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 많이 쓰던 유동이야.

고닉 판 기념으로 일기 하나 쓰고 꺼질께

어쩌면 흥미있을지도 몰라.


나는 원래 모모사 AS파트 직원이었어.

미래도 없고 박봉도 지긋지긋하고 해서

4년차, 어느 정도 저축이 쌓였을 때 퇴사하고 나왔지.


내 꿈은 믿고 맡길 수 있는 정비점이자

온갖 좋은 상담을 해줄 수 있는 샵이었어.

결국 샵을 차렸고 인테리어도 열심히 했고

기계와 공구류도 신품으로 예쁘게 맞췄다.


공임비는 솔직히 비쌌어.

협회(말도 안되는 사립이지만)에서 내건 공임표를 그대로 받았거든.

대신 반드시 충실하게 해주겠다,

작업내용을 가리지 않겠다,

되도록 신속하게 해주겠다 등등

나름의 슬로건을 내세웠고 그게 먹히리라 생각했다.


여기서 잠깐,

내가 내건 공임이 왜 비쌌냐?

상대적으로 판매샵에서의 공임이 대단히 싸기 때문이야.

기어변속 만져주고 그냥 가시라, 혹은 5천원이다.

이런건 사실 단가가 안 맞는 행위야.


??? : 그걸 이만원 내느니 내가 만지고 만다?

이건 고객 측의 입장이고

사실 샵을 내놓고 영업하는 입장에서는

만원 공임이 하루 10건 들어오면 엄청 큰 적자야.

그걸론 유지비도 간신히 메꾸지.

그럼에도 판매샵이 그렇게 저렴한 공임을 받는 이유는

그 친절함과 저렴함을 통해 구매홍보를 내기 때문이야.


결국 순수 정비샵은 공임을 제대로 받아야만 유지가 가능해.

오버홀이니, 조립이니, 하는 단가가 있는 작업이나

블리딩 같은 시간문제로 거품가가 낀 작업이나

이런 작업은 평상시 거의 들어오지 않아.

10건 중 5건은 변속

1건은 타이어

1건은 소음

3건은 정말 엉망이 된 고철 자전거 문제야


저 중 소음은 정말 단가를 매기기도 힘들고 싫은 작업이야.

작업 -> 테스트 -> 작업 -> 테스트 -> 작업 -> 테스트

이걸 무한히 반복해야 해. 게다가 가격이 비싸면 대부분 화낸다.


엉망이 된 자전거는 더 싫은 작업이야.

대부분 고객이 나이 많으신 분들이고,

공임에 일정 액수가 넘어가면 99%트러블이 생겨.

그리고 딱 의뢰받은 작업만 해서는 해결이 잘 안된다.

여기저기 다 엉망인 경우가 많으니까.

그럼 보통 돈주고 고쳤는데 왜 이모양이야! 소리를 듣지


휠 트루잉을 한다던가,

완성도가 높아지도록 리빌딩을 한다던가,

샥 분해작업을 한다던가,

인터널 작업을 좀더 매끄럽게 한다던가

그런 나름의 스킬이 필요한 작업은 거의 없어.


정비샵 실력이 어떻냐?

글쎄 나는 그런거 없다고 생각해.

애초에 실력이 들어갈만한 작업이 너무 없어.

무얼 실력이라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어.

매뉴얼대로 하면 되는 일들일 뿐.

제일 중요한건 성의야.

얼마나 시간을 들여 예민하고 꼼꼼하게 만져주냐가

제일 중요하거든.


여튼 그래.

나는 의도치않게 비싼 샵이었고

너무 손쉬운 작업들만 있었으며

그 작업의 대가들은 너무 싸야만 했다.

내가 얼마나 꼼꼼히 만져주냐는 의미가 없었어.


결국은 나도 판매점 생각을 해야 했지.

하지만 다들 들어서 알거야. 특약점이라는 것은

선주문 물량을 얼마나 넣을 수 있느냐

또 거기에 따른 옵션을 얼마나 가져갈 것이냐

이 규모에 따라 배정되는 모델과 사이즈가 달라져.

몇몇 브랜드는 이 조건이 정말 말도 안되고

말할 수 없는 고유의 조건이 있는 브랜드도 있고

그렇지 않은 모 브랜드는 양심상 거기 프레임을 팔기가 머했어.


결국 나는 사정상 맞는 모 브랜드 하나만을 내걸었고

그 브랜드는 평가가 참 박해.

내가 처음 생각했던 정비들은 거의 맡아지지 않을만큼.

그래도 손익 생각 최대한 떨쳐내며 최선을 다해 정비를 하다보니

약간의 판매량은 나와서 먹고 살만은 하더라.


아직 억울하긴 해.

동종에 있던 한둘은 위의 모 브랜드 광고빨로 큰 마진을 챙겨가고

한둘은 빠르게 피팅으로 방향을 잡아서 잘 벌고 있고

한둘은 커뮤니티에 여론 선동으로 훌륭한 샵 이미지를 가져가고 있고..


쓰다보니 징징글이 되었네.

여튼 하고싶었던 말은 좀 이상해졌지만

사실 샵 정비는 정성이 90%라는거.

나머지 10%도 어떤 손재주라기보단 경험이야.

번쩍번쩍한 값비싼 브랜드 간판을 달아놨다고 더 잘하는 것도

무시받는 허름한 간판을 달아놨다고 더 못하는 것도 아니야.

애초에 그럴만큼 스킬이 필요한 작업이 너무 드물어.


그리고 나는 이제 아니지만

순수 정비샵을 차려놓은 데를 갈 일이 있거들랑

공임이 더 비쌀거라고 생각하는게 맞아.

대신 거기서 얻을 수 있는건 뭐가 있냐?

좀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정보야.

파는 물건이 없기 때문에 좀 더 솔직한 상담을 해준다.

나만해도 그렇거든.

정비만 할 때는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다 말해줬어.

어느 브랜드는 뭐가 어떻다 뭐가 어떻다..

왠만하면 어느 물건 쓰시라..

갈 일이 있다면 그런 정보를 물어보는것도 좋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