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알아둬야 할 건 이 시기의 클론트루퍼 묘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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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2에 등장한 카미노인들의 설명에 따르면 클론들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드로이드보다 우월하지만

유전자 조작을 통해 독립성을 누그려트려 놓아서 모든 명령에 즉각 절대복종하도록 만들어졌음.


사실상 인간 이하의 노예 군대인 셈이고, 상황이 급하다고 이 군대를 덥썩 받아먹은 공화국과 제다이의 도덕적 타락을 상징하는 소재인 거지.

클론들은 의도적으로 스톰트루퍼를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디자인됐고, 클습 엔딩의 출정식 장면에서는 대놓고 임페리얼 마치를 틀어서 제국으로 변해가는 공화국을 암시함.


거기까지는 좋은데, 이러면 세계관 내외로 몇 가지 문제가 생김.

하나는 전쟁은 말 잘듣는 보병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일부 독립성을 가진 특수병과가 필요하다는 거고,

또 하나는 '미래에 스톰트루퍼가 될 예정인 노예 군대'로는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제한되고 장난감 팔아먹기도 곤란하다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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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온 게 ARC 트루퍼임.

생긴거 보면 감이 오겠지만 이놈들은 장난감 팔아먹기 좋게 온갖 간지나는 아이템을 장착한 슈퍼 클론으로 만들어졌음.


설정상 얘들은 장고 펫의 요청에 따라서 만들어진 특공대인데, 일반 클론과는 유전자부터 달라서 신체능력도 뛰어나고 높은 자율성과 판단력을 가지게 되었고,

장고 펫이 직접 훈련시켜서 원본의 막강한 전투력을 그대로 물려받았음.


근데 카미노인들은 이놈들을 기껏 만들어놓고도 냉동보관해놨다가 카미노가 공격받아서 클론 생산시설까지 털릴 지경이 돼서야 해동시켰는데,

이들이 장고 펫의 성격을 그대로 이어받아서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임.

일단은 명령받은 대로 카미노를 지키긴 하겠지만, 그 뒤에는 어떻게 변해갈지 알 수 없다는 걸 우려했던 거지.


그리고 그 우려가 틀리지도 않았던 게, 당장 이놈들이 해동되자마자 한 일이 '공화국에 충성하며 자라는 게 아니면 아예 자라서도 안 된다'며 클론 생산시설을 파괴하려고 한 거임. 제다이들이 말려서 관두긴 했다만.


또 이놈들은 장고한테서 제다이 혐오까지 배웠는지 제다이 장교들을 업신여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장고에게서 받은 비밀 지령이 있다거나, 한 놈이 장고의 도움을 받아서 탈영한 일이 있다든가 하는 등 뭔가 다른 꿍꿍이로 만들어진 놈들이라는 수상쩍은 분위기를 풍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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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비슷한 시기에 루카스아츠에서는 클론을 주인공으로 한 밀리터리 슈터인 '리퍼블릭 코만도'를 개발하려고 머리를 굴리고 있었음.


이 게임의 주인공들인 클론 코만도들은 처음에는 영화에 나온 것처럼 몰개성하고 딱딱한 모습으로 묘사됐는데,

루카스한테 시연 영상을 보여줬더니 애들이 밋밋하고 재미없다면서 개성과 유머를 넣으라고 지시했다고 함.


제작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 마찬가지였던데다 창조자의 승인까지 떨어졌으니, 맘놓고 개성넘치는 클론 코만도 캐릭터들을 만들어 넣었음.

얘들이 그 유명한 델타 스쿼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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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시점에 카렌 트래비스라는 작가가 등장함.


이 업계에서는 영화 게임 드라마 같은 게 나오면 무명 작가를 고용해다가 허접한 타이인 소설을 쓰게 해서 푼돈을 긁어모으는 게 루틴인데,

마침 데뷔작으로 밀리터리 SF 소설을 써낸 신인 작가 트래비스가 그 역할에 낙점된 거임.


트래비스는 스타워즈는 본 적도 없었고 처음에는 대충 아무거나 써서 돈이나 벌자는 생각이었다고 하는데,

후술할 이유로 클론 트루퍼란 소재에 팍 꽂혀서 열정을 쏟아부은 작품을 써냈음.


그 소설인 '하드 컨택트'로 초인기작가가 된 트래비스는 한동안 클론 전쟁 시기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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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는 소설가가 되기 전에는 기자, 군무원, 홍보 담당자 같은 일을 했고, 덕분에 정부 및 군 조직이 돌아가는 생리를 잘 알고 있었음.

그 경험을 살려서 공화국군이 돌아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냈던 게 인기의 비결이었고.


그런 트래비스가 정리한 공화국 특수전 병과의 계보는 다음과 같음.



자율성 있는 특수부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장고의 요청에 따라 프로토타입 ARC가 만들어짐.

근데 얘들은 너무 독립적이라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였고, 폐기될 예정이던 걸 만달로리안 교관이 주워가서 아들처럼 기름.

이놈들이 널급 아크 트루퍼임.


이 실패를 기반 삼아서 자율성을 다소 억제한 양산형이 알파급 아크 트루퍼임. 그리고 얘들도 시한폭탄 같은 놈들이었지.

이놈들 중에는 탈영해서 장고 옛 애인이랑 연애한 놈, 살림차린 놈, 보바펫 사칭해서 만달로어까지 해먹은 놈, 자기 용병단을 꾸린 놈도 있음.

그래도 이 정도로 사고친 놈들은 극소수였고, 대부분은 공화국에 대한 광적인 충성심을 보여줬음.


일종의 타협책으로 아크 트루퍼와 동시기에 만들어진 게 클론 코만도인데, 얘들은 ARC보다 독립성은 떨어지는 대신 4인분대 단위로 움직이면서 서로를 커버하게 했음. 카미노인들은 '자율과 순종 사이의 완벽한 균형을 찾았다'며 자화자찬했고.

클론 코만도들을 훈련시킨 건 장고 펫이 직접 고른 100명의 현상금 사냥꾼 및 용병들이었는데, 대부분 만달로리안이었음. 코만도들은 이놈들을 부모처럼 따르면서 변칙적인 싸움법뿐 아니라 만달로리안 문화 같은 교관들의 철학까지도 그대로 흡수했음. 그래서 '옛날 설정에서도 바운티헌터들이 클론 교관 했다'는 건 엄밀히 따지면 틀린 말임. 일반병들은 그런 거 없었거든.

그리고 코만도들도 알게모르게 통제에서 벗어나 사고를 치고 있었는데, 예를 들면 제다이 장군이랑 눈이 맞은 놈이 하나 있음.



이렇게 자율성을 가진 클론들은 납득할 수 없는 명령을 받으면 의문이나 불만을 품거나, '선의의 해석'을 하는 유연함을 보여주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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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후 작품들에서는 아크처럼 생긴 클론들이 제다이들과 함께 야전에서 구르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음.

아크가 암만 간지나봤자 특수전만으로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에는 한계가 있기도 하고, 사실 트래비스 외에는 특수전이 뭔지 잘 모르는 작가들이 많았거든. 루카스도 포함인듯.


이 모습을 설명하기 위해 생겨난 설정이 '아크 커맨더 훈련 프로그램'임.

알파급 아크의 성공에 고무된 카미노인들이 야전의 일반병들도 그 강점을 활용할 수 있게 클론 사령관들을 모아다가 자율성을 기르는 특별 훈련을 받게 했다는 거지.

이들은 은퇴한 ARC 트루퍼들에게 교육받으며 이름을 짓고, 갑옷을 꾸미는 등 개성을 기르는 것을 권장받았고, 원대로 복귀한 뒤에는 부하들한테 고유 도색을 시키는 등 그 개성을 자기 휘하 병력들한테도 확장시켰음.

코디, 블라이, 니요 등 우리가 아는 네임드 클론 대부분이 이 아크 커맨더 프로그램 졸업생임.


그리고 이 시점에서는 일반병들도 전장에서 2~3년쯤 구르면서 자연스레 조그만 개성과 기벽이 생겨나고 있었음.


여기까지가 에피소드3 개봉 시점까지 클론 트루퍼들의 모습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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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 시기의 오더66 설정은 어땠나.


클론은 처음부터 제다이를 제거하기 위해 준비된 군대였음.

제다이들은 은하 각지의 전장에 흩어져 고립되었고, 3년간 이어진 전쟁은 포스에 어둠을 드리워서 제다이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했음.

모든 명령에 절대복종하게 만들어진 클론들은 즉각 명령을 수행했고, 제다이에게 마지막 경고가 됐을 일말의 악의나 적대감도 내비치지 않았음.


방금 전까지 제다이들이랑 웃고 떠들던 클론 사령관들은? 마찬가지임. 이들에게 허용된 조그만 자율성은 명령을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주어진 수단에 불과함.


그럼 명령 알기를 우습게 알던 ARC와 클론 코만도들은 어떻게 행동했을까? 여기서부터는 부연설명이 필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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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말한 것처럼 카렌 트래비스는 '하드 컨택트'를 쓰면서 스타워즈를 처음 접했는데,

'노예 군대를 총알받이로 내보내는 제다이가 어떻게 선역 세력으로 취급받을 수 있냐'면서 굉장히 분노했다고 함. 이 분노가 '리퍼블릭 코만도' 시리즈에 쏟아부은 열정의 원동력이었던 거고.

루카스가 의도한 건 제다이가 시스의 계략에 빠져 전쟁에 뛰어드는 실수를 저지르고 그 대가로 파멸하는 이야기였지만, 트래비스는 그걸 무능하고 위선적인 제다이가 인과응보를 당하는 이야기로 해석했음. 아주 틀린 소리는 아니긴 한데, 좀 막 나가는 해석이긴 하지.


2007-8년에 출간된 리퍼블릭 코만도 3-4권에서 묘사된 오더66은 최고사령관이 중태에 빠지거나, 동맹 행성이 전향하거나, 아군 전산망이 공격을 받거나 하는 등의 비상사태에 대비한 시나리오 150개 중 하나에 불과함.

클론 군대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공화국에 있던 명령들이고, 제다이들도 당연히 그 존재를 알고 있었음. 그게 쓰일 일은 없다고 여겼던 것뿐이고.

그런데 메이스 윈두가 이끄는 제다이들이 팰퍼틴한테 칼을 빼들면서 오더66이 발동될 조건을 제공하고 만 것임.



트래비스의 독립심 넘치는 클론들이 오더66에 보인 반응은 다양함.


대부분은 명령을 충실하게 따랐음.

클론들은 대부분 공화국에 충성했으니 적법한 절차로 내려온 명령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음. 처음에는 명령을 의심하고 판단을 보류했던 인원들도 혼란이 좀 가라앉고서 윈두가 의장을 암살시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바로 납득했고. 이건 클론이 아닌 인원들한테도 해당되는 얘기여서, 일종의 경찰 조직인 코러산트 경비군에게도 오더66과 유사한 명령이 발동돼서 시내에 숨어든 제다이들을 수색섬멸하는 데 동원됐는데 이미 행성 전역에 제다이 반란 소식이 쫙 퍼진 뒤라 경찰관들은 별 불만이 없었음.


그러면 공화국에 불만이 많던 클론들은? 이놈들의 불만은 그 칼끝이 주로 제다이를 향하고 있었음. 무능한 제다이를 모시느라 개고생한 경험이 있는 클론들도 많았고, 제다이 개개인한테는 악감정이 없더라도 전쟁을 질질 끌면서 이해하기 힘든 삽질을 거듭하는 수뇌부는 언제나 지탄의 대상이었지. 자의식이 생긴 클론들은 자기들이 공화국에게 부당한 대우를 당하고 있다는 걸 인식하기 시작했고, 그런 대우를 용인한 제다이들의 위선에 치를 떨었음. 그래서 제다이를 죽이라는 명령을 기꺼이 따르거나, 굳이 적법하고 이유 있는 명령을 거부하면서까지 살려둘 이유를 찾지 못했던 거임.


그래서 오더66을 거부한 클론들은 제다이와 개인적으로 깊은 유대감을 형성했거나, 정치 소식에 민감해서 제다이보다 팰퍼틴을 더 경계하는 식견을 갖추고, 공화국 전체를 적으로 돌릴 각오가 되어 있는 극소수뿐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