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처음 가는 미용실에 갔음.

머리 자르기 전에 대기하면서 휴대폰으로 데바데 방송 보고 있었는데, 담당 미용사가 상담하러 오면서

갑자기 내 휴대폰 화면 보더니 말 걸음.


미용사:
"아 데바데 하시나 보네요?"

나:
"네."

미용사:
"무슨 캐릭 주로 하세요?"

나:
"생존자요."

미용사:
"아..."

여기서부터 뭔가 표정이 달라짐.

머리 자르기 시작.

미용사:
"근데 생존자 하시는 분들은 다 블라이트 싫어하시더라고요."

나:
"싫어하는 게 아니라 사기라서요."


가위질 멈춤.


미용사:
"...네?"

나:
"사기잖아요."

미용사:
"그건 실력 캐릭인데요."

나:
"벽 한번 긁고 날아오는데 그게 실력입니까?"

미용사:
"벽을 잘 긁어야죠."

나:
"아니요. 그냥 미사일입니다."

미용사:
"아닌데요?"

나:
"맞는데요?"


여기서부터 비극 시작.


나:

"네. 근데 솔직히 블라이트는 아직도 사기 캐릭이라고 봅니다."


갑자기 머리 자르러 온 손님이 아니라 데바데 토론 프로그램 패널이 됨.

10분 동안 머리는 안 자르고 블라이트, 너스, 생존자 밸런스 이야기만 함.

서로 말 안 통함.

결국에 미용사 가위질하면서 씩씩거리고 있고 나는 거울 보면서 고개 절레절레.

마지막에 내가 기분 풀어주고 싶어서 결정타 날림.


나:

"그래도 너스가 더 사기죠."


미용사 표정이 진짜 살인마 만난 생존자 표정 됨.

분위기 개싸해짐

결국 미용사가 말없이


미용사:

"머리 감으실게요."

하고 보내버림.


나도 자존심 상해서 말 한마디 안 하고 샴푸실로 감.

근데 머리 감겨주던 인턴이 갑자기 조용히 물어봄.


인턴:

"저기..."

나:

"네?"

인턴:

"혹시 데바데 몇 시간 하셨어요?"


순간 또 싸움 시작인가 싶었음.


나:

"5천 시간 정도요."


그러니까 인턴 눈이 커짐.


"와..."


그리고 머리 말릴 때까지 데바데 이야기만 함.


나는 속으로


'그래도 이 미용실에 정상인이 한 명은 있네.'

생각함.


머리 다 끝나고 계산하려는데 뒤에서 인턴이 쭈뼛쭈뼛 오더니


미용사:

"저... 실례가 안 된다면 연락처 좀 주실 수 있어요?"


순간 담당 미용사 표정 봤는데 개웃김.

표정으로 욕하고 있음ㅋㅋ

나는 번호 주고 나왔고,

집 가는 길에 카톡이 옴.

솔직히 번호를 딴 이유가 궁금했음.


'설마 데바데 고수라서?'
'아니면 그냥 불쌍해 보여서?'

별 생각 다 하면서 집에 도착했는데 카톡이 옴.


인턴: "오늘 재밌었어요 ㅎㅎ"


나도 적당히 답장함.


: "저도 재밌었어요."


근데 한참 뒤에 또 메시지가 옴.


인턴: "근데 담당 선생님이랑 진짜 싸우신 거 맞죠?"

: "제가 싸운 게 아니라 진실을 말한 겁니다."

인턴: "ㅋㅋㅋㅋㅋㅋㅋㅋ"

: "블라이트는 사기 캐릭이니까요."

인턴: "저도 사실 그렇게 생각해요."


순간 심장이 뜀.

오늘 처음으로 내 편이 생김.

카톡으로 데바데 얘기 엄청 함.

근데 인턴이 갑자기 물어봄.


인턴: "근데 다음에 머리 언제 자르러 오세요?"

나는 당연히 영업 멘트인 줄 알고

나: "한 두 달 뒤요?"

라고 답함.

근데 답장이 바로 옴.


인턴: "아뇨."

"근무 아닐 때요."


순간 CPU 과부하.

머리 자르러 오라는 건지,
밥 먹자는 건지,
데바데 하자는 건지,
고소하겠다는 건지.

한참 고민하다가


나: "왜요?"


라고 보냈음.

그러자 인턴이


인턴: "오늘 저 퇴근하고 시간되세요?"


라고 보냄.

순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남.

그렇게 헐레벌떡 준비하고 미용실 입구에서 서성이다 내려오는데 와....

진짜 에이다웡 실사판인줄 알았다...

역시 사람은 근무때와 아닐때는 천차만별인 것 같다.

그렇게 카페에 앉자마자 인턴이 웃으면서 첫마디를 함.


인턴: "사실 번호 딴 이유 알아요?"

나: "아뇨."

인턴 : "처음엔 잘생겨서 딴 거 아니었어요."

"......"

인턴: "담당 선생님이랑 데바데로 그렇게 진지하게 싸우는 사람 처음 봐서요."

"......"

인턴: "너무 웃겨서 궁금했어요."

나: "그럼 지금은요?"

인턴이 잠깐 생각하더니 말함.

인턴: "지금은 잘생겨 보여요."


그 순간.

내 인생 최초로

데바데가 연애에 도움이 되는 게임이라는 것에 확신이 들었다.

앞으로도 이 게임에 내 인생을 바칠 예정이다. 고맙다 김메튜.

그리고 내사랑 에이다. 와줘서 반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