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은 칼보다 강하고 타자기는 총보다 강하다.

영상물이 지배하는 시대에 용감하게 글쓰기에 대해 말하는 드라마.

사실 어떤 게 더 강하냐는 것 보다
글쓰기가 칼이나 총에 비유된다는 건데,
칼이나 총이라는 것 자체가 그 칼끝과 총부리가 어디를 향하냐에 따라 사람을 살리는 무기가 될 수도 있고 죽이는 무기가 될 수도 있는 것.
일본군의 총은 압제와 살육의 총이지만
독립군의 총은 자유와 해방의 총이듯이.
글이 내선일체 정신을 고취시키거나 일제의 군자금 모금을 독려하는 데 이용되기도 하지만,  독립정신과 민족의 혼을 일깨우는 힘을 발휘하기도 하듯이.
글은 살의를 일으킬 수도,  공감과 위로와 사랑이 될 수도 있지.

그런데 총과 칼보다 글이 갖는 우위라는 건, 어쩌면 글이라는 것은 독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 힘이 더 풍부해지기 때문일 수도.
세주의 글은 설이를 살렸고 스토커를 죽였지.
세주의 글이 활인검이 되기도 살인검이 되기도 한 건데, 거기엔 작가의 몫 뿐만 아니라 독자의 몫도 있는 것.
설이가 스토커에게 한 말처럼.


반면 스토커의 글(유서,  망상과 아집의 글)은 세주의 (작가로서) 목숨을 노리고,  기레기의 글(쓰레기 기사) 역시 한 인간의 파멸을 조장하지.

글은 또한 자본주의의 가장 커다란 무기(머니)가 되기도 하는데,  그래서 갈사장에게 세주가 그리도 소중한 거고.

모든 인간의 솔직한 감정표현과 자연스럽게 발화되는 시어들이 '오글거린다' 라는 몹시도 폭력적인 단어로 수렴되어 말살되는 요즘,
책을 읽읍시다,  라고 대놓고 병맛스런 공익광고를 삽입하는 이 드라마가 너무도 반갑고 소중하다.

요즘의 트렌디한 드라마 문법으로 채점할 때 정답에 못미치더라도,  좋은 부분마저 외면하진 말고 재밌게 즐기자.

카르페디엠
현재의 방영 순간을 즐기고 드라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  

기레기스런 글/댓글들은 무시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