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자가 도덕적 가치의 궁극적 기원이자 기준점이라면, 그가 내리는 명령의 수행이 곧 도덕적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 거임.
또는 절대자의 속성과 최대한 가까운 행동도 도덕적이라 말할 수 있겠지.
그런데 누군가는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음.
“내가 그 절대자, 즉 신이다. 내 명령을 따르는 것이 곧 선행이다.”
그럼 우리는 이 주장이 사실인지 따져봐야 함.
사실인지 따지기 위해서는 그가 정말 절대자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봐야 함.
그런데 절대자의 특성은 스스로 절대자라 주장하는 이의 속성과 별개로 규명되어야 함.
그렇지 않으면 “니가 왜 절대자인데?” 라는 질문에 “내가 가진 특성이 곧 절대자의 특성이니까”라 답하는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으니까.
따라서 우리는 이성적 추론을 통해 절대자가 가지는 특성을 규명하고, 이를 기준으로 저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 검증해야 함.
검증을 통과했다면 그때부터 절대자로 인정할 수 있을 거임.
이는 달리 말하자면, 모든 종교는 진짜 신의 가르침을 받드는 건지, 아니면 신을 사칭한 이들에게 속고 있는 것인지 우리가 이성적으로 추론한 신의 속성을 기준으로 검증되어야 한다는 것과 같음.
그래서 사람들은 신의 개념에 대해 많은 정의를 내놓았음.
그중 하나가 신은 전지전능한 존재라는 건데, 전지전능이 무엇이냐에 있어서도 견해들이 제각각임.
예컨대 문자 그대로 신을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존재라고 볼 수도 있음.
그런데 아무리 신이라도 좌표평면 위에 내각의 합이 180도가 아닌 삼각형은 그릴 수 없음.
삼각형의 정의상 좌표평면에서 항상 내각의 합은 180도일 수밖에 없으니까.
결혼한 총각을 만들 수 없는 것과 같음.
즉 한계가 존재함.
따라서 전능함은 “논리적으로 가능한 모든 일을 할 수 있음”으로 보는 것이 더 나을 거임.
이와 비슷하게 우리는 신이 내리는 명령의 특성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음.
만약 어떤 신 호소인이 우리에게 “결혼한 총각을 찾아라”, “좌표평면에 내각의 합이 180도가 아닌 정삼각형을 작도하라”고 한다면 그건 “진짜 신”이 아닐 거임.
이유는 다음과 같음.
신은 전선한 존재다.
그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곧 도덕적 행동 또는 선한 행동이다.
‘신조차도 논리적으로 수행 불가능한 명령’이 선으로부터 기인한다면, 신은 전선할 수 없다.
왜냐하면 선으로부터 기인한 명령을 수행할 수 없다면, “전적으로 선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은 정의상 전선한 존재이므로, 따라서 논리적으로 수행 불가능한 명령은 선으로부터 기인할 수 없다.
즉 신은 논리적으로 애초에 수행할 수 없는 명령을 내리지 않는 존재로 또 다시 한정됨.
그렇따면 또 다른 신 호소인이 “동성성교를 한 자는 죽여라”라고 명령했다고 해보자.
그 명령을 받든 갑은 동성애자 을을 죽이려고 함.
을은 “니가 뭔데 날 죽이려고 하냐?”고 물음.
갑은 “신께서 명령하셨다”라고 하겠지.
그런데 갑이 신의 명령을 근거로 동성애자를 처벌하는 규범을 정당화할 때에도, 갑은 암묵적으로 서로의 자기소유권을 전제하고 있음.
따라서 갑이 을에 대한 처벌의 정당화를 시도한다면 신을 근거로 한다 해도 수행모순에 직면함.
이는 앞서 언급한 논리적으로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음.
이에 대해 “좌표평면에 내각의 합이 180도가 아닌 삼각형을 작도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동성애자를 죽이는 건 실제로 가능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음.
만약 갑이 자신의 행동을 타인에게나 자기 스스로에게나 정당화하지 않고 그저 “수행만” 한다면 논리적으로 “가능한” 명령에 속하긴 할 거임.
그런데 “동성애자를 죽이는 것”을 넘어, 이를 “모든 동성애자를 죽여야 한다”라는 규범으로서 정당화하는 것은 논쟁의 선험과 모순되므로 정당화가 불가능함.
정당화 불가능한 규범을 정당화하라고 명령한다면 그것은 신이 아님.
그건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니까.
즉 신은 정당화가 불가능한 규범을 정당화하라고 명령할 수 없음.
그렇다면 기독교의 신은 신이 아닐까?
그건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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