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념삼아 쓴 긴 글이니까 심심한 사람만 읽어~)



부서가 제품개발팀이란 말이지.

그럼 창의적으로 개발을 하는 곳이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말씀.

하루종일 각 제품들 가져와서 물성 비교테스트하고 히트작들 수치화하고...

우리가 본딴 제품 우리를 본딴 제품 등등


그런데 재미있는게 뭐냐면,

대놓고 본딴 제품들의 물성이 다 다르다 이거임.

같은 재료를 놓고 그대로 베껴도 탄성 강도 무게를 절.대.로 같게 맞출 수가 없어.

우리만 못하는게 아니고 전 세계 회사가 다 못해.

그 간단한 샤프트를 말이지.

툭 까놓고 말해서 핑 PING이라는 이름 들어봤을거야.

얘네는 우리보다 천 배 이상 팔았어

1960년부터 팔았고 기네스북까지 올라있지

그런데 아직도 같게 못맞춘다구.


그럼 이게 같게 맞추는게 중요하냐?

너무나 중요하지

수치가 정말 눈꼽만큼 달라도 바로 피드백이 와

블라인드테스트하면 아마추어도 다 가려낸다.


아마 자전거 프레임이나 휠도 그럴거여

그냥 타고 오래 달리는것과 정교하게 노려서 한번 휘두르는것이 다르니만치

시승자의 체감이야 골프채와 다르게 직관적이지 않겠지만

뭔가 좋은 프레임 좋은 휠을 회사가 목적성을 가지고 만들었다면

그걸 똑같이 짜내서 좋든 아니든 '똑같게'는 절대로 못 만든다는거지

퍼터 하나도 그렇게 못 만드는데 자전거처럼 복잡한 구조면 더더욱


그래서 하는 말인데 나는 사치적인 브랜드 밸류는 차치하고

자기네 목적성을 가지고 자전거를 오래 만들어온 신용있는 회사의 자전거를 타야한다고 생각해

그냥 베꼈거나 너무 역사가 짧거나 브랜드 크레딧이 없으면 좋지 않다고... 같지가 않으니까....

각설하고,


요즘 중국 휠들이 무게로 엄청 이슈잖아?

제품을 가볍게 만드는거야 너무 쉽지.

혁신적인 소재가 나오지 않는 이상 다 같은걸 쓰고 그 무게를 빼는건 너무 쉬운 일이다.

무거운데도 이유가 있고 가벼운데도 이유가 있고 다 밸런스랄까?

프레임이나 휠의 경우는 무게와 강성과 에어로와의 밸런스겠지?

무게가 비약적으로 가볍다면 뭔가 다른 밸런스가 내려가는거고

그 밸런스를 설정하는게 각 회사의 지적 재산이고 사실상 소비자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거지

무거운데도 이유가 있고 딱딱한데도 이유가 있고 그 사이에서 자꾸 최선을 찾아나가는게 회사의 목표고..

그중에 선전하고 당장 팔기 가장 좋은 수치가 무게니까.


자 이 긴 글을 주절주절 쓴 동기는 말이다

오늘 가장 가벼운 스틸샤프트를 만들자는 오더가 내려와서야.

보통 프로가 120~140g 스틸샤프트를 쓰고

일반적으로는 100g

시니어나 여성용으로는 75g도 쓰거든.

이런식으로 자기 파워에 비례하는 것이기에

골프채를 잡아본 사람은 경량이라는것에 아무 메리트가 없다는걸 모두가 알지.

근데 왜 회사에서 그런 짓을?

각인때문이야.

가벼운게 필요한 사람들 사이에서 ~~가 가장 가볍대 라는 각인.

그런데 75g 언더로 만들자면..... 무조건 문제 있는 제품이 나오게 된다.

윗분들도 당연히 알아.

그래도 강행이야. 왜?

"~~가 최경량이야. 기술도 이제 다 따라잡았어."

라는 각인을 위해서 말이지.....


나름 하는 일 자체에 자부심까진 아니어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만들어왔다는 자부심이 좀 바래더라고.

그냥 대놓고 안 좋은 제품인데 이미지광고를 위한 강요에 따라 내놓아야 한다는게 참

갑자기 자전거의 경량경쟁과 광고가 떠올라서 여기 주절주절 했다

로갤럼들도 가끔 무게만 보고 제품을 고를 때 한 번씩 생각해보는것도 좋을것 같아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