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릴레이 소설이 됐는데 본인은 릴레이를 의도한 적이 없음을 밝힌다....
나는 몸을 오른쪽으로 돌려 데몬의 두번째 일격을 가까스로 피해냈다.
피하며 구를 때, 부서진 돌 파편들이 머리 위에서 어지러이 날아갔다.
첫 일격의 아픔은 깊었다. 무릎이 후들거렸고,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일어서서 몸을 가누는 것조차 버거웠다.
데몬은 땅에 박힌 제 도끼창을 빼내고 있었다. 도끼창을 빼내면서도, 데몬은 여전히 매서운 살기로 나를 노려보았다.
‘태양이시여, 사명진 자에게 힘을 내리소서.’
기도의 끝에는 극심한 통증만이 있었고, 응답은 없었다. 나는 온몸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가쁜 숨을 몰아쉬었으나 턱밑까지 차오른 숨은 전혀 진정되지 않았다.
전장을 떠난 지 이백 년, 망가진 몸은 생각보다 둔해져 있었다.
데몬이 귀에 거슬리는 괴성을 지르며 다시 내게로 도약했다.
팽팽하게 맞서는 두 살기의 한복판에서, 나는 ‘스톰 룰러’를 양손으로 굳게 잡아 간신히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왼손의 방패는 무게에 못 이겨 내팽개친 지 오래였다.
보잘것없는 살기와 함께 나 또한 고함을 질렀다.
“나는 카타리나의 지크벨트다! 여기서 네놈 따위에게 쓰러질 성 싶으냐!”
이마에서 흘러내린 핏줄기가 왼눈을 찔러댔다.
피는 입까지 흘러내려 입안으로 스며들었다. 내 피의 맛은 칼처럼 비릿했다.
시선이 흐릿해서, 필살의 간격을 가늠할 수 없었다. 적은 더욱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구오오오오……
“오너라!”
생사의 갈림길에서, 칼이 맞붙기 전에 거친 신음소리가 먼저 맞붙는 듯했다.
데몬이 허리를 돌려 도끼창을 등뒤로 바싹 끌어당겨서, 세차게 휘두를 준비를 했다.
무심결에 나는 검을 쥔 양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양손에 흥건한 땀을 나는 느꼈다.
‘욤! 오, 내 오랜 친구여! 내게 힘을 빌려주게. 내 그대에게 갈 수 있도록……’
기적이었을까, 아니면 스톰 룰러가 내 떨림을 들었던 것일까.
스톰 룰러의 검신 주위에서 미풍이 일더니 순식간에 폭풍으로 소용돌이쳤다.
폭풍은, 검신 주위를 휘돌면서 비명을 질러대는 것 같았다.
그 비명은 경건했고, 요염했다.
그 순간 멀리서 파공음이 들렸다.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더니 정확하게 데몬의 눈에 꽂혔다. 깃 달린 화살이었다.
데몬은 고통스럽게 포효하면서 도끼창을 아무렇게나 휘둘렀다.
아무렇게나 휘둘렀다기보다는, 그렇기를 바랐다.
그 바람을 태양께서 들어주시리라 기원하며 나는 스톰 룰러를, 친구와의 약속을, 그리고 욤의 폭풍을 휘둘렀다.
스톰 룰러와 데몬의 도끼창이 맞닿았다. 쇠 사이에서 불이 튀었고, 두 쇠붙이가 갈려나가는 고음이 귀를 찔렀다.
내 몸을 밀어내는 데몬의 힘을 검의 폭풍이 막아내고 있었다.
내가 몰릴 때마다, 폭풍은 한층 힘차게 춤추며 내게 가세했다.
스톰 룰러는 마침내 외마디 비명과 함께 데몬의 도끼창을 밀어내었다.
데몬은 도끼창이 어깨 뒤로 밀려난 채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것이, 데몬이 처음으로 보인 허虛였다.
갑옷이 시끄럽게 철걱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이내 땅을 박차는 소리도 들렸다.
재의 귀인이 일순 달려든 것이었다.
귀인은 데몬이 꿇은 왼쪽 무릎을 타고 다시 한번 도약해 높이 치켜든 검으로 데몬의 심장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칼이 얕게 박혔는지, 귀인은 망치로 못을 박듯이, 방패로 칼자루를 연신 내려치며 칼을 깊숙이 밀어넣었다.
데몬은 고통의 신음을 내뱉으며 한손으로 귀인을 쥐어 잡아 내던졌다.
귀인은 땅에 나동그라져 여러 바퀴 굴러 돌벽에 힘없이 처박혔다.
그후 데몬은 단말마로 날뛰다가 곧 쓰러졌다. 데몬은 숨을 헐떡이다가 결국 눈 뜬 채로 죽었다.
데몬이 죽자 그 신체는 점차 흰 빛덩이로 변해갔고, 빛덩이는 빛가루가 되어 바람에 날리며 스러졌다.
데몬이 쓰러져있던 자리에는 작은 소울만이 남아 반짝였다.
이토록 작은 영혼이 그 거대한 육신에 깃들어 다스린다는 사실을 나는 늘 납득하기 어려웠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귀인을 돌아보았다.
“귀공!” 내가 소리쳤다.
재의 귀인은 떨리는 팔로 땅을 짚더니 힘겹게 일어섰다.
내가 다가가 손을 내밀려 하자 귀인은 손을 흔들며 사양했다.
귀인은 반쯤 부서지고 뭉개진 투구를 벗어 땅에 내팽개쳤다.
그는 입안에 가득 고인 피를 탁 뱉었다. 부서진 이빨 조각들이 함께 튀어나왔다.
“괜찮나?”
“빌어먹을 자식.” 재의 귀인은 비틀거리며 데몬의 소울에 다가갔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소울을 홀로 독차지했다.
그는 종소리의 재, 나는 감히 종잡을 수조차 없는, 무거운 사명을 지고 있었다.
당연히 그 소울은 양보할 생각이었다. 허나 아무런 말도 없이 소울을 독차지하는 귀인을 보니 기분이 상했다.
나는 섭섭함을 내색하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 주저앉으며 헉헉댔다.
“훌륭한 솜씨네, 귀공. 하지만 앞으로 그런 터무니없는 짓은 하지 말게나.”
재의 귀인은 어떠한 상의도 없이 데몬에게 돌진했었다.
공세나 수세를 취할 시간도 없이, '카타리나의 지크벨트, 가세하겠네!' 라고만 외치고 나는 서둘러 참전했었다.
“귀공은 불 꺼진 재, 종소리의 재가 아닌가. 이렇게 늘 성급하게 행동하다가는 팔란의 불사대조차 꺾지 못할 것이네.”
귀인은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칼을 들어 칼집에 밀어넣으며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널찍한 투구를 벗어 그 안에 매달아논 가죽부대와 술잔 두 개를 꺼냈다.
“그대 역시 훌륭한 전사이니 이 이상의 말은 불필요하겠지. 귀공, 지금은 축배를 들지 않겠나?” 나는 호쾌하게 웃어젖히며 술 한 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지크벨트, 나는 불사자요.” 귀인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나 역시 그렇네.”
“불사자에게는 음식도, 술도 필요하지 않소. 불필요함에 시간을 할애할 생각은 없소.”
나는 술잔에 술을 따랐다. 그리고 그에게 건넸다.
“귀공. 망자 역시 먹지도 마시지도 않네. 그들은 죽었기에 음식을 먹지 않는 거네. 하지만 우리는 불사자라 하더라도 산 자야. 살아서, 먹는 즐거움과 마시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거지.”
재의 귀인은 술잔을 받아들지 않았다. 나는 이어 말했다.
“내 살다보니 느껴본 것인데, 망자와 불사자는 겨우 한끝 차이네. 그리고 그 한끝 차이는 정신력과 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렸다고 보네만……? 자신을 그렇게 망자와 동등하게 여기다가는 자네 역시 가까운 미래에 망자가 되어 세상을 떠돌 거네.”
그가 한숨을 내쉬더니 술잔을 마지못해 받아 단번에 마셨다.
내가 웃으며 물었다. “으음, 어떤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술이네.”
그가 먼 곳을 바라보며 술맛을 음미하더니 씩 웃었다. “나쁘지 않군.”
그는 내 옆에 앉아 술잔을 내밀었다.
“이 술을 한번도 못 마셔본 자는 있어도 한번만 마신 자는 없네.” 나는 싱글거렸다.
나는 그의 술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지크벨트, 그런데 당신 그 칼의 폭풍…… 정말 대단하더군. 그 칼을 어디서 얻었소?”
나는 내 술잔에 술을 따르다 말고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이 잘생긴 남자는 볼이 움푹 패었고 얼굴이 피범벅이었으나, 턱선이 갸름했고 코가 높았다.
적당히 큰 두 눈에서는 탐욕이 느껴지지 않았고 호기심만 느껴졌다.
“내 오랜 친구가 준 칼이네.” 나는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 “으음… 으음……. 주었다기보다는 빌려줬다고 말하는 편이 옳겠군.”
재의 귀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귀한 칼을 누가 왜 빌려준다는 말이오?”
귀인이 술잔을 들어 홀짝였다. 나는 세 번째 술잔을 따랐다.
술기운 때문일까,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던 말이 제멋대로 튀어나왔다.
“훗날 자신을 죽여 달라며 준 것이지.” 나는 단숨에 세 번째 잔을 들이켰다. “이 칼만이 그를 죽일 수 있거든.”
갑자기, 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지크, 만약에 내가 내 백성들을…… 해치는 날이…… 이 칼로 날 죽여주게. 검명은 스톰 룰러라고 지었네'
욤이 짐짓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내가 폭풍을 불러온다면 이 칼로 그 폭풍을 잠잠케 하라는 기도를 담았네. 아아, 친구여, 이 칼은 실제로 폭풍을 몰기도 한다네.’
태초의 불 앞에 서서, 욤은 그윽한 눈동자로 나를 내려다보았고, 나는 서글프게 웃었다.
‘부디 약속해주게, 지크. 누구에게 이 잔인한 사명을 맡긴다는 말인가……’
불현듯 귓가에 울린 옛 친구의 환청에, 메마른 눈가에 눈물이 맺히려 했다.
‘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도 그도 아무 말도 내뱉지 않았다.
귀인이 술잔을 빙글 돌리다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이상 물었다가는 하루 종일 당신 이야기만 들어야겠군.” 그가 싱겁게 웃었다. “그건 사양하겠소.”
나는 울적함을 떨쳐내고 껄껄거리며 웃었다. 술기운에 양 볼이 붉어진 것을 나는 느꼈다.
“마지막으로 건배하세, 이제 술도 다 떨어졌으니……” 내가 술잔을 앞으로 내밀자 귀인도 술잔을 내밀었다.
“귀공의 용기와 나의 검, 그리고 우리의 승리에…”
두 술잔이 서로 맞부딪혔다. “태양 있으라! 으하하하하!”
나와 귀인은 술잔을 들어 입안에 모두 털어 넣었다. 나는 호방하게 웃어댔고 귀인은 소리 없이 웃었다.
해가 서산 쪽으로 기울기 시작할 무렵 귀인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어디로 갈 거요? 괜찮다면 나와 함께 가지 않겠소? 나는 팔란의 성채로 갈 생각이오.”
“애석하지만 내 친구여, 나는 죄의 도시로 가야 한다네. 하루라도 빨리 가야만 하는 길이지.”
‘젊고 강한 그대보다도 먼저 가야만 하지……’
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연이 있다면 다음에 만납시다. 아, 지크벨트. 만약 망자가 될 것 같다면 나에게 오시오. 고통 없이 죽여 드리리다. 그것이 내 특기니까.”
나는 내 사명의 끝을 알고 있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그 길의 끝에서, 욤의 죽음과 나의 죽음이 함께 있을 것이었다.
그러므로 귀인의 ‘호의’는 결코 실현될 수 없었다.
“재의 사명에 태양이 있기를!” 나는 술잔을 흔들며 그를 떠나보냈다.
떠날 때,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고 나도 고개를 숙인 뒤에는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
졸음이 몰려왔다.
늙은 몸은 자꾸만 잠을 요구했다.
어느 불사자는 잠조차 자지 않는다고 했으나, 나는 내 신체의 졸음이 애석하지 않았다.
잠의 기쁨을 알지 못한다면 어찌 살아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고, 세계는 고요 속에서 잠들어갔다.
얼마나 잠들었을까. 밤하늘에는 새까만 달만이 비쳐 어두웠고, 나를 부르는 소리 이외에는 풀벌레가 짖어대는 소리만 들렸다.
“지크! 지크, 당신 맞아요?”
가녀리고 우아한 목소리에 고양이처럼 가벼운 발걸음.
나는 기억해냈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앙리. 내 오랜 친구이자 아스토라의 상급기사인 앙리였다.
릴레이? 누가 그런 헛소리하고 다님? ㅡ.ㅡ
필력갑 개추
95555
전개 ㄹㅇ루다가 개흥미진진하자너... 저러면서 앙리 ts 남자로 나오면 매 글 비추박을 거 ㅅㄱ
기대되네 담편
크 역씨 찐이 체고야...
빨리 갓치한테 뒤통수 맞고 우물로 떨어진거 써줘 ㅡㅡ
잘쓴다..
좆좆 인성 보소...
아아, 친구여
근데 ㄹㅇ 찐이 존나 잘쓰네 ㅋㅋㅋ 짭이 쓴거 한 반쯤 읽다 문체 이상해서 내렸는데
와 개지린닼ㅋㅋㅋㅋㅋㅋㅋ 막힘없이 쑥쑥 읽혀짐ㅋㄲㅋㅋ 다음편도 기대한다 완결까지 달리자! - dc App
님 양파 데몬이랑 싸울때 츠바이헨더 씀.. - dc App
찐이 이런데 짭에다가 개추박은 애들은 인간성 잡고 반성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