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추쪽 다녀오는 길에 노점 슈퍼가 있어서 보급하면서 잠깐 쉬었거든요.


썩 봐도 미남에 쾌활한 30 중반의 서양인이었는데요,


제가 손에 든게 많아서 고글을 떨어트리니까 주워서 자기 옷에 툭툭 털더니 건네주더라구요.


의자가 그렇게 놓여서 그런지 어쩌다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서 쉬었어요. 


영어를 잘 못 해서 의사소통은 안 됐는데 이렇게 저렇게 손짓발짓 해가면서 막 떠들었죠 ㅋㅋ


이게 북미쪽 백인들은 한국 여자를 좀 쉽게 본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래서 수작거나 싶다가도


그렇다기엔 떠드는 템포나 표정같은게 꽤나 여유로워서 별달리 경계는 안 들더군요.


퍼질까봐 딱 2분 쉬려던걸 한 30분 앉아서 논 거 같아요.


뭐 이렇게 저렇게 서로 떠드는데 결국 의사소통이 잘 안 되니 좀 답답하기도 하고, 


슬슬 어둑해지니 가야 할 것 같기도 한데 갑자기 이 외국인이 노래를 불러요.


"Honesty ~ such a lonely word -"


빌리죠엘 어니스티더군요. 아, 노을이 좀 예뻐서 그랬는가 몸이 좀 퍼져서 마음도 퍼졌는가 저도 모르게 따라불렀어요.


참 못 부르는데 열창하더군요. 웃으면서 같이 부르는데 참, 평생 없어본 낭만이 이 늦은 나이에 마음을 적시는게 ㅋㅋ..


시간이 얼마나 지났으려나, 그렇게 계속 앉아있기가 체면상 좀 그렇기도 하고 해서 일어나려는데


이 남자가 먼저 일어나더군요. 이렇게 일어나기 좀 아쉽다, 속으로 생각하는데 일어나서는 제 자전거로 가요. 


흙먼지 덮인걸 자기 손으로 툭툭 털어내더니 져지에서 포스트잇 한장이랑 펜을 꺼내더라구요. 


뚜껑을 입에 물고 포스트잇을 손바닥에 대고 뭐라뭐라 쓰는데 그게 뭐라고 참 마음을 흔드는지..


여튼 그렇게 써서 제 프로펠에 툭 붙이더니 씩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먼저 갔어요.


참 그래요.


우연한 만남을 저렇게 여유롭게 가질 수도 있구나, 어색한 헤어짐을 저렇게 멋지게 떠날 수도 있구나.


그러면서도 저렇게 자연스럽게 훗날의 여지를 남겨둘 수도 있구나.


솔직히 멋있었어요. 많이요. 


이 포스트잇.. 오래 갖고있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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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가 영어를 잘 못해서요. 해석이 좀 어렵네요. 민망하지만 여기 올려둘 테니 해석 좀 부탁드려도 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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