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보고 이런 씹덕이 된 거냐


라는 질문을 받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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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투니버스전성기의 이미지들이 파노라마처럼 떠다닐 뿐이다


내가 본 최초의 만화가 뭐였는지 헷갈린다


숨어서 본 탓인가


어렸을 땐 만화를 약간 민망한 취미로 여겼다


친구들과 이야기 소재로 삼을 수 있는 작품이 애초에 몇 되지 않았으니


원피스 나루토 등등.. 블리치도 조금 그랬다


원피스도 숙제하듯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 정작 누군가 학교에서 원피스 최신화 봤냐고 물으면 모른 척했다


?


안 챙겨 보는 척.. 큰 거 올 때만 슬쩍 관심 갖는 척..


사실 존나 아는데...


만알못인 내게 원피스는 만화의 표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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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 로망 소년 소녀 뭐 온갖 것들이 흥미로웠다


아론은 존나 무서웠으며 루피는 존나 멋있었다


하여튼 만화를 좋아하면서 부정하던 시기엿슴






그 시절 내 주변 친구들 모두 원피스를 봤고 좋아했다


반에 있던 일진도 뒷자리에서 워터세븐 에피소드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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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가리만 커져서 원피스보다 진지해보이는 작품들을 탐독하며 나름의 만력을 높여갔는데 정말이지 서서히 원피스가 좆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원피스 보고 감동하는 만알못 << 이라는 허물을 벗은 기분


원피스 팬인 친구를 속으로 깔봤다


그건 이제 유치하다고 느낄 나이 아니야?


그래도 일단 나는 만화라는 예술을 사랑하는 일원이므로 정으로(?) 원피스 최신화를 꾸준히 챙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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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이 살고 싶다고 울부짖을 때 진심으로 슬펐지만 뭐랄까 슬퍼하면 지는 기분이었다..


원피스는 너무 유명하고 누구나 좋아하는 만화였기 때문에 나까지 진심으로 지지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히루루크가 독버섯을 먹고 죽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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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가 하늘섬의 종을 울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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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등 원피스는 수없이 내 마음을 고동치게 만들었지만 일차원적인 감성이라고 판단하며 외면했다


내 만화 세계에선 우라사와 나오키와 후쿠모토 노부유키가 더 중요해.. 이따위 주문을 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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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따지고 보면 이 시기에도 결국 기준은 원피스였군






곧 원피스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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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수염이 해군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고 걍 난리 났다 ㄹㅇ..


나는 한창 만잘알이 되어가고 있었는데 그때의 원피스는 못 본 척할 수 없었다 그냥 존나 재밌었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스포를 기다리며 내 만력을 떨어뜨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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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이 마츠모토 타이요와 이가라시 다이스케를 읽어가며 만력을 회복해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나의 수련들이 물거품이 될 뻔했다


소위 말하는 까빠의 기질이 충만했던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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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 안 있어 에이스가 죽었다


현실에서도 존나게 떠들썩했던 사건이다


학교에서 친구가 야 에이스 죽었다더라 하니 나는 아 그래? 로 받았다


속으론 내 세상이 무너졌는데 말이다


뭐 지금이야 도넛으로 조롱당하지만 당시엔 존나 충격이었다.. 조금 울었다 진짜로


물론 아다치 미츠루의 감정선이 더 훌륭하지만 잠깐 함정에 빠졌을 뿐..이다...


아카이누 시발롬






그때 정말 오랜만에 원피스라는 만화를 구입했다


실물로 내 책장에 두고 싶었고 그냥 만화 하나 샀을 뿐이지만 먼가.. 내 마음 속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뭔가 있었다






2부가 전개될 무렵 만화 자체에 소홀해졌다


씹덕으로서의 자만심도 점점 옅어져 갔다


원피스 2부의 평은 점점 나락으로 떨어졌고 나도 굳이 챙겨보지 않았다


한번은 도플라밍고가 나온다고 해서 잠깐 찾아본 적 있는데 너무 재미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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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짜 만화를 졸업할 때가 된 건가 싶었다


그냥 존나 추억이 된 건가


다니구치 지로나 타카하시 츠토무의 신간도 그냥 지나쳤다


서점 들를 때마다 습관처럼 확인해보는 만화 카테고리엔 루피가 작게 웃고 있고 난 뭐 그냥 그래 거기 있구나 싶고 그 정도 감흥이었던 듯






다시 원피스를 보게 된 건 전역하고 난 이후였다


어쩌다 스포를 밟은 게 계기였다


여유도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1부를 다시 봤는데


그냥


존나 재밌었다...


고작 나 같은 사람이 이런 말 하는 게 우습지만 원피스를 그제서야 인정하게 됐다


존나 멀리 왔지


내가 나이 쳐먹어서 원피스가 재미없던 게 아니고 단순히 2부가 재미없던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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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론은 여전히 포스가 느껴졌고 루피는 멋있었다


분명 감동은 처음 봤을 때보다 덜했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 재평가라고 하기엔 오만 같고 음 그냥 내가 내 감정에 솔직해졌다


좋다고 느끼는 건 그냥 좋다고 말하는 게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원피스를 재감상한 뒤로 다른 만화도 다시 찾아 보게 됐는데 그 순간들이 너무 좋았다!


다시 만화가 취미가 되어버릴 정도로







아무튼 급하게 쓰느라 글이 갈수록 날림이지만


모험 로망 소년 소녀 바다 동료 우정 노력 이 온갖것들을 하나로 잇는 대비보 갓피스...


두번 봐라


오다 센세 최근 들어 폼 찾았던데


내가 만화를 좋아하게 그리고 다시 좋아하게 만들어줘서 감사합니다







Q 뭘 보고 이런 씹덕이 된 거냐


A 원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