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브랜드를 사면 좋을까, 평소 자전거를 자주 타고 다니는 과 동기에게 물으니


몇 가지 추천해주다가 "궁금한건 도싸에서 검색해보렴." 이라는 답변을 줬는데 


평소 대화해본 적 없는 약간 어둡고 조용한 동기 하나가 갑자기 저희 근처로 오더니


"도싸는 틀, 틀딱들이 카르,카르텔을 만들어서 그돈씨를 내세워 그사세를 자위하는 곳이며 계모임마냥 팩라이딩을 해서 몰아준 기록으로 딸을 치, 아니 자랑을 하는 곳이라 레이디한테는 맞지 않는 곳이니 나는 노싸..아, 로싸 갤을 추천하는게 아니겠노..나?"


라며 길고 친절한 충고를 주었어요. 구구절절 진실이 담긴 그의 말에 저는 핸드폰을 꺼내 


로싸갤을 검색해 보았지요. 마침 로싸갤에서는 각 브랜드 인기투표를 하고있었죠.


결과 미리보기를 누른 제게 등장한 이름은 '자이언트'


처음 물어보던 과 동기에게 자이언트, 좋은 브랜드니? 묻자 약간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그,


그리고 이어지는 어두운 동기의 첨언.


"스읍..샬과 트트..렉의 프레임 또한 자이언트에서 만든다는 팩트는 노무 트루가 아니겠ㄴ..나? 티씨알 프레임은 노무 잘 만들어서 대회 출전금지까지 있었던 비화도 모르면서...... 더군다나 나라면 성능도 ㅅㅌㅊ인 프로펠의 17년 하늘펠, 꿀벌펠, 고추..헉 잠자리? 아니 잠자리가 그 잠자리가 아니고"


라더니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만으로 엮는 더러운 나라!" 외치더니 어디론가 뛰어갔어요.


무슨 이야기인지 잘 알지는 못했으나 자이언트가 좋은 브랜드라는 것만은 잘 알아들을 수 있었죠. 




그리고 찾은 자이언트. 그곳에는 철 지난 정장을 갖춰입은 남자가 넥타이까지 맨 채 저를 맞아주었어요.


손끝으로 눈밑의 다크서클과 메마른 입술을 자주 매만지는 버릇이 있는 그는 참 친절하게 모델을 골라주었고


제가 자전거를 고르는 내내 무슨 이유에선지 옆을 따라다니던 매장 안의 


'산틱'이니 '아덴'이니 하는 브랜드를 입은 40대 남성들은 제가 자전거를 고를때마다 


오, 그 가격에 카본휠이 포함된 모델은 역시 저것뿐이지. 오, 저 가격에 무려 파워미터가 포함되어있다니. 역시.


등등을 서로 주고받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지요. 


길고 긴 안내 끝에 제가 받은 자전거는 


"디아이투와 에쎄랄원 카본휠이 장착된 자이언트 티씨알 어드밴스드 프로 디스크 제로 울테그라" 


이라는 정말 긴 이름의 자전거였어요. 역시 좋은 물건은 이름이 길더군요.




한껏 기분이 동한 저는 자전거를 끌고 홍제천을 지나 불광천으로 향했어요. 


왜 꼭 불광천이냐면, 저는 그곳에서 체조하는 할머니들, 장기 두는 할아버지들, 


그런 분들을 보면 까닭 없이 기분이 좋고 세상 사는 기분이 들거든요. 


그렇게 불광천을 달리던 저는 몇몇 할아버지들이 자전거를 세워놓고 쉬시던 벤치에 앉았고


맘씨 좋은 얼굴의 할아버지들 대화에 슬쩍 끼려고 그분들이 하시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한껏 늘어진 등을 두드리며 지나는 자전거들을 웃음띤 얼굴로 지켜보시던 할아버지들은


"스캇. 비앙키. 비엠씨. 콜나고. 허허, 우리 남한이 참 잘 살게 되었어."


"아무렴, 위아위스같은 국산은 또 어떻고. 오, 마침 위아위스 래디컬 F가 지나가는구먼."


그리 만족스런 중얼거림을 내시다가 문득 옆의 저를 발견하시고는, 


"자이언트."


라며 감탄사인지 짧은 외침을 내시더군요. 한껏 기분이 좋아진 저는


"울테그라 디아이투 에쎄랄원 카본휠이 장착......"


"자이언트."


"장착된 자이언트 티씨알 어드밴스드 프로 디스크 제......"


"자이언트."


그렇게 한 마디 마지막으로 던지시고는 어색한 얼굴로 저를 마주하시다 두분 다 몸을 일으키셨어요.




아무래도 불편하셨겠죠.


본의 아니게 비싼 자전거를 어르신들께 자랑하듯 선보이며 위화감을 샀다는 것이 마음이 아팠어요.


지금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된 것은 다 그분들의 노고가 있은 바탕 덕인데.


그러나 이 죄스런 마음을 그저 움켜잡고만 있지는 않으려고 해요.


좋은 자전거를 타니만치 더 열심히 노력해서 올바른 사회선도층으로써 이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


그것이 오히려 그분들의 은혜와 오늘의 죄스러움을 갚아나가는 길일 테니까요.


그렇겠죠? 디아이투와 에쎄랄원 카본휠이 장착된 자이언트 티씨알 어드밴스드 프로 -


디스크 제로 울테그라 오너에 걸맞는 마음가짐이란 아무래도 그런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