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김재환 피디와 면식이 없지 않습니다. 또 제 어린 시절. 김재환 피디는 저에게 굉장히 크게 느껴지는 분이었다는 점을 수줍게 고백합니다. 어린 제가 볼때 김재환 피디는 통념에서 벗어난 지극히 자유로운 사람이었습니다.

백종원 대표과 김재환 피디. 호불호를 떠나서, 둘 중에 백 대표보다는 김재환 피디가 훨씬 더 정의로운 사람이고, 이 사회의 공익과 약자를 더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저는 의심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백종원보다는 김재환 피디에게 훨씬 더 큰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숨기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김재환 피디에게서 어릴적 느꼈던 범접하기 어렵게 컸던 그 모습은 이제 그에게 더 느껴지지 않습니다. 제가 너무 훌쩍 커버린 것일까요? 도대체 이게 뭘까? 저는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글은 그 고민의 결과물임을 알려드립니다.

김재환피디님,  피디님이나 저보다는 좀 어린 친구인데요, 이스라엘에 좀 이름난 역사학자가 한명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라는 친구입니다.
                 
그는 사람屬 사람種에 속하는 동물들이 이 별을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보이지 않고 존재하지 않는 허위의 것을 꾸며내서 말하고 믿을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 능력이 왜 중요하냐 하면, 이런 능력은 다른 개체들의 협조를 구할 수 있게 하거든요.
                 
그 결과 지구인들은 보이지 않은 것들에 대한 믿음을 구축하고  그 믿음을 통해 서로 협조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가령 하느님, 인권, 평등, 정의 그리고 국가, 이런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다른 동물들과 달리 사람屬 사람種에 속하는 동물들은 이런 것들을 믿습니다.
               
그래서 다른 개체들의 협력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본주의 역시, 사람들 사이에 어떤 허위의 믿음을 구축하지 않는다면 존립할 수 없는 체제입니다.

제가 볼 때, 백종원은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어떤 믿음을 심어주는데 있어서 출중하고, 그래서 자본주의에서 살아가기에 좀 유리한 종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가지고 백종원 개인을 탓할수 있을까?제 고민은 여기서 출발하였습니다.

백종원이 비록 대중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면이 많지만, 사실은 그런 백종원만을 탓할 수 없는 사회적 환경이 있습니다.

백종원 역시 우리처럼 결과만 중요하게 여기는 능력주의 사회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자라고 지냈을 가능성이 큰데,

어떻게 그런 백종원에게 그런 결과주의 능력주의로부터 자유로운 인생을 살지 않았느냐고 그 책임을 물을수 있겠는가 뭐 그런 말입니다.

백종원은 위선자라고요?  피디님,  사실은 위선은요, 우리가 생각하는것처럼 나쁜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위선은요, 선을 향한 악의 존경심입니다. 선을 존경하지 않은 악보다는, 선을 존경하는 악이 차라리 훨씬 덜 나쁩니다.
 
오죽하면 이런 말도 나오지 않았겠습니까? "가증도 10년쯤 떨면 예의로 쳐준다"

"누구누구의 실체". 이런 말을 사용하는 사람을 저는 기본적으로 신뢰하지 않습니다. 왜 신뢰할 수 없었는지 깊이 고민을 해본적이 없는데. 언젠가 깊이 생각해보니 그것은 @@@의 "실체"라는 표현이.. 세상에는 완벽하게 나쁜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의 나쁜 점은 결코 변화할 수 없고 일관적이라는 잘못된 전제 아래 이루어진 표현이기 때문인 듯합니다. 더구나 대개의 경우, 실체라는 표현은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사람에게 쓰여질 때가 많습니다. 그 사람이 받고 있는 좋은 평가가 사실은 부당하다는 취지인 것입니다.

한 점의 오류도 없는 사상이나, 단 한톨의 진리도 담지않은 사상은 없습니다. 사람 또한 그러합니다. 세상에는 완벽하게 좋은 사람이 없고 완벽하게 나쁜 사람도 없습니다. 누구나 인간인 이상 결점투성이 이고, 불완전하게 좋은 사람과 불완전하게 나쁜 사람이 있습니다. 때로는 어떤 사람의 행동이 지독하게 우리를 화나게 할 지라도 우리는 그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드라마 미생에서 김동식 대리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잘못을 추궁할 때 조심해야할 게 있어... 사람을 미워하면 안돼 잘못이 가려지니까. 잘못을 보려면 인간을 치워버려 그래야 추궁하고 솔직한 답을 얻을 수 있어" 저는 이 때 깨달았습니다. 사람을 미워하면 죄가 가려진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잘못한 점이 있다면 "그 사람의 실체 " "나쁜 사람" 운운할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을 미워하지 말고, 내가 관찰한 그 사람의 잘못을 논리적으로 얘기하면 될 일입니다. 그래야 그 사람의 잘못이 가려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쩌쥬? 백종원을 다루는 김재환 피디님의 모습에서 백종원을 향한 미움이 느껴지는 한편,  더 나아가 백종원을 훈계하고 싶은 욕구가 느껴집니다.

그런 것들은 연애인을 사냥하는 연예기자들이나 사이버렉카들에게나 느꼈는데,  공익을 향한 진정성을 의심할수 없는 피디님에게 그런 것을 느끼니 좀 당황스럽습니다.

백종원을 향한 피디님의 분노는, 십분 이해가 갑니다. 특히 가맹점주들의 아픔에 대한 피디님의 깊은 공감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저는 그게 백종원 같이 인성이 훌륭하지 않고 개떡 같은 사람, 그러면서도 본업보다는 방송을 더 잘하는 불완전한 사람 한명을 사냥해서 해결할수 있는 문제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더본코리아 뿐만 아니라, 수많은 프랜차이즈 가맹점 주들의 눈물도 바라봐주시기 바랍니다. 백종원 하나 사냥해서, 그들의 눈물이 모두 닦일수 있다면, 더 나아가 "결과를 능력으로 포장하는 이데올로기"(박구용)가 난무하는  이 사회에서 패자들의 눈물이 모두 닦일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백종원같이 좀 질나쁜 인간 하나를 사냥한다고 해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와는 생각이 다른, 게다가 좀 나쁜 인성의 백종원이  아니라, 그런 백종원이 활개치게 다니게 하는 우리 안의 욕망과 우리 사회에 더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제가 어렸을 때 굉장히 크게 생각했던 피디님을 다시 만난것 같은 반가운 마음이 들것 같습니다. 제가 오해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선악감별질이나  훈계질은 피디님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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