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b2c534dadf37a87db6d3a0049f2e2ddf62aef7654187aa12412e9e7a49

샤넬 - 뿌르 무슈 EDT

Chanel Pour Monsieur EDT



3db8c325ead676ac7eb8f68b12d21a1dd41c18350e77

(Cesare Attolini의 모델 T.R.Pescod, 본인이 추구하는 '신사'의 정점이다. 게이로 아는 사람이 몇 있는데 엄연히 여자와 결혼까지 한 이성애자다.)


Monsieur는 프랑스어로 신사라는 뜻이다. 정확히는 왕족과 귀족을 일컫던 말이지만 프랑스 혁명으로 왕정과 신분제가 폐지된 이후 과거의 귀족과 같이 격식을 차리고 품위가 높은 남성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


Pour Monsieur는 말 그대로 '신사를 위한 향수'인데, 별 다른 수식어 없이도 뿌르 무슈의 향에 대한 이름으로 굉장히 적절하다. 한국의 몇몇 향수 리뷰 유튜버나, 몇몇 브랜드의 의아한 마케팅에 진절머리가 나 '성공한 남자의 향' 따위의 표현을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표현은 최대한 자제하고 싶으나 향수 이름부터가 '신사를 위한 향수'라는데 뭐 어쩌겠는가. 정말 신사를 위한 향수다.


솔직히 좀 진부한 향이다. 오크모스, 베티버를 깔아놓고 시원한 향조 몇 가지에 레몬 끼얹은 아로마틱 시트러스 향수는 향이 거기서 거기다. 레몬의 폭발적인 상큼함에 카더멈과 생강이 톡 쏘는 청량감을 더해주고, 오크모스와 베티버의 향이 진득하게 깔린 전형적인 시트러스 시프레 향이다.



28bcc566f6d32db06fb8d3fb01d4262d846a626462128ec77da8c3


향수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샤넬의 뿌르 무슈와 디올의 오 소바쥬를 구별하지 못할 수도 있다. 뿌르 무슈와 오 소바쥬는 프래그런티카 기준으로 노트도 거의 비슷하다(수색마저 비슷하다!! 보틀 뚜따 후 바꿔치기하면 진짜 모를 수도 있다!!). 오프닝부터 잔향까지 거의 똑같다. 오 소바쥬가 약간 더 달달한 감이 있으나 코카콜라와 펩시 정도의 차이이다. 하루는 왼 팔에 뿌르 무슈를, 오른 팔에 오 소바쥬를 착향했었는데, 뿌르 무슈의 네롤리와 오 소바쥬의 자스민 향을 제외한 나머지가 정말 똑같았던 나머지 별 다른 고민 없이 친한 직원이 있던 샤넬에서 뿌르 무슈를 샀었다. 후회는 없으나 여전히 오 소바쥬도 갖고 싶다.



21b8dd29eb9236a37cb0dabc58c6213ffc3fcda6d05862b394bcfc3c


나를 제일 먼저 맞이하는 상큼한 레몬은 대부분의 시트러스 레몬 노트가 그렇듯 강렬한 첫 인상에 비해 이별이 빠르다. 레몬이 불꽃처럼 화려한 데뷔와 동시에 존재감을 잃은 이후에는 은은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네롤리 향과 생강, 카다멈의 스파이시한 향이 뿌르 무슈의 향을 오크모스와 베티버의 시프레향이 우아하게 혼합한다. 굳이 의식하지 않더라도 종종 코를 스치는 네롤리 향은 정말 기분 좋다.



2ab4de21e0c078a56fadd2b41bde2973770443e0e543104e88ba5686ace9b5


중후반부의 뿌르 무슈는 스파이시한 카다멈과 씁쓸한 오크모스가 조화를 이룬 향에 약하게 남은 은은한 네롤리로, 진정 'Monsieur'의 향이다. 오프닝이 뻔한 느낌이었다면, 시간이 경과할수록 향이 깊어지고 풍부해지며 점점 남성적으로 변한다. 오크모스의 존재감이 점점 드러나며 이 우아하고 깊은 향기가 뿌르 무슈를 지배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특히 도드라지는 향이 카다멈과 생강인데, 본인은 생강 향에 거부감이 없어서인지 시원하면서도 톡 쏘는, 청량감을 더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향의 노트가 분명하고 직설적이면서도, 문장으로 표현하기엔 복잡한 향이다. 확실한 것은, 오크모스의 이끼 향에 생강의 스파이시 향의 조합은 분명 호불호가 있을 향이다. 구매 전 반드시 착향해길 권한다.



26bcc227efd336e879bad4a536ef203ef6e709491d2a70eb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슈츠슈타펠 정복에서 알 수 있듯 간지를 중요시한 나치에 입당한 인물이라 그런지 지휘자로서의 품위와 격식 또한 매우 집중했다. 이 정도 격식있는 사람에게나 어울릴 향수가 바로 뿌르무슈다.)


간결하고 상큼하면서도, 복잡하고 묵직한 향이다. 짧고 굵은 레몬, 네롤리의 은은한 발산, 톡 쏘는 생강 향, 오크모스 향의 진화 어느 하나 놓칠 것 없이 좋은 노트고, 조화롭기까지 하다. 계속 언급했지만 'Pour Monsieur'다. 'Monsieur'가 아니라면 도전하기 쉽지 않은 향수다. 격식있고, 품위있는 클래식 향수는 아무에게나 허용되는 것이 아니다. 뿌르 무슈의 우아함은 그 자체로 우아한 것 또한 틀림없지만, 이미 우아한 사람이 착향해야 그 우아함의 본질이 살아난다.


과연 뿌르 무슈가 1955년에 발매된 긴 역사를 가진, 시대를 초월하는 클래식의 정수인지, 시대착오적인 틀딱 향수인지는 향을 맡는 사람이 판단할 문제이다. 레 젝스클루시프 드 샤넬이나 레 조 드 샤넬 라인은 차치하고 블루 드 샤넬, 알뤼르 옴므, 그 놈의 안테우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에고이스트 플래티넘 등 대중의 선택에 점점 밀려나는 뿌르 무슈는 분명히 그 원인이 있지 않을까? 클래식 향수와 틀딱 향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중인 향수다.



a14a20ab1136b544a2342b6958db343a1954060b66699bb94bb5a1b7


난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향수지만 누군가 '에프킬라 냄새같다'라고 했던 것이 잊혀지지 않는다. 정말 그 뒤로부터 에프킬라 생각이 나 향수 뿌리다 가끔 생각나 흠칫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