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그를 개미라고 불렀다.

그만큼 그는 하루를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다.

매일 일과가 끝나고 나면, 밤에 자신의 자전거를 이끌고 도는 한강 한바퀴.

가끔 비가 오거나 탈 컨디션이 아닐 때는, 위스키 한잔과 함께 밤의 여유를 즐기곤 했다.

그는 친구가 많은 사람이었다.

성격이 부산하지도, 그렇다고 조용하지도 않은 사람이었지만 그에겐 항상 인사하고 같이 자전거에 대해 담소를 나눌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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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한 어린 시절, 그의 과거에는 자전거가 늘 함께했다.
친구들과 타던 LESPO가 선명히 박힌 철티비와 거기에 달린 바구니 속 가방의 추억.

그 과거가 어느덧 잊혀지고 사회의 풍파에 휩쓸릴 때쯤, 그는 여느 날과 같이 일터 앞에서 자신을 실어갈 차를 기다렸다. 지친 몸은 전날의 노동이 과했음을 보여주듯 온몸을 채찍질하는 기분이었고, 새벽안개에 젖은 길거리는 우울로 한없이 빠져들게 했다.

그때, 그의 앞에 자전거 한 대가 지나갔다.

자출하는 듯 등에 멘 백팩하나와 급한 듯 아닌 듯한 페달링, 그리고 멋들어진 검은 자태.
그는 순간 눈을 들어 번들거리는 검은 차체에 박힌 흰 글씨를 눈에 깊이 담았다.

"SCOTT"

그날 일을 마치고 그는 무언가에 홀린 듯 집 앞 자전거점에서 그와 똑같은 자전거를 샀다.

애써 모았던 돈이 들은 통장은 숫자가 0에 수렴했지만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는 항상 입버릇처럼 인생 망했다라는 말을 늘 뇌까리던 자신을 돌아보며 정말, 간만에, 크게 기뻐하였다.


그의 고독한 원룸은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자전거와 함께하는 동거 장소로 바뀌었다.

그는, 그 자전거를 자신의 여자친구라고 불렀다.
하루하루 벌어서 그의 거친 손에 떨어지는 지폐들은 모두 그녀를 위해 쓰여졌고 물론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의 친구들은 힘든 일을 하면서도 열심히 취미를 찾아 생활하는 그를 응원했다.

가끔 일이 너무 힘들어 아끼던 위스키에 물을 타서 마신 후에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자전거를 안고 쓰러져 울었다. 그때도 친구들은 힘내라며 어깨를 토닥여 주었고 그는 그렇게 하루하루 버텨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자신에 비하면 훨씬 풍족해보였다. 아무렇지도 않게 비싼 자전거와 그에 필적하는 용품들을 사는 것으로 미루어보면 분명 부잣집 아들일 것이다.

그는 극도의 증오를 느꼈다. 매일 온 힘을 다해 사는 자신이 비참했고, 바닥을 뒹굴며 세상을 원망했다. 처음으로 위스키에 양을 늘리려 물을 타지 않고 폭음을 했으며, 친구들에게 분노의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친구들은 여태껏 알아왔던 자신의 친구들이 아니었다.

누군지 모르게, 익명으로 자신의 카톡으로 냉소가 날아왔으며
일부는 자신의 연락조차 받지 않았다.

일부는 여전히 자신을 토닥여줬지만 그 얼굴에는 비웃음이 담겨있는 듯 했다.


그는 배신감에 진저리치며 더욱 많은 분노와 관심을 끌기 위한 말들을 뱉었고, 여전히 그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당혹스러워하며 그를 피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벌게진 눈으로 변기를 붙잡고 토하다 문득 고개를 돌렸다.


아아, 어두운 방 안에서도 훤히 빛나는 글씨 SCOTT!
세상이 그를 배신해도 그의 자전거는 여전히 굳건히 그의 곁에 있었다.


그는 그 순간 그대로 바닥에 누워 스쳐지나가는 많은 장면을 떠올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인력사무소 앞에서 그의 앞을 지나간 자출족을 볼 때..?
고등학교를 거쳐 개미처럼 일만 한 그가 위스키를 처음 샀을 때..?
어릴 때 첫 자전거를 탔던 그때..?


그는 고뇌 끝에 생각했다.
다시, 자전거를 타면서 생각을 정리해보겠다고. 다시 자신의 친구들을 되찾겠다고.


그는 비틀대며 화장실 밖으로 나와 창밖을 바라보았다.
비가 오고 있었다.

오늘 타기는 틀렸군, 그는 생각하며 몇 방울 남지 않은 위스키를 따랐다.

한손에는 폰, 한손에는 술잔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그는 여전히 친구가 많은 사람이었다.

성격이 부산하지도, 그렇다고 조용하지도 않은 사람이었지만 그는 항상 인사하고 같이 자전거에 대해 담소를 나눌 사람을 찾았다.

즐길만한 밤의 여유였다.



※이 글은 로싸갤 혹은 현실의 인물 중 누구와도 관련이 없으며 자전적 소설임을 알려드립니다. 특정 부분이 현실과 겹치는 일이 생긴다면 모두 우연의 일치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