을 정확히 읽어낸 것이다.
챙-!!
미호크가 등에 짊어지고 있던 흑도 '요루'를 가볍게 뽑아 들어 허공을 튕겨냈다. 스쿠나의 참격이 튕겨 나가며 뒤편의 성벽을 종잇장처럼 두 동강 냈다.
"호오? 내 참격을 튕겨냈다고?" 스쿠나의 눈에 흥미가 번뜩였다. 주력이 없는 평범한 인간이 참격을 '보고' 막아냈다는 사실이 그의 구미를 당겼다.
"보이지 않는 참격인가. 잔재주가 뛰어난 검사로군."
미호크가 요루를 부드럽게 쥐고 가볍게 횡으로 휘둘렀다. 그 순간, 산맥조차 가를 듯한 거대한 녹색의 참격이 해일처럼 스쿠나를 향해 덮쳐왔다.
"하하하! 크고 무식하군!"
스쿠나가 도약하여 참격을 피했지만, 그가 앉아있던 옥좌와 성터 전체가 단숨에 평지가 되어버렸다.

제3막: 무장색(武裝色)과 주력의 교차

거리를 좁힌 스쿠나가 미호크의 눈앞으로 순식간에 파고들었다. 스쿠나의 손날에 닿는 대상의 주력량과 강도에 맞춰 자동으로 베어버리는 참격, **'팔(捌)'**이 깃들었다. 스쿠나의 손이 요루의 칼등을 스치며 미호크의 흉부를 향해 쇄도했다.
"부서져라, 장난감."
그러나 흑도 요루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미호크의 압도적인 '무장색 패기'가 검은색 칼날을 더욱 짙게 물들이며 스쿠나의 저주를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었다.
"내 검은 이가 빠지지 않는다."
미호크의 반격이 이어졌다. 요루가 무서운 속도로 허공을 가르며 스쿠나를 압박했다. 스쿠나는 네 개의 팔(수육 상태)을 이용해 미호크의 검격을 아슬아슬하게 흘려보내며 근접전을 펼쳤다. 주력과 패기가 부딪힐 때마다 검붉은 번개와 짙은 스파크가 대기를 찢어발겼다.
"훌륭하다! 주술사도 아니면서 이런 힘을 다루다니!" 스쿠나의 얼굴에 광기 어린 환희가 피어올랐다.

제4막: 복마어주자 vs 세계 최강의 일격

"더 이상 검을 맞대기엔, 네놈의 살기가 너무 흉흉하군. 끝을 내자."
미호크가 요루를 양손으로 쥐며 자세를 낮췄다.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패기가 주변의 돌멩이들을 공중으로 띄워 올렸다.
"동감이다. 최고의 경의를 담아, 뼈 한 점 남기지 않고 썰어주마."
스쿠나가 두 손을 모아 인을 맺었다.
"영역 전개(領域展開) — 복마어주자(伏魔御廚子)."
기괴한 형상의 신사가 등 뒤로 솟아오르며, 반경 200m 이내의 모든 공간에 필중(必中)의 참격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해'**와 **'팔'**이 빗방울처럼 쏟아지는 죽음의 폭풍.
"이건... 검술의 범주를 넘어선 재앙이군."
미호크는 쏟아지는 무수한 보이지 않는 참격들을 견문색으로 읽어내며 요루를 풍차처럼 휘둘러 방어했다. 그러나 영역 내의 맹공을 완벽히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했고, 미호크의 코트와 몸 곳곳에 피가 튀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호크의 눈빛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는 참격의 폭풍 한가운데서 모든 패기를 흑도 요루의 끝에 집중시켰다.
스쿠나 역시 단순한 참격으로는 미호크를 온전히 죽일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는 영역 안에서 주력을 극한까지 끌어모아, 세상의 공간과 세계 그 자체를 분리하는 참격을 준비했다.
"세계마저 가르는 참격이다."
"세계 최강의 흑도, 그 진수를 보여주지."
스쿠나의 손끝에서 쏘아진 거대한 차원의 참격과, 미호크가 혼신의 힘을 다해 휘두른 압도적인 녹색의 검기가 정면으로 격돌했다.

결말: 갈라진 하늘과 검객들의 미소

콰아아아앙-!!!!
두 가지 이질적인 에너지가 부딪히며 섬 전체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참격들의 충돌로 인해 발생한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구름을 뚫고 솟구쳐, 하늘이 말 그대로 두 갈래로 쩍 갈라졌다. 스쿠나의 영역인 복마어주자의 신사마저 그 여파를 버티지 못하고 산산조각 나며 흩어졌다.
자욱한 흙먼지가 가라앉은 후.
섬은 지도를 새로 그려야 할 만큼 완전히 반으로 쪼개져 있었다.
그 갈라진 틈을 사이에 두고 두 남자가 서 있었다.
미호크는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십자가 펜던트는 깨져 있었고, 전신은 베인 상처투성이였다. 검을 쥔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반대편의 스쿠나 역시 온전치 않았다. 가슴 한가운데를 깊게 베인 거대한 검상이 자리 잡고 있었고, 입가에는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
한동안의 정적. 이윽고 스쿠나가 피 묻은 이를 드러내며 호탕하게 웃었다.
"크하하하! 즐거웠다! 내 참격을 정면으로 부순 녀석은 네가 처음이다. 이름이 뭐냐, 검사!"
미호크가 흑도 요루를 천천히 거두어 등 뒤에 꽂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쥬라클 미호크. 넌 내게 검을 쥐는 투쟁의 즐거움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저주의 왕이여."
상처 입은 야수와 고고한 매는, 서로의 힘에 대한 깊은 경의를 눈빛으로 교환하며 무너져 내리는 전장 한가운데서 각자의 길로 등을 돌렸다. 어느 쪽의 목숨도 끊어지지 않았지만, 그들에게 있어 승패보다 더 값진 일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