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내가 올린 글에 달아준 댓글은 잘 읽었다.
게이가 언급한 넓은 의미의 수행모순이란 개념이 뭔지도 잘 이해되더라.
나도 그 부분에 있어서는 게이와 같은 입장이다.

다만 아직까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정리해보고자 한다.

우선 절대자의 도덕 체계 내의 각 규범들은 서로 모순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대해 우리는 서로 동의한 바가 있다.
예컨대 “A이면 B하라”라는 규범과 “A이면 B하지 마라”라는 규범은 절대자의 도덕 체계 안에서 공존할 수 없다는 거지.
만약 서로 모순되는 규범들이 한 체계 안에 존재함에도 그것을 절대자의 도덕 체계라고 주장한다면, 이는 거짓 주장이거나 각 규범들을 잘못 해석했거나 둘 중 하나일 거임.

어쨌거나 요점은 “어떤 도덕 체계를 절대자의 도덕 체계라 말하기 위해서는, 해당 도덕 체계의 개별 규범간 무모순성을 먼저 증명해야 한다”는 거임. 무모순성이 증명되지 않았는데 절대자의 도덕 체계라고 덮어놓고 우길 수 없다는 당연한 소릴 하는 거지 뭐.


그런데 또 다른 예를 들어볼게.
“A이면 B하라”
“C이면 D하라” 
라는 두 규범이 한 체계 내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실제로 A와 C는 표현만 다를 뿐 사실상 의미가 같고(A=C)
B와 D는 의미가 전혀 반대라면(B하라 = D하지 마라), 두 규범은 사실상 모순된다고 할 수 있음. 
(“A이면 B하라”, “A이면 B하지 마라”가 되기 때문)

그렇다면, 게이가 언급한 성경의 판관기 내용(왕이 없어 자기 소견 대로~)과, 십계명의 “도둑질하지 말라”는 규범 사이에 모순이 없는지 검증해볼 필요가 있을 거임.
두 규범이 서로 모순이라면, 성경은 절대자의 도덕 체계가 아니거나, 개별 규범들을 잘못 해석한 것이겠지.
(만약 규범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면, 바로 해석해서 모순을 없앨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런데 판관기 21:25를 “그래도 국가는 존재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도둑질하지 말라”는 규범과 모순됨.
왜냐하면 도둑질은 강제로 타인의 재산을 탈취하는 것을 의미하고, 국가 또한 납세자의 동의 없이 재산을 강제로 징발하기 때문.
러프하게 표현하자면 국가는 도둑질을 통해 유지됨.
따라서 절도를 부정하면서 세금을 긍정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함.

(물론 기독교인으로서 모든 재산은 하나님의 소유이니, 하나님이 세운 지도자가 있다면 그가 시민의 재산을 세금 명목으로 가져가는 것은 절도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현실에서 하나님이 세운 지도자라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잖슴.)

그렇다고 나는 성경을 절대자의 도덕 체계가 아니라고 보진 않음
단순히 규범이 잘못 해석된 것이라고 봄.
애초에 그렇게 쉽게 모순을 범할 텍스트가 아니잖슴.

그렇다면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모순을 피할 수 있을지 생각해봤는데, 우선 해당 구절의 왕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음.

1) 군주(일반적 의미)
2) 영적 지도자
3) 하나님의 법을 집행하는 군주
4) 하나님의 법을 집행하는 군주가 아닌 정치지도자
5) 하나님

이외에도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을 텐데, 나는 2나 5가 설득력 있다고 봄.
왜냐하면 사무엘상 8장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왕을 세우자 주장할 때, 여호와는 사무엘의 입을 통해 “그렇게 해. 좆되고 싶으면”이라고 응수했기 때문임.
또한 “너희의 것들이 니들 왕의 것이 될 텐데…”라고 사무엘이 말함으로써 인간을 왕으로 세우는 것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도 있고.

이 때문에 판관기의 “왕이 없어~”라는 것은 이스라엘인들이 여호와를 떠났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낫다고 봄.

요약
1. 십계명(도둑질하지 말라)과 게이의 판관기 해석은 모순됨.
2. 사무엘상 8장의 내용과도 모순됨.
3. 판관기를 다르게 해석할 필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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