펍을 오픈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부동산 계약한지 1년이 되었고
오픈한지 10개월이 지남.
나이가 먹어서 그런가? 아니면 그냥 반복된 라이프 사이클 떄문일까
살면서 이렇게 1년이 빨리 지나간적은 없는듯.
여튼 호기롭게 창업한 펍이 1년 정도 지나며
즐거운 일도 있었고, 좌절스러운 일도 있었고
짜증나는 일도 있었고, 그래도 보람찬 일도 있었고
다양한 것들을 경험했는데, 이를 정리해서 이전에 썼던 것을 보충해봄.
1. 1년 가까이 돌았는데, 가장 좌절스러운 경험은?
아무래도 비수기를 맞을 때라고 느낌.
나름 늦여름인 9월에 시작해서 가을까지는 오픈빨까지 받아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심지어 12월까지 오픈빨이 떨어지지 않아서 매출이 조금씩 오르는 모습을 보고는 희망적인 미래를 꿈꿨는데
1월이 되며 연초 디버프(사람들이 술 안 마시려고 함, 돈 아끼려고 함) + 불안정한 경기 디버프 + 겨울 디버프
삼중 디버프를 쳐맞으면서 매출이 떡락하기 시작.
손님이 한 명도 안 오는 날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고
매출이 줄다보니 자연스레 받는 맥주의 양도 줄고, 그러면서 라인업이 고착화되고
손님 입장에선 매력이 떨어지고... 이 지옥의 악순환이 반복되기 시작함.
3월 정도면 괜찮아지겠지? 시발 절대 안 괜찮아짐 ㅋㅋ
4월은? 응~ 아냐~
5월은? 드디어 조금 풀리나 싶었지만 경기 좆박은건 여전해서 휑~
다음 달엔 괜찮겠지? 라는 기대감을 매 달 갱신하면서 멘탈이 걸레짝이 된다.
나의 경우엔 투잡(정확히는 쓰리잡에 가깝지만)을 뛰고 있다보니
펍에서 내 풍채 유지비를 다 안 뽑아도 되어서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가 있었고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 초심을 최대한 유지했는데
만약 여기에 내 밥줄이 온전히 달렸다?
바로 소주팔고 코젤 시나몬 팔고 했을듯.
결국 여유는 곳간에서 나오게되는데, 곳간이 비게되면서
내 펍을 자가점검해보면, 결국 문제점은 크래프트 맥주라는 마니악한 컨셉을 잡은게 제일 크다라는걸 느끼게 되고
주변에 장사 잘되는 곳들(할맥 등)을 가보면 젊은 애들이 선호하는 소주 + 저렴한 안주들이 필요하다는걸 느끼게 되고
여기에 꺾여서, 오늘날 많이 보이는 절충안을 채택한 크맥펍처럼 변하게 되어가는 것 같음.
2.그러면 크맥 전문 펍은 수익성이 없는가?
이건 여전히 모르겠음.
분명 장사가 잘 되는 크맥펍들도 존재하고, 다들 다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집은 매출 대부분은 재방문 고객들에 의해서 나오게 됨.
그렇다보니까 결국 처음 오는 다수보다는 다시 오는 소수에 의해 결정되고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는 더욱 새로운 메뉴를 넣고, 질리지 않게 해주어야하는데
이 부분이 꽤나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
일단 이런 손님은 결국 시간이 지나야지만 점점 쌓이기 때문에
궤도에 오를 때 가지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느껴짐.
주변의 많은 펍 사장님들이 3년 정도 하기 전 까지는 징징거리지 말라고 하는데
그게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음.
여튼 크맥이 단가는 높은데, 마진률은 위스키나 와인에 비하면 낮다보니까
소비자 입장에서는 와인 / 위스키를 마시러 가는 것 처럼 부담스러우면서
나한테 떨어지는 돈은 막상 그리 많지 않으니, 거기서 오는 괴리가 꽤 있다.
결국 이 부분을 계속 고민하게 되는데
단가를 더욱 더 낮춰서 박리다매로 갈까?
아니면 어쩔 수 없이 비싼거 더욱 더 특별함을 더할까?
나는 결국 후자의 길을 선택하고 있는데
주변의 많은 브루어리 사장님들 / 펍 사장님들은 또 전자를 추구하고 계신다.
그 분들이 나보다 짬이 훨씬 길기에 전자가 맞을 수도 있지만,
나는 결국 크맥은 소수가 즐기는 특별한 취미라고 난 생각하고
그 때문에 더욱 더 특별한 술을 마신다, 특별한 날을 즐긴다라는 경험을 부스트해주고 싶어 후자를 선택.
뭐 정답은 없겠고, 결국 내가 고른 컨셉에 맞춰 장사를 잘 하는게 중하다고 생각함.
3.제일 중요한 것은?
시발 무조건 상권 무조건 위치 ㅋㅋㅋㅋㅋ
나는 최근 매일매일 아오 상권시치를 외치고 살고 있는데
장사 안 돼서 일찍 마감치고 새로 생긴 술집들이나 다른 술집들 돌다보면
우리 동네에서 인기있는 곳들은 대부분 20대 초들이 가는 X900원대 안주 팔고 맥주 / 소주 파는 곳들이나
직장인들 회식할 수 있는 소주집들임.
사실 뭐 우리 상권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상권이 그럴꺼임.
크맥이라는게 통하려면 서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또 서울에서 장사하면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
여튼 상권도 중요하다고 많이 느끼는데
동시에 디테일한 위치도 꽤나 중요하다고 생각함.
예를 들어 크맥집은 너무 메인 유흥가에 있는건 또 별로라고 생각하는데
여기 소주 팔아요? 로 시작하는 까다로운 손님들의 유입이 굉장히 클 수 있기에,
어느 정도 메인 스트리트에는 있되, 한 블록 들어가있는 위치가 최고라 생각함.
4. 어떤 맥주가 잘 나가는가?
라거는 걍 사기다.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내 홈브루 수준의 라거도 들여놓으면 잘 팔릴거임.
또 여기서 포인트는 크맥집인만큼 흔해 빠진 맥주는 또 안 팔린다는 것.
예를 들어 난 맛이 만족스러워 클라우드를 케그로 이 전에 받았었는데
여태 받은 라거 중 최악의 판매 속도를 보여줬음.
왜냐? 크맥집에 와서 뭔가 특별한걸 머고 싶은데
편의점에서 네캔만원따리 클라우드를 먹고 싶지는 않기에.
개인적으론 그 보다 맛이 떨어지고 비싸다고 느꼈던
작은 캔 하나에 팔천원씩 하는 크래프트 라거가 훨씬 잘 팔렸음.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해가 안 되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돈은 쓰고 싶은데, 또 과격한 맛은 싫기 때문에
이런 라거들이 꽤나 수요가 많았음.
맥주 받을 때 대부분은 내가 마시고 싶은 맥주들만 고르는데
그래서 라거 앞에선 더욱 더 엄격해지고,
잘 안받다가 매니저님이 요상한 라거 맘대로 발주 넣으면
'아 이거 발주 왜 하냐고 ㅋㅋ' 하는데
매번 1주일 완판으로 증명해서 할 말이 없어짐.
그 다음으로 잘 팔리는건 아무래도 IPA임.
손님들한테 '좋아하시거나, 싫어하는 맛 있으세요?' 하면
대부분 ' 아 과일향 나는건 좀... 깔끔한거 주세요... ' 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결국 어쩔 수 없이 IPA가 잘 나감.
특히 뉴잉은 신이다.
임스나 사워는 받을 때 마다 진짜 존나 꼼꼼하게 보고 받고, 그래도 악성 재고행 되는 경우가 많은데
뉴잉은 여태 한 번도 다 그 다음 발주분 들어오기 전에 안 팔린 적이 없음.
크맥 중에선 그래도 제일 대중적이면서도, 캐릭터풀한 맛 덕분일지
맥주 입문자부터 마니아들까지 두루두루 관심을 가지는 스타일이라 그런듯.
당연하게도 스타우트, 사워 등은 잘 안나간다.
다만 <<흑맥주>>가 도전해보려는 수요는 조금 있기에
저도수에, 마시기 편한 스타우트/포터류(우리는 사무엘 스미스 초코 스타우트가 이 포지션)이 하나 있으면
든든하게 팔 수 있는 느낌이긴 함.
특히 얘내들은 댓병이 많은데
우리 매장 같은 경우는 댓병이 진짜 존나게 안나감.
왜냐하면 우리는 테이크 아웃 수요가 거의 없고 대부분 인 하우스 소비인데
또 맥덕들은 대부분 혼자 와서 마시거든.
캔에 2만원짜리 뉴잉은 그래도 한 번 마셔볼만하지 하고 마시지만
댓병 임스/사워는 가격을 떠나서 걍 존나 부담스럽다보니(양적으로)
손님들이 분명 '아~~~ 존나 궁금은 한데... 혼자 마시긴 그렇고...'
이러면서 선뜻 안 집게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음.
다만 이런 재고들은 시음회 같은 행사를 열 때 불티나게 팔려서
기회만 만들어주면 충분히 팔 수 있다는 생각이 듦.
바틀 쉐어 같은걸 주기적으로 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요즘 고민 중.
그 외에는 뭐... 두루두루 적당히 나가는데
만약 최소한으로 내가 다양한 취향을 커버할 수 있는 라인업을 짠다면
라거 + 바이젠 + 클래식 웨코(네임 밸류가 중요함, 시에라 같은거) + 뉴잉(브랜드 안 가림) + 6도 언더 스타우트/포터 + 린데만스 뻬쉬레제 + 트리펠 카르멜리엇 + 텐피디나 다크스타.
이런 식으로 구성할듯.
5. 그 외
우리 펍이야 의도적으로 안주의 비중을 낮춰두고 있는데
술집은 결국 안주 싸움이라 생각함.
안주 구성이 이 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싸고 가볍게 집어 먹을 수 있는거
조금 배 차고 식사 대신 되는거
다 같이 조금씩 나눠먹을 수 있는거
건어물류
이 정도는 있으면 좋다고 생각함.
우리는 기본 안주가 꽤 괜찮아서(크래커인데 존나 맛있음)
내가 안주 굳이 시키지 말라고 하는데도
기ㅣ어이 시켜서 깨작깨작 드시는 분들이 정말 많음.
이런 점을 고려하면 조금 저렴하더라도,
손 안 가고 프렙 거의 필요 없는 안주로 하나 깔아두는게 참 좋다고 느낌.
그리고 이전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결국 컨셉과 일치하는 분위기가 젤 중요하다고 생각함.
우리도 이걸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크맥집은 크맥집다워야한다는 얘기.
할맥 분위기에서 크맥을 팔 수는 없는거지.
그 외에는 뭐...
위에서도 얘기했듯 어느 정도 버티는게 중요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확실히 처음부터 정하고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지
이런걸 지속적으로 상기시키는게 좋다고 생각함.
모르겟음 지금도 겨우 하루 벌어 하루 먹으면서 살아가고 있다만
여태 느낀건 그러함.
아 돈 많이 벌어서 존나 부자되고 싶다.
끝.
크맥 시장은 좁은데, 파는 사람도 마진이 적게 남고 손님은 부담스러운 가격 이게 딜레마네... 단골 위주의 장사를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는... - dc App
댓병 임스는 특히 그거 먹으면 그거 하나로 심하면 다 먹기도 전에 그날 끝이니깐 펍에선 손이 안가긴 하는듯
입지는 신이고 상권분석은 무적이다 - dc App
역시 취미는 업이 되면 힘듬.
뻬쉐레제는 ㅇㅈ이지
솔직히 지금 잘나가는 크맥펍들 대부분이 안주 맛있는곳임. 가성비급, 메인급(약간비쌈) 좋은 안주들로 구성하고 맥주는 부수입이다 생각해야 장사가 잘되는듯. 그렇게 입소문이 나야 결국에는 맥주도 많이 팔수있는거임. 장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첫째가 마케팅이고 둘째가 합리성인데 님 가게는 둘다 부족해보임. 힘내서 번창하시길 바람^^
소비자의 입장에서 어차피 크맥을 좋아하는 매니아들은 바틀샵이나 와인앤모어에서 사와서 혼술 먹음. 크맥펍을 가는 이유는 그 펍의 자체양조 맥주를 먹기 위함이거나 친구들에게 크맥을 소개시켜주기 위함임. 찐따 맥붕이가 그나마 있는 친구들에게라도 소개 시켜주려고 크브나 역삼 구스아일랜드 데리고 가면 꼭 듣는 소리가 '이 가격 주고 굳이 맥주집 가야돼? 여기 안주도 비싸네' 뭐 이런 소리임 그나마도 입맛에 맞아서 크맥에 빠지는 놈이 있는 가하면 도수 높아 마시기도 힘들고 가성비도 안나온다고 아예 지지치는 애들이 있는데 입맞에 맞다는 놈들이라도 가격 때문에 심리적 진입장벽이 높다 나는 개인적으로 박리다매가 맞지 않나...싶다
애초에 맥주 한잔, 한병에 큰 돈 쓰는거는 맥덕만 가능... - dc App
손님 아예 안오는날는 멘탈 완전 부셔질듯..
미스터리라던지 설브루 등등 다들 안주도 수준급이라 더 찾게됨
파이팅.파이팅
개추용
여름 임스댓병은 고문이다 - dc App
소비자입장에선 안주가 되게 중요하다 생각하는데 꼭 그렇진 않은가요?
내 경우에는 주변 2차를 갈 상권도 중요한 듯. 크맥 이후에 위스키, 와인, 칵테일, 전통주 등등을 더 가고 싶을 때도 있음. 물론 내가 알중이라 그렇게 달리긴 했지만 ㅋㅋ - dc App
내 경우에 이천은 ㄱㄹㄱ 밖에 없다 라는게 좀 아쉬웠음. 지금 주변에 다른 가게가 있는걸 알았지만! - dc App
띵품화이팅
국민의힘 위원장..두창견에게 일침..jpg
https://m.dcinside.com/board/baseball_new11/8096686
난 사워가 제일 좋아
12년부터 19년까지 크맥 ㅈㄴ 마시고 다녔었는데 결국 돌고 돌아 라거랑 이파더라 여름에는 그 어떤 맥주도 관리 ㅈㄴ 잘된 기계로 따른 맥스 500미리 못이김ㅋㅋ 나머지 계절에는 트로피칼한 이파나 뉴잉 미만 잡이고 ㅇㅇ
나도 카페 1년차인데 느끼는게비슷함.. ㅠㅠ 위치진짜ㅈㄴ크다는걸 알면서도 좋은위치는 비싸니깐 못간건데 아쉬움
기본안주? 수수리깡이나 쳐먹어~ ㅋㅋ
좋은 글이다 ㄹㅇ로
예전에 들은 것 중 하나 ’그분들은 돈이 안 돼요‘ㅋㅋ 걍 상권하고 일반인 겨냥이 최고임
고생한다 화이팅
진짜 장사하는데 손님한명 안들어오는 날은 멘탈나가겠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월급도둑이 이런점에선 좋지 ㅋㅋㅋㅋ - dc App
술꾼갤ㅋㅋㅋ
손님 입장서 생각해야지 이새끼 장사마인드가 왜이렇노;; 니처럼 하고 싶으면 맥주시음 강좌라도 해서 전문성을 보여서 손님을 따라오게 하던가 니가 전문가 호소인 한다고 손님이 병신 호구냐 아 여기 스페셜리티 좆지리네요 하면서 오게
여기 시음회도 열고 스페셜리티한 곳은 맞음
걍 장사접어라
그냥술집 차렸으면 월3천찍었을텐데 어려운길을 택했노
요식업은 첫째도 상권 둘째도 상권 셋째도 상권임