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시 대충 물뭍힌 수건으로 몸만 닦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바로 기절




분명히 나는 방금 누운거 같은데 4시에 맞춰둔 알람이 울리기 시작한다

씨발 존나피곤하네



랜도너스를 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을 꼽자면
역시 잠깐 눈붙였다가 다시 일어나는 순간이다

이번에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4시간가량 잘 수 있었지만
저번 천안600당시에는 시간이 없어서 정말 한시간반만 자고 다시 나온적이 있었다

잠도 별로 못자서 피곤한데 전날에는 300km이상 자전거를 탄 상황, 씻지도 못하고 땀에 쩔은 저지를 다시 주섬주섬 입고 새벽의 존나 추운 공기를 맞는 그 순간이 가장 힘들다

아마 다른 랜도너들도 가장 많이 포기하는 시점일 것이다



다행히 어제 걱정했던 허리랑 발목의 상태는 꽤 좋은거 같다 하지만 역시 아무리 평지위주 였다고는 해도 19시간만에 370km 주파는 무리였는지 허벅지에 반응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건 그냥 기분좋은 느낌수준
몸 컨디션 회복은 완벽하다


전날 편의점에서 사둔 몬스터와 전복죽을 입안에 빠르게 털어넣은 다음

대충 펼처놓은 저지 빕숏을 입고
밖은 추울테니 레그워머와 자켓도 입은다음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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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그다지 춥지는 않았다

모텔에서 다음 금호 CP까지는 약 10KM

아무리 가깝다고는 해도 역시 공복으로 가기에는 힘들다
그래서 전날에 편의점에서 항상 아침에 가볍게 먹을걸 사둬야 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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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CP에 도착

이른 아침 약 6시인데 슬슬 다른 랜도너들도 모여들기 시작한다

얘기를 들어보니 한참 이전에 있는 모텔에서 자다가 4시쯤에 출발해서 오신분들이다



CP에 가기전 아침부터 여는 유일한 식당에 들러서 곰탕을 주문하고 도장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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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만에 먹는 제대로된 밥

맛있었다

역시 아침은 국물이 쫌 뜨거워야 속이 풀리는 기분

다른 랜도너 분들도 열린 식당을 찾다가 이쪽으로 와서 합석을 하게 됐다

합석하신 분들은 역시나 베테랑 랜도너 SBS 경험은 물론 KR1200, PBP까지 완주한 고수중의 고수다
여러모로 내일 날씨나 다음코스에 관한 정보를 들을수 있었다


잠시 밖에서 짐을 꺼낸다음 들어오니 형님들이 결제를 해주셨다고 한다

아니 그러실 필요 없어요 저 돈 많습니다

하니까 사실 사줄라는건 아니였는데 주인 할머니가 일행인줄 알고 그냥 한꺼번에 긁으셔서 귀찮아가지고 사주신다고 하신다



나같은 허접은 오늘도 도움을 받는다

나도 뉴비들 허접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개 고수가 되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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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다먹고 나오니 어느새 해가 뜬 모습
그래도 아직 10월 초라서 해만 뜨면 금새 따듯해 진다

레그워머는 불편하니 벗어버리고 다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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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코스에서 가장 힘든 구간은 역시

가지산 3고개 코스라고 할 수 있다

나고개 오재 가지산으로 이어지는 부산으로 넘어가는 마지막 관문


첫번째 고개인 나고개는 짧았지만 그래도 꽤나 급경사인 고개였다


확실히 아직 허벅지 회복이 덜된 상태인지라
최대한 다리 힘을 아끼면서 넘어간다



그 이후에 나오는 오재

이씨발새끼가 졵나 힘들었다



미친듯한 급경사 거의 11~12%가 엄청난 헤어핀으로 1km이상 이어진다


허벅지의 무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풀 이너 상태로 회복댄싱을 하면서 올라가니 무릎에 무리가 간다

정말 끔찍한 업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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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를 내려와서 잠시 휴식

오재를 내려오는 길에 반대편에서 오는 자전거 한대를 마주쳤다.


누군가 하고 보니 손을 흔들어주네

설마 했지만 한국 랜도너스의 세계관 최강자 분이다


첨에는 와 와 화이팅 해줬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니 여기서 반환점까지 100Km이상 남았는데 지금 반환점을 돌아서 오는 사람을 마주첫다는건?'


씨발 저사람이랑 나랑 지금 200km 갭이 있는거다
분명히 나랑 같이 출발했을텐데



그 말인 즉슨 잠도 안자고 계속 달린거다 지금까지
그추운 새벽에 이 산골짜기를 넘어서

심지어 그 새벽에 부산에 도착하면 드랍백존도 운영을 안한다


진짜 이정도의 고수는 주작이 아닐까 싶을정도의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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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마지막 고개인 가지산을 넘어서 CP에 도착

가지산은 걱정한것 보다는 길기만 길지 급경사는 마지막에 조금밖에 없어서 편했다

이 CP에서 가장 많은 랜도너를 본거 같다




이때 마음이 아프게도
자전거를 세워놨었는데
어떤 커플 랜도너분들이 오셔서 실수로 내 자전거를 툭 치셧다

쓰러지더니 콘크리트 벽에 프레임을 박아서 클리어층 기스가 꽤 크게 낫지만

계속 사과하시고 뭐 어찌할 방법이 없으니 괜찮다고 하고 넘어갔다

그래도 마음이 아프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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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까지의 길은 역풍의 연속이었다

양산을 통과해서 가는 길
역풍도 꽤나 심했고 낮은 업다운 길을 타고가느라 힘들뻔 했지만

CP에서 고수분들 팩 출발하는걸 기다리다가 붙어서 겨우겨우 따라갔다

덕분에 자도까지 편하게 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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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도까지 역풍이 너무 심해서 잠시 멈추고 쉬고있으니


어제 따라잡혔던 개고수 팩이 도착했다

여러모로 얘기도 쫌 하고 쉬다가 다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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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CP까지 가는길은 역풍이 심했지만 큰 팩을 타고와서 다행히 체력을 많이 아낄수 있었다

522KM지점. 반환점 부산 을숙도 CP다


이제 절반왔다
이때 시각이 약 오후2시반 140KM쯤 탄 수준이다



드랍백에 보내놓은 새 저지로 갈아입고 18650 베터리도 보충, 장갑, 양말도 갈아 신고 삐걱거리는 체인에 체인오일도 보충했다.




아침에 형님들과 밥을 먹을때 들었던것중 하나

드랍백에서 시간 진짜 많이 뺏기니까 조심해라


나는 쉬는시간 줄이는건 자신있어서 괜찮을줄 알았다
그런데 옷좀 갈아입고 뭐하고 하다보니 시간이 진짜 금방간다 아마 부산 이라는곳이 최종목적지의 느낌이 강해서 늘어지는 느낌이다


근데 졵나 무서운건 이제 겨우 절반이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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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드랍백도 받고 출발때부터 한번도 못 싼 똥도 기가막히게 싼 다음 다시 출발한다



이제 슬슬 다음날의 날씨를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화요일 아침에 살짝 온다던 비가 점점 당겨저서 월요일 내내 온다 라고 예보가 바뀌었다


좆됐다 시발

나는 비를 맞더라도 쫌만 맞을 줄 알고 카본휠 그대로 왔지만 이대로면 이화령 다운힐에서 비 맞게 생긴거다

진짜 위험할거고 아마 공도주행이 불가능할거다




그말은 DNF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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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을숙도로 가는 자도는 정말 개 씹 좆구렸다


씨발어떤 병신새끼 아이디어인지 인도를 가운데에 두고 자도를 양옆으로 지나가게 하는건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길에서 빠저나올때 무조건 자도를 거처야 하는데다가 자도는 더럽게 좁고 울퉁불퉁한데 그마저도 절반은 떨어진 나뭇잎 나뭇가지로 가려저있는데다가 가로수에 부딛힐거 같이 가까웠다


좆병신같은 도로 씨발 그냥 만들지를 말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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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다시 자도를 빠저나왔다

근데 가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과연 이걸 계속 타는게 맞나? 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내일 아침부터 계속 비가 온다면
카본 림브로는 아마 주행이 불가능할거다

가능하더라도 너무 위험하다

그런 사실, 미래를 알면서 계속 앞으로 가고있다
그래 비가와서 포기 하더라도 그때 포기하자
그 생각으로 계속 앞으로 가지만


너무 많이오면 어떡하지? 패드가 부족하진 않을까? 만약 버스를 탄다면 어디서? 우비를 사야하나?

계속 미래에 대한 걱정이 머리속을 채우다 보니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받아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그러다 문뜩 이런 생각이 든다


어처피 내일 비가 온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내가 지금 걱정하고 두려워 해도 변하는건 없다


그러니 변하지 않을 미래를 걱정하기 보다는 현재에 충실해라, 즐겨라 그러면 혹시 모르는거다 바뀌지 않았을 미래가 기적처럼 바뀔지도



그 생각이 들고나니 저물고 있는 노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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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참 낙타등을 넘어 가지산 아래 CP에 도착했다

드랍백에서 남들보다 꽤 시간을 많이 써서 이젠 중위권 정도에 위치한듯 하다

가지산 구간을 넘어가는 도중에는 딱히 보급할 곳도 타이밍도 없어 이곳에서 잔뜩 먹고 한번에 넘어가기로 한다



이 편의점 사장님이 정말 친절하셨다

아무리 사람들 오는게 귀찮고 그래도
배고파 죽을라는 랜도너 111명이 왕복으로 2번 지나가게 되면 금전치료가 확실하게 되는걸까




미리 모텔을 약 150km 떨어진 지점에 잡는다
전략은 어처피 비가 오는거 최대한 비가 안오는 새벽을 이용해서 멀리까지 가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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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산 역방향은 지옥이었다

길기도 길고 10%정도가 계속 이어지는 업힐

막판쯤에는 12%가 넘는 급경사가 나와서 처음으로 무릎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가지산 다운힐도 마찬가지로 엄청길었다


가지산을 오르기 전 랜도너 정보 톡방에서 다운힐에 엄청 위험한 홀 두개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정보가 올라왔었다

그걸 의식하면서 첫번째걸 피하고 계속 내려가던 도중
ㅅㅂ 얼마나 더가야돼 하고 와후를 잠시 보고 고개를 들어보니

바로앞에 아예 공사를 위해서 아스팔트가 전부 벗겨진 구간이 길게 있었다


동물적인 본능으로 제동이나 조향은 절대 하지않고 오히려 더 가속하면서 넘어가니 무사히 통과

진짜 1초만 늦었어도 뒤지는거였다





씨발 진짜 이름부터 좆같다 가지산 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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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또다시 오재를 오른다

역 오재는 아침억 오른것 보다는 경사도 약하고 쉬웠다

날도 그렇게 춥지않아 설렁설렁 오를만 하다





이때가 약 오후 10시쯤

차도 한대도 없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이땐 달빛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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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랜도너들이 계속해서 있다

무섭고 어두운길에서도 저 멀리에 깜빡이는 빨간색 불빛만 보이면 그래도 혼자는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한다



어두운 시골길을 체인, 라쳇소리만 울리면서 핑크색 질렛과 빨간색 후미등이 줄지어서 가는 모습은 정말 어떤것도 무섭지 않을만큼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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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반쯤 다시금 아침밥을 먹은 금호에 도착

졸렷다

엄청졸렸다

역시 나는 00시가 가까워져 오면 너무 졸리다
cp직전까지 차선도 살짝 넘을정도로 졸면서 와서 오자마자 신맛 젤리랑 몬스터를 먹는다


슬슬 곧 새벽부터 비가 올 수도 있으니 우비를 미리 사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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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보급을 하고나니 00시인데 체력은 이미 거의 바닥이고 무릎도 아픈데 55km를 더가야 하는데다가 엄청나게 졸리다


좆됐다 이거 무리해서 모텔까지 가다가는 진짜 끝장이다

어쩔수 없이 이미 돈도 보내놓은 모텔을 포기하기로 하고 10km떨어진 모텔로 가서 일단 잔 다음 회복을 기대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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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던 도중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시발 아침부터온다매

빠르게 비옷을 입어서 옷이 젖는걸 막아야 한다

어처피 비와서 55km는 못갔겠네
정신승리를 하면서 전날에 갓던 그 모텔로 갔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전복죽을 사서 간다 이번에는 1+1

또 자기전에 먹을 빵쪼가리도 사고
어찌저찌 모텔에 도착
시간은 약 1시쯤

5시에 출발하는거로 하고 입에 빵을 어거지로 쑤셔박으면서 4시에 알람을 맞춘다



오늘 목표는 340km 주행이었지만 역시 가지산 콤보는 무시할 수 없었는지 280km밖에 못탄 650km지점이다

내일 350km를 안자고 달려야 하는 상황


자기전 침대에 누워서 다시한번 전국 날씨를 살펴보지만
아침부터 비가온다는건 바뀌지 않고 심지어 서울에는 폭우, 강풍 예보



하 씨팔 모르겠다 내일 생각하지 뭐
아니지 이따가 생각하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