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긴 했는데 밖이 추워서 도저히 나갈 엄두는 안나고 이불 꽁꽁 둘러 싸고 있는 갬성으로 써볼게
때는 역병이 창궐하기 직전, 지구 어디쯤에 햇살 참 좋은 날에 있었던 이야기야
참고로 나는 선천적 아싸증후군으로 자장구 타면서 동호회 활동을 길게 해본적이 없어
물론 예전에 활동하기도 했는데 동회회가 흐지부지 사라지면서 남은 사람들이랑 가끔 라이딩 하는 정도는 했지.
그래도 어딘가에 소속감 느끼면서 벙 기다리고 여행다니고 하는거 보다 혼자 댕기거나 지인들 몇몇이랑 같이 놀거나 하면서 타는게 더 좋아
암튼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는디
별 이유도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모 어플에서 로드 동호회를 검색해 보았어
왜 그럴때 있잖아.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순간!
암튼, 내가 찾는 조건은 사람 많지 않고 가입 까다롭지 않으면 OK
마침 한 곳이 눈에 띄어서 가입하니까 얼마 안가 바로 승인해 주더라. 그렇게 그 주 주말에 벙에 나가게 되었지.
참고로 그때 나한테는 자전거가 두대 있었는데 한대는 지인이 지방 내려가면서 두달 정도 나한테 맡겨 두고 간거였어. 마음대로 타도 좋다는 조건으로.
난 그 지인의 차를 타고 벙 집결지인 신정교로 나갔어
오랜만에 모르는 사람들이랑 타려니까 쫄리기도 하고 설래기도 하고 그러더라.
주말이라 그런지 신정교에 사람들은 북적북적 삼삼오오 모여있었고 나는 훈련소 늅늅이 마냥 뻘쭘하게 두리번 가렸지
그러다 벙짱의 소개에서 보던 자전거가 눈에 띄어서 겁나 없는 목소리로
"저기 혹시 여기가..."
하니까 다행히도 그 사람이 바로 반갑게 맞아주더라.
모임에는 누님 한분과 남자넷. 총 다섯이 모였고 간단히 인사를 나누게 되었지.
인사를 한바퀴 하고 나니까 개중에 나이가 좀 있어보이는 벙짱이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더라
"입문 하신지 얼마 안되셨나봐요? 그래도 클릿은 끼우셨네요?"
응?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이 들고 내 차림새를 봤어. 하도 입어서 패드 쭈글쭈글해진 유행지난 마빅 빕에 꼬질꼬질한 헬멧. 이래도 늅늅이 처럼 보이나 보다. 최대한 조신하게 굴어야지 하고 생각했지. 날 늅늅이라 무시하나 생각한건 전혀 아니야. 십년을 넘게 탔어도 여기 동호회는 처음이었으니까.
"아.. 혼자 좀 탔어요. 그래도 잘 못타니까 열심히 따라가겠습니다."
"자전거는 같이 타야 재미있죠. 잘 따라오세요!"
벙짱은 유쾌하게 말했고 이어서 그날 코스를 설명했어. 가볍게 남북찍고 돌아오는 거였지.
우리는 이내 안양천을 출발해 한강으로 향했어
그런데 안합에서 멈춤 신호를 보내더라고. 거기서 한명이 더 합류 하기로 했대.
역시 북적거리는 안합에서 대기하는데 아뿔싸! 혹시나 했던 그 시간이 돌아왔어.
신병 품평회
사실 난 동호회에서 다른사람 장비에 관심 보이는 것에 크게 기분 나빠하진 않아. 특히 장비가 중요한 모임일수록 새 멤버의 장비에 대 대해 이야기 하면서 친밀감이 높아질 수도 있으니까.
암튼 내가 혼자 뻘쭘하게 있는 내게 벙짱이 다가오더니 내 자전거를 한참동안 뜯어 보더라 그러면서
"자전거는 처음 입문할때가 제일 재밌어요. 그러다 슬슬 기변도 하고 싶어지고. 동호회 활동 하시다 보면 내가 개미지옥에 빠졌구나 하는걸 아시게 될겁니다. 알루가 나쁜건 아닌데.........블라블라"
그러면서 한참을 알루..카본..강성..구동계.. 뭐 이런말을 하더라고
응? 이게 무슨 상황이지??
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고 순간 불알을 탁 치게 되었어!
상황인 즉슨 내가 타고 나간 자전거는 구형 캄파 레코드 달린 티타늄 프레임 로드였거든.
벙짱은 처음 그걸 보고 중국산 듣보 브랜드의 알루 입문용 쯤으로 생각한것 같았어. 그래서 처음 보자마자 입문했냐고 묻고 기변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거야.
나는 그때부터 "아!! 예! 그렇군요!"라 하며 벙짱의 말에 맞장구를 쳐 주었지.
"그래도 휠은 카본이네요. 신경 많이 쓰셨네요. 기왕이면 하이림이 좋긴 한데요"
여기서 속을 울고 싶더라.
휠은 알시스였거든. 까맣긴 해도 카본 아닌데..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합류하기로 한 멤버가 도착하고 나와는 뻘쭘하게 서로 소개를 했지.
"어? 린스키네요? 실물 처음 봐요."
"아. 네.. 6-4티탄이라 딱딱하기만 하네요. 가볍지도 않고요"
새로온 젊은 청년은 그래도 듣보인 내 자전거 브랜드를 알고 있었어. 그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마 벙짱 얼굴이 벌개졌던 것 같아.
우리는 그렇게 남북을 무리없이 찍고 다시 한강으로 복귀하게 되었지.
내 기억으로 유쾌하던 벙짱은 안합 이후로 말이 없어졌던것 같아
의도치 않게 자존심을 상하게 한 것 같아 미안하기 까지 하더라
그런데 문제는 그날 밤!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을 때였어.
벙짱에게 문자가 한통 왔어
그 톡이 있을것 같아 찾아봤는데 아쉽게도 없네. 내용은 대충 이런거였지.
-오늘 모임 괜찮았나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고민 많이 하고 드리는 말씀인데요. 정말 죄송하지만 다음 벙에 참석하시는건 재고해 주셨으면 해서요. 이런말씀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동호회가 2-30대 젊은 동호회 인데, 티타늄 자전거가 끼어있으면 아무래도 늙어보이잖아요. 그래서 어렵게 드리는 말씀입니다. 혹시나 기변하게 되시면 그때 다시 찾아주세요
이 톡 받고 정말 한동안 멍 했다
근데 생각해 보니까 이해할 수 있었던게
나때문에 그날 자존심에 상처 많이 입었고 남들이 보기엔 아무것도 아니지만 동호회 내의 권위도 중요할테니 문제의 싹인 나를 일찌감치 잘라내는 것으로 해결을 하려 한 것이겠지.
그 이후로 나는 그 동호회에 나가지 않게 되었어. 그리고 얼마 후에 그 앱에서 보니까 사라져 있더라.
카페나 단체톡으로 옯겨 갔을 수도 있고, 없어졌을 수도 있고..
아무튼 나에게는 그저 재미있었던 작은 경험이야.
그래도
그 벙짱이 지금도 어딘가에서 뉴비를 데리고 품평회를 하고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면 이해는 되지만 괜히 씁슬해 지긴 하다
때는 역병이 창궐하기 직전, 지구 어디쯤에 햇살 참 좋은 날에 있었던 이야기야
참고로 나는 선천적 아싸증후군으로 자장구 타면서 동호회 활동을 길게 해본적이 없어
물론 예전에 활동하기도 했는데 동회회가 흐지부지 사라지면서 남은 사람들이랑 가끔 라이딩 하는 정도는 했지.
그래도 어딘가에 소속감 느끼면서 벙 기다리고 여행다니고 하는거 보다 혼자 댕기거나 지인들 몇몇이랑 같이 놀거나 하면서 타는게 더 좋아
암튼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는디
별 이유도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모 어플에서 로드 동호회를 검색해 보았어
왜 그럴때 있잖아.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순간!
암튼, 내가 찾는 조건은 사람 많지 않고 가입 까다롭지 않으면 OK
마침 한 곳이 눈에 띄어서 가입하니까 얼마 안가 바로 승인해 주더라. 그렇게 그 주 주말에 벙에 나가게 되었지.
참고로 그때 나한테는 자전거가 두대 있었는데 한대는 지인이 지방 내려가면서 두달 정도 나한테 맡겨 두고 간거였어. 마음대로 타도 좋다는 조건으로.
난 그 지인의 차를 타고 벙 집결지인 신정교로 나갔어
오랜만에 모르는 사람들이랑 타려니까 쫄리기도 하고 설래기도 하고 그러더라.
주말이라 그런지 신정교에 사람들은 북적북적 삼삼오오 모여있었고 나는 훈련소 늅늅이 마냥 뻘쭘하게 두리번 가렸지
그러다 벙짱의 소개에서 보던 자전거가 눈에 띄어서 겁나 없는 목소리로
"저기 혹시 여기가..."
하니까 다행히도 그 사람이 바로 반갑게 맞아주더라.
모임에는 누님 한분과 남자넷. 총 다섯이 모였고 간단히 인사를 나누게 되었지.
인사를 한바퀴 하고 나니까 개중에 나이가 좀 있어보이는 벙짱이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더라
"입문 하신지 얼마 안되셨나봐요? 그래도 클릿은 끼우셨네요?"
응?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이 들고 내 차림새를 봤어. 하도 입어서 패드 쭈글쭈글해진 유행지난 마빅 빕에 꼬질꼬질한 헬멧. 이래도 늅늅이 처럼 보이나 보다. 최대한 조신하게 굴어야지 하고 생각했지. 날 늅늅이라 무시하나 생각한건 전혀 아니야. 십년을 넘게 탔어도 여기 동호회는 처음이었으니까.
"아.. 혼자 좀 탔어요. 그래도 잘 못타니까 열심히 따라가겠습니다."
"자전거는 같이 타야 재미있죠. 잘 따라오세요!"
벙짱은 유쾌하게 말했고 이어서 그날 코스를 설명했어. 가볍게 남북찍고 돌아오는 거였지.
우리는 이내 안양천을 출발해 한강으로 향했어
그런데 안합에서 멈춤 신호를 보내더라고. 거기서 한명이 더 합류 하기로 했대.
역시 북적거리는 안합에서 대기하는데 아뿔싸! 혹시나 했던 그 시간이 돌아왔어.
신병 품평회
사실 난 동호회에서 다른사람 장비에 관심 보이는 것에 크게 기분 나빠하진 않아. 특히 장비가 중요한 모임일수록 새 멤버의 장비에 대 대해 이야기 하면서 친밀감이 높아질 수도 있으니까.
암튼 내가 혼자 뻘쭘하게 있는 내게 벙짱이 다가오더니 내 자전거를 한참동안 뜯어 보더라 그러면서
"자전거는 처음 입문할때가 제일 재밌어요. 그러다 슬슬 기변도 하고 싶어지고. 동호회 활동 하시다 보면 내가 개미지옥에 빠졌구나 하는걸 아시게 될겁니다. 알루가 나쁜건 아닌데.........블라블라"
그러면서 한참을 알루..카본..강성..구동계.. 뭐 이런말을 하더라고
응? 이게 무슨 상황이지??
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고 순간 불알을 탁 치게 되었어!
상황인 즉슨 내가 타고 나간 자전거는 구형 캄파 레코드 달린 티타늄 프레임 로드였거든.
벙짱은 처음 그걸 보고 중국산 듣보 브랜드의 알루 입문용 쯤으로 생각한것 같았어. 그래서 처음 보자마자 입문했냐고 묻고 기변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거야.
나는 그때부터 "아!! 예! 그렇군요!"라 하며 벙짱의 말에 맞장구를 쳐 주었지.
"그래도 휠은 카본이네요. 신경 많이 쓰셨네요. 기왕이면 하이림이 좋긴 한데요"
여기서 속을 울고 싶더라.
휠은 알시스였거든. 까맣긴 해도 카본 아닌데..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합류하기로 한 멤버가 도착하고 나와는 뻘쭘하게 서로 소개를 했지.
"어? 린스키네요? 실물 처음 봐요."
"아. 네.. 6-4티탄이라 딱딱하기만 하네요. 가볍지도 않고요"
새로온 젊은 청년은 그래도 듣보인 내 자전거 브랜드를 알고 있었어. 그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마 벙짱 얼굴이 벌개졌던 것 같아.
우리는 그렇게 남북을 무리없이 찍고 다시 한강으로 복귀하게 되었지.
내 기억으로 유쾌하던 벙짱은 안합 이후로 말이 없어졌던것 같아
의도치 않게 자존심을 상하게 한 것 같아 미안하기 까지 하더라
그런데 문제는 그날 밤!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을 때였어.
벙짱에게 문자가 한통 왔어
그 톡이 있을것 같아 찾아봤는데 아쉽게도 없네. 내용은 대충 이런거였지.
-오늘 모임 괜찮았나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고민 많이 하고 드리는 말씀인데요. 정말 죄송하지만 다음 벙에 참석하시는건 재고해 주셨으면 해서요. 이런말씀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동호회가 2-30대 젊은 동호회 인데, 티타늄 자전거가 끼어있으면 아무래도 늙어보이잖아요. 그래서 어렵게 드리는 말씀입니다. 혹시나 기변하게 되시면 그때 다시 찾아주세요
이 톡 받고 정말 한동안 멍 했다
근데 생각해 보니까 이해할 수 있었던게
나때문에 그날 자존심에 상처 많이 입었고 남들이 보기엔 아무것도 아니지만 동호회 내의 권위도 중요할테니 문제의 싹인 나를 일찌감치 잘라내는 것으로 해결을 하려 한 것이겠지.
그 이후로 나는 그 동호회에 나가지 않게 되었어. 그리고 얼마 후에 그 앱에서 보니까 사라져 있더라.
카페나 단체톡으로 옯겨 갔을 수도 있고, 없어졌을 수도 있고..
아무튼 나에게는 그저 재미있었던 작은 경험이야.
그래도
그 벙짱이 지금도 어딘가에서 뉴비를 데리고 품평회를 하고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면 이해는 되지만 괜히 씁슬해 지긴 하다
실화냐 ㄷㄷㄷ
소설임!ㅋ 세세한건 기억이 잘 안나
뉴비를 야리돌림하는 미친 동호회... - dc App
실화일수도 하는 생각을 들게 할 정도로 동호회에는 온갖 인간 군상이 모여있어서...
맞아! 별 사람들 다있어 ㅠㅠ 근데 친한 사람들이랑 타는게 맘편하다가도 새로운 사람,문화를 접하고 싶기도 하고..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
와……0.0.. - dc App
티타늄로드 갖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